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피해는 국민이..." 대학생들, 화력격멸훈련 반대 농성 시작

양희원 2023. 5. 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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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앞서 6월 15일까지 농성 계획

[양희원 기자]

 29일 오후 승진과학화훈련장 앞에서 대학생들이 화력격멸훈련을 반대하는 농성단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 양희원
 
"전쟁이 일어나면 피해 보는 것은 결국 우리 국민들입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늘 대학생들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와 통일을 바랍니다. 위험천만한 전쟁훈련을 막기 위해 우리는 오늘의 선포식을 시작으로 훈련이 종료되는 6월 15일까지 끈질기고 가열찬 투쟁을 이어가려 합니다."

지난 29일 오후 2시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 앞에 모인 대학생들이 '한반도 핵참화 불러오는 한미전쟁훈련 반대 대학생 농성단 선포식'을 진행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아래 화력격멸훈련)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은 마지막 훈련일인 6월 15일까지 훈련장 앞에서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2017년 4월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됐던 화력격멸훈련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개됐다. 언론은 이 훈련에 '역대급' 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화력격멸훈련으로 인한 전쟁위기 고조를 우려하며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 선포식은 대학생들의 발언과 율동,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의 연대발언 및 상징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한 학생은 "긴장이 고조돼 가는 한반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이야기하며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남과 북이 함께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꿈꿨던 6월 15일에 역대급 대규모 전쟁연습으로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오려 한다"라며 "무력이 아닌 화해와 소통만이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전쟁을 불러오는 화력격멸훈련을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언자로 나선 다른 학생은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우리나라의 안보·경제·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라며 "미국이 대통령실을 도청해도 화를 내긴 커녕 미국을 옹호하질 않나, 일본의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을 용인하질 않나. 이게 대통령인지 미국과 일본의 종인지 알 수가 없다"라고 힐난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신은섭 운영위원장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심리전을 펼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국민들을 전쟁연습 현장에 불러 모아 구경시키며 윤석열의 전쟁위기 고조 행보에 동화시키는 것, 이것이 대국민 심리전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후 농성단 선포문을 낭독한 대학생들은 화력격멸훈련에 동원된 무기들을 쓰레기장으로 보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상징의식을 끝으로 농성 선포식을 마무리한 대학생들이 승진과학화훈련장 맞은편에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하자 경찰이 이를 가로막으면서 잠시 실랑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이 물러나면서 대학생들은 현재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아래는 대학생 농성단 선포문 전문이다.
 
 대학생들이 화력격멸훈련을 반대하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 양희원
 
[전문] 대학생의 투쟁으로 전쟁을 격멸하자!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오늘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전쟁 위기가 심각하게 고조되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윤석열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한미연합 전쟁연습 때문이다.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커다란 규모로 진행하는 연속적인 전쟁 연습 및 훈련 탓에 남북이 함께 걸어온 평화와 통일을 향한 여정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살얼음판 같은 전쟁 위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5일, 기름 앞에서 불장난을 하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마냥 윤석열 정권과 미국은 '2023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이하 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당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6월 15일까지 총 5차례의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북한과 맞닿은 휴전선 코앞에서 '무력 도발' 성격의 대규모 전쟁 연습을 하는 것도 모자라,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겨레의 평화통일을 향한 여정을 약속한 6.15 공동선언 23주년이 되는 날까지 훈련을 강행하겠다니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의 반민족·반통일적 성격을 재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북한아 떨고 있니", "힘에 의한 평화"라는 자극적이며 도발적인 기사 제목을 앞세워 윤석열 정권과 미국의 전쟁 위기 조장에 동조하는 언론 또한 자성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한미 당국의 도발적 행보는 북한의 맞대응을 유도하며 한반도에 더욱 짙은 전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 땅 한반도에 전쟁 재발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대학생들은 위험천만한 전쟁연습을 막기 위해 오늘부터 6월 15일까지 농성에 돌입한다. 격멸훈련을 진행하는 이곳 승진훈련장을 비롯해 포천과 서울 도심에서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윤석열 정권과 미국에 맞서 가열찬 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모든 국민, 단체와 연대하여 전쟁 연습을 저지시키고, 전쟁 위기의 화근인 윤석열 정권과 미국을 몰아낼 것을 다짐한다.

한반도 핵참화 불러오는 전쟁 연습 반대한다!
한반도 전쟁 주범 주한미군 철수하라!
한미일 전쟁 동맹 돌격대 윤석열은 퇴진하라!

2023년 5월 29일
한반도 핵참화 불러오는 통합화력격멸훈련반대 대학생 농성단
 
 29일 오후 승진과학화훈련장 앞에서 대학생들이 화력격멸훈련을 반대하는 농성단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 양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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