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고기 반이었다"는 연곡천, 병들어가는 이유
진재중 2023. 5. 30. 15:21
[주장] 수중보·어도 등 인공구조물 생긴 뒤 상황 악화돼.... "차라리 없애야" 주민 지적도
연곡천은 넓은 하천유역과 풍부한 수량을 가진 하천으로, 강릉으로 물을 유입하여 경포호를 살리는 제안이 나올 정도로 물이 풍부한 강이다. 오대산과 소금강 하류에는 희귀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연곡천 계곡의 수림지대에서는 다양한 어종들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또한, 연곡천은 바다와 인접하여 태어난 강의 물 냄새를 맡고 찾는 연어, 은어, 황어의 고향이기도 하다.
여름철에는 강릉, 주문진, 연곡의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천엽(川獵)을 하고 다슬기를 줍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은어가 올라오는 계절에는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은어를 한 바구니에 잡을 수 있는 풍부한 천이어서, 낚시꾼들과 가족들이 연곡천변으로 몰려들었다. 또한, 연곡천에서는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는 꾹저구라는 물고기가 있었다. 꾹저구는 향토어종으로 송사리보다 크고 못생겼지만 밥반찬이나 찌게 재료로 많이 사용되며, 이 마을의 상징이 되어 '꾹저구'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게가 영업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명의 하천인 연곡천은 2023년 현재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상태다. 물이 말라 건천으로 변하면서 그 안에 살던 다양한 생명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꾹저구는 흔적을 감추고 황어와 은어도 옛날의 번성함을 잃어가고 있다. 수중보와 어도 등 인공 구조물은 물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설치되었지만, 오히려 물을 차단하고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중보가 모래의 자연적인 흐름을 막아 바다로 향해가야 할 모래가 막혀있고, 어도는 강의 상류로 올라와야 할 물고기들을 방해하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물이 말라버린 하천은 현재 병들어있는 상태다. 특히 연곡천의 중간지점인 행정리 다리 아래는 이곳에서 자생하던 산천어, 버들치, 참갈겨니, 돌고기, 민물검정망둑, 꾹저구, 피라미 등의 토속어종과 생물들을 찾아볼 수 없으며, 대신 죽은 물고기들이 떠다니고 이끼와 다양한 오염 물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하천정비 현장을 볼 수 있다. 그 자리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습지가 전부 밀려나가고 인공 제방이 쌓이며 고수부지가 조성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릉시는 이를 통해 재해예방과 하천 유역의 기능을 강화하고, 산책로와 친수공간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연곡천 하구를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은 모래 퇴적이다. 하구까지 험난하고 긴 여정을 거쳐 내려온 물줄기는 모래톱 지형에 의해 막히게 된다. 이로 인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물 다양성을 가진 기수지역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곡천은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보존될 수 있게 해, 향후 물과 습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생명의 강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진재중 기자]
▲ 오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안 |
ⓒ 진재중 |
강원 오대산 1750m 정상에서 바라본 진고개 길 아래로 하얀 실선이 보인다. 이 실선은 강릉 연곡천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나타낸다. 연곡천은 오대산의 한 봉우리인 동대산과 노인봉 사이의 진고개에서 발원한다. 이 천은 오대산국립공원을 상류로 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동해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연곡천은 오대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통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이다.
강릉시와 평창군의 경계가 되는 오대산 진고개에서 시작되는 물은 송천 삼산을 경유하고 소금강에서 흘러내려온 계천과 합류하여 동해로 빠져나가는 20km에 달하는 계류성 하천이다. 이 하천은 급경사를 가지고 있어 물의 흐름이 비교적 빠르며, 소금강의 울창한 산림과 기암괴석에서 나오는 물로 이루어져 있어 1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연곡천은 강릉시 주문진읍과 연곡면 사람들의 식수원이 되어주며, 논밭에 물을 공급해주는 생명의 강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터를 잡아 퇴곡리, 유등리, 행정리, 송림리, 동덕리, 영진리 등 6개 마을이 형성됐다.
▲ 소금강에서 휘감아도는 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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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산에서 흐르는 계곡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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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곡천은 풍부한 수량으로 강릉과 주문진 사이의 논과 밭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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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천은 넓은 하천유역과 풍부한 수량을 가진 하천으로, 강릉으로 물을 유입하여 경포호를 살리는 제안이 나올 정도로 물이 풍부한 강이다. 오대산과 소금강 하류에는 희귀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연곡천 계곡의 수림지대에서는 다양한 어종들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또한, 연곡천은 바다와 인접하여 태어난 강의 물 냄새를 맡고 찾는 연어, 은어, 황어의 고향이기도 하다.
