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환자 다음 달부터 야간ㆍ휴일에 한해 비대면 상담 가능

이우림 2023. 5. 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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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30일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3년간 한시적으로 초진·재진 구분 없이 시행돼온 비대면 진료가 다음 달부터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한 시범사업으로 전환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장애인, 섬·벽지 환자, 감염병 환자는 예외적으로 초진이어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초안 발표 당시 논란이 됐던 18세 미만 소아 환자는 휴일·야간에 한해 대면 진료 기록 없이도 비대면 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이 가능해진다. 다만 처방은 불가능하게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최종안을 30일 발표했다. 당국은 다음 달 1일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되면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자 제도 공백을 막기 위해 시범사업으로 이를 이어가겠다고 지난 17일 발표했었다. 이번 시범사업은 기존 발표대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거동불편자 등 비대면 초진 일부 허용


보건복지부가 30일 공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복지부 자료 캡처]
원칙적으로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은 해당 의료기관에서 같은 질환으로 1회 이상 대면 진료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다.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환자는 30일 이내 기록이 있어야 한다.

복지부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섬·벽지 환자나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감염병예방법상 1·2급 감염병 확진 환자는 초진이어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소아 환자, 야간·휴일에 처방 제외한 비대면 의료 상담 가능


초안 발표 당시 “추가 검토를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던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초진 허용 문제는 야간·휴일에 한정해 초진이어도 ‘비대면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절충안을 내놨다. “소아·청소년은 반드시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못 박은 의사단체의 입장을 반영해 처방을 제외한 의학적 상담만 열어뒀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날 사전설명회에서 “의학계에선 (소아·청소년 초진 허용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지만, 부모 쪽에선 밤에 아이가 열이 날 경우 맘 카페에서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보단 의사와 상담해 대처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처방까지는 어렵지만,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게 해 응급실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대처 방안을 조언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계와 일부 부모들 사이에선 “처방전 없는 상담이 무슨 의미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 단체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야간·휴일 소아 환자 비대면 처방 금지는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소아·청소년과 대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정부에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병원급 기관, 희귀질환자 등에 비대면 진료 가능


당국은 의원급 외에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도 일부 열어놨다. 1년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희귀질환자와 30일 이내 수술·치료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모든 비대면 진료는 화상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스마트폰 사용이 곤란한 환자는 음성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유·무선 전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로는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수가 30% 가산…비대면 전담기관 운영 금지


팬데믹 이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닥터나우 외에도 다양한 비대면 진료 앱들이 출시됐다. 왼쪽부터 올라케어, 굿닥, 메디르.[각 사]
수가는 코로나19 한시 허용 기간 때와 마찬가지로 대면 진료의 130% 수준을 유지한다. 의료기관과 약국 각각 진찰료와 조제기본료 외에 '시범사업 관리료' 30%를 가산한 값이다. 수가가 올라가면서 환자 본인부담금(통상 진료비의 30% 수준)도 커지게 됐다. 예를 들어 진료비가 1만원일 경우 대면 진료 시 본인부담금이 3000원 발생하지만, 비대면 진료 시엔 진료비가 1만3000원으로 올라 환자가 39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차 과장은 “시범사업을 위해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야 하고 진료 과정에서 대상자를 확인해야 하는 등 의료기관과 약국 업무에 부담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 단체와 소비자 단체에선 비대면 진료 수가 가산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대면 진료보다 수가를 더 주면 (의료계에서) 비대면 진료를 더 선호할 수 있어 남용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국은 비대면 진료·조제만 하는 전담기관 운영을 금지하며 진료·조제 건수는 월 전체 건수의 30% 이하로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또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이나 마약류는 비대면 진료 처방이 불가하다.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이메일을 활용해 전달할 수 있다. 의약품 수령은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의 대리 수령이 원칙이다. 재택 수령은 직접 의약품 수령이 곤란한 섬·벽지 환자와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허용된다.


6월 1일부터 시행…3개월 계도기간


복지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지만 의료기관, 환자의 적응을 위해 3개월간 계도기간을 부여할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제한된 범위에서 실시되는 것”이라며 “향후 시범사업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 발전시켜 안정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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