"입맛 안 맞으면 패서라도 집회 막겠다는 윤석열 구태 발상"
[조혜지, 이희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지난 25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가한 경찰폭력 피해자가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민주파괴 폭거 규탄 및 민주노총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 이희훈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5월 16일 건설노조 1박 농성을 두고 한 발언은 경찰을 움직였다. 5월 24일 6년 만에 강제 해산 훈련을 다시 시작하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 이후 사라졌던 '캡사이신 분사 대응' 또한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급기야 25일엔 대법원 앞에서 진행되기로 예고됐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박 농성이 시작 전부터 원천 봉쇄됐다. 집회 참가자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월 1회씩, 총 20여 차례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던 농성이었다. 앞서 진행하기로 했던 야간문화제도 불법 집회로 규정, 강제해산 됐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연행까지 됐다(관련 기사 : 대법원 앞에서 똑같은 농성 20차례, 갑자기 불법이라는 경찰"https://omn.kr/243u4 ).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입을 막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중단하기 바란다."
'엄단'의 타깃이 된 민주노총은 "도대체 무슨 불법이 있었느냐"고 항변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30일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민주파괴 폭거 규탄 및 민주노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없는 법이라도 만들어서 탄압하겠다던 장관의 발언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 자리에 없었는데 소환 통보... 확인 없이 짜맞추기"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집회를 하는 목적은 교통 정체를 위해서도 아니고, 혼란을 야기하기 위함도 아니다"라면서 "집회라도 하지 않으면 누구도 노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거리에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의 주장을 귀담아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3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지난 25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가한 경찰폭력 피해자가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민주파괴 폭거 규탄 및 민주노총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 이희훈 |
16일 건설노조 농성 현장에 없었는데도 경찰의 소환장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 2인, 민주노총 간부 3인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고 응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면서 "저는 그 3명 중 포함된 사람 중 한 사람이지만, 그 자리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즉각 경찰서에 연락해 무슨 일로 나를 소환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소환에 응하라고 했다. 이게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법치인가"라면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짜맞추기 식으로 언론에 공포하나"라고 항의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그는 "저는 용산으로 향하며 대표단 맨 앞 첫줄에 있어 모든 사진에 다 나온다. 조금만 신경써도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확인 중에 있다"고 답했다.
공권력 감시 대응팀 소속으로, 집회 농성 현장의 인권 침해를 모니터링 하는 랑희 활동가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시위 제한" 발언을 반박했다.
랑희 활동가는 우리나라도 가입, 비준돼 있어 국내법 효력이 있는 유엔 자유권규약 중 자유권위원회 일반논평 37호(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해당) 집회 권리가 제한되려면, 사람의 안전 또는 생명에 실제적이고 중대한 위험 등 실질적이고 중대한 위험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기억을 더듬어 건설노조 집회에서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할 만한 일이 있었나"라고 되물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1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이날 현장에는 지난 25일 대법원 앞에서 강제 해산에 반발하다 연행된 비정규직 노동자도 참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5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노숙투쟁을 진행했을 때도, 별탈 없이 집회를 보장받았다는 증언도 함께 나왔다.
이영수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대법원 앞에서 진행한 문화제나 1박 농성은 큰 문제 없이 대법원에 우리 요구를 전달했고, 당시 관할 경찰서조차 (집회 보장에) 도움까지 줬다. 그런데 5월 24일 갑자기 바뀐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지회장은 "갑자기 이렇게 (탄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31일 예고된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오후 2시부터 예정된 사전집회가 종료되면, 오후 4시부터 세종대로로 집결해 오후 5시까지 이미 집회 신고된 일정을 소화한다는 입장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야간집회를 계획하고 경찰 충돌이 우려된다느니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흘리는 말장난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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