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다 그래"…性스캔들에도 트럼프 OK, 바이든 NO한 여성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성추행에 연루됐지만 아무도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어요.”(로리 토스ㆍ55)
“저는 트럼프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 아름답게 통치했습니다.”(메리 에크하트ㆍ81)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국 단위 선거의 주요 격전지인 펜실베니아주에서 최근 인터뷰한 여성 유권자들은 각종 성 스캔들에 휩싸여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말했다.
WP는 유명 칼럼니스트 E. 진 캐럴(79)에 대한 성폭행 및 명예훼손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한 뉴욕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의 지난 9일(현지시간) 평결이 나온 며칠 뒤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로 꼽히는 펜실베니아주의 여성 유권자 십여 명을 인터뷰했다. WP는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평결 소식에 거의 동요하지 않았다”며 “어떤 이들은 남자는 남자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부했고 또 다른 이들은 트럼프를 끌어내리려는 민주당의 광범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고 인터뷰 결과를 전했다.
WP가 인터뷰한 여성 유권자들 대부분은 ‘오늘 선거를 치른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트럼프를 찍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이든에 대한 본능적 혐오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투표 요인으로 들면서다.
자동차 수리점에서 일하는 로리 토스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20대의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비난을 받았고 위증 때문에 탄핵당했다”며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다고 생각한다”고 WP에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른바 ‘지퍼 게이트’ 신문 과정에서 “르윈스키와 성적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위증 및 사법방해 혐의로 1998년 12월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나 상원 탄핵재판에서 기각돼 2001년 1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마쳤다.
펜실베니아주 노스햄프턴 카운티의 공화당원인 메리 에크하트는 “트럼프가 다시 출마하기를 바란다”며 “그를 아주 좋아한다. 그가 예비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믿는다는 수잔 코웰은 트럼프에 대한 성폭행 배상금 지급 평결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연막’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에 경멸을 표한 일부 여성들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트럼프 손을 들었다. 응급의료 기술자로 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멜리사 데니스(33)는 여성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를 “역겹다. 쓰레기 같다”고 하면서도 “트럼프와 바이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트럼프”라고 말했다.
데니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투표 요인은 경제다. 그는 “제 남편과 저는 열심히 일하는데 트럼프가 대통령이었을 때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했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의 경제는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기록적으로 치솟은 물가가 바이든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WP는 “바이든의 취임 후 2년 동안 어느 대통령 때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실업률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낮다”며 “그러나 많은 유권자들은 지난 2년 동안 크게 상승한 인플레이션으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불붙은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상 독주 상태다. 지난 24일 공개된 FOX 뉴스 여론조사(19~22일 실시)에서 공화당 지지성향 유권자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비율은 53%로 절반을 넘었고 ‘트럼프 대항마’를 자처한 디샌티스 주지사는 20%에 그쳤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3%(2월 19~22일 실시) ▶54%(3월 24~27일 실시) ▶53%(4월 21~24일 실시)로 견고한 1위를 유지한 반면 디샌티스는 ▶28%(2월 19~22일 실시) ▶24%(3월 24~27일 실시) ▶21%(4월 21~24일 실시)로 완연한 하향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자신과 법정 다툼을 한 칼럼니스트 캐럴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해 캐럴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WP는 “새로운 주장이 나온다고 해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의 마음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론 형성에 있어 성별이 미치는 역할을 연구하는 공공종교연구소의 멜리사 데크먼 소장은 “당파성은 미국 정치에서 매우 강력한 마약”이라며 “상대 정당의 인물을 뽑는 것이 훨씬 더 나쁘다고 보기 때문에 ‘성추행’ 정도는 기꺼이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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