다슬기·은어·꾹저구 등... 풍요의 상징이었던 연곡천인데
▲ 연곡천, 버들치, 피라미,꾹저구 등 토속어종이 자생 |
ⓒ 진재중 |
▲ 성체가 되어 강에 거슬러 올라가 상류에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다 |
ⓒ 진재중 |
여름철에는 강릉, 주문진, 연곡의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천엽(川獵)을 하고 다슬기를 줍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은어가 올라오는 계절에는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은어를 한 바구니에 잡을 수 있는 풍부한 천이어서, 낚시꾼들과 가족들이 연곡천변으로 몰려들었다. 또한, 연곡천에서는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는 꾹저구라는 물고기가 있었다. 꾹저구는 향토어종으로 송사리보다 크고 못생겼지만 밥반찬이나 찌게 재료로 많이 사용되며, 이 마을의 상징이 되어 '꾹저구'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게가 영업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란 황아무개씨(75세)는 "참 좋았던 냇가였다. (어렸을 적) 바로 앞 물가에 나가면 은어, 메기, 꾹저구, 피라미 등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여름철이면 연곡천은 인근 지역 사람들의 놀이터였고, 나무 그늘이나 다리 아래에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었다"라고 과거를 회상한다.
▲ 연곡천에서 은어를 낚는 주민들(2023/5/28) |
ⓒ 진재중 |
그러나 생명의 하천인 연곡천은 2023년 현재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상태다. 물이 말라 건천으로 변하면서 그 안에 살던 다양한 생명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꾹저구는 흔적을 감추고 황어와 은어도 옛날의 번성함을 잃어가고 있다. 수중보와 어도 등 인공 구조물은 물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설치되었지만, 오히려 물을 차단하고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중보가 모래의 자연적인 흐름을 막아 바다로 향해가야 할 모래가 막혀있고, 어도는 강의 상류로 올라와야 할 물고기들을 방해하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연곡천이 좋아서 서울에서 이사를 왔다는 박아무개씨(75세)는 "어도를 제대로 설치해야 하는데 고기가 오르지 못하고 그 밑에서 다 죽고 있다, 황어와 연어가 올라오는 철에는 어도 아래 물고기가 다 죽어 있다"며 "(어도를) 차라리 없애는 게 나을 것"이라고 어도의 문제를 지적한다.
▲ 연곡천 상류에 설치된 수중보와 어도(2023/5/27) |
ⓒ 진재중 |
물이 말라버린 하천은 현재 병들어있는 상태다. 특히 연곡천의 중간지점인 행정리 다리 아래는 이곳에서 자생하던 산천어, 버들치, 참갈겨니, 돌고기, 민물검정망둑, 꾹저구, 피라미 등의 토속어종과 생물들을 찾아볼 수 없으며, 대신 죽은 물고기들이 떠다니고 이끼와 다양한 오염 물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 다양한 생명체가 사라진 하천,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고 이끼가 천을 덮었다(2023/5/27) |
ⓒ 진재중 |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하천정비 현장을 볼 수 있다. 그 자리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습지가 전부 밀려나가고 인공 제방이 쌓이며 고수부지가 조성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릉시는 이를 통해 재해예방과 하천 유역의 기능을 강화하고, 산책로와 친수공간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강릉원주대학교 김희석 교수는 "생태하천 조성이라고 하는데, 산림과 하천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하천에 콘크리트, 시멘트를 붓는다고 해서 생태하천이 되느냐"라며 "(이는 오히려) 생태와는 역행하는 사업이다. 재해예방도 하천을 강제로 정비해서는 안 된다. 하천이 쓸려내려가고 무너진 곳은, (과거) 인위적으로 공사를 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 생태하천 조성사업 현장( 2023/5/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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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곡천 공사현장(2023/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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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천 하구를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은 모래 퇴적이다. 하구까지 험난하고 긴 여정을 거쳐 내려온 물줄기는 모래톱 지형에 의해 막히게 된다. 이로 인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물 다양성을 가진 기수지역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진항 어민 이아무개씨(72세)는 "저 모래가 트여야 민물고기와 바다생물이 교차해서 다양한 생물들을 볼 수가 있는데, 항상 막혀있어 답답하다"라고 모래퇴적에 대해서 말한다.
▲ 바다와 계곡을 차단하는 모래톱(2023/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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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천은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보존될 수 있게 해, 향후 물과 습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생명의 강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동해안에서 바라본 연곡천(2023/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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