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놀이 불꽃 대신 함안군 향한 분노의 불꽃이 남았다"

윤성효 2023. 5. 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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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명 이상 몰려 대혼잡, 군수 사과에도 비판 계속... 일부 공동소송 거론, 예약제 등 대안 제시도

[윤성효 기자]

 함안낙화놀이.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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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돈, 가정화목 다 버렸다"... 함안 방문객들의 이유있는 분노 https://omn.kr/244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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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잡을 빚은 경남 함안낙화놀이와 관련해 조근제 함안군수가 사과문을 냈지만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심한 교통 정체 현상으로 허탕을 치며 애를 먹었던 사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예약제 등 개선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함안낙화놀이는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27일 오후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소재 무진정 정자에서 열렸는데, 이날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대혼잡이 빚어졌다. 급기야 함안군은 '귀가'를 안내하기도 했다.

당초 함안군은 2만여 명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만 명 이상이 모여든 것으로 추산됐다. 남해고속도로를 비롯해 함안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꽉 막히는 상황이 됐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심한 교통 정체에 취소했다.

조근제 군수는 다음 날인 28일 오후 사과문을 통해 "여러가지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에 귀 기울여 문제점을 개선하고 모든 축제·행사에 대해 보다 철저한 계획을 수립하여 방문객 맞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군수 고개 숙였지만... "더 열받게 만드는 사과문"

조근제 군수가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비판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함안군청 홈페이지 군민의소리 게시판에는 30일에도 "최악의 낙화놀이", "진짜 반성하는 기미 없네", "시간·돈·건강·정신 다 망한 낙화축제" 등의 제목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더 열받게 만드는 사과문"이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교통뿐만 아니라 주차장, 화장실, 안내를 비롯한 여러 준비상황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참가자는 "낙화축제를 위해 밤 11시 가까운 시간에 서울에서 KTX를 타고 갔다. KTX 비용만 20만 원이 나왔고, 부산에서 함안을 가기 위한 교통비로 10만 원이 더 나왔다"며 "그런데 무진정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당일에 7시간 넘게 차 안에서 시간을 버렸는데, 제 시간과 돈과 체력과 다 상해버린 기분은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미리 공지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축제였나"고 따졌다.

다른 참가자는 "밥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낮) 12시 점심을 먹인 어린 아들에게 (오후) 11시가 다 돼 저녁이란 걸 입에 조금 넣어줄 수 있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 스트레스를 손해 봤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통제한다는 안내문자 보고 행사 보지도 못하고 되돌아 나오는 길, 반대 방향에서 끝없이 무진정으로 들어오는 차량도 통제하는 인원이 없었다. 낙화 불꽃 대신 함안군청에 대한 분노의 불꽃이 남아 있다"며 화장실 앞에서 길게 줄을 선 장면의 영상을 게시판에 올려놓기도 했다.

함안군을 상대로 피해보상이나 소송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참가자는 "그날 함안에 와서 최악의 시간을 겪고 간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날 함안 톨게이트 드나든 블랙박스 영상, 하이패스 영수증을 모아 두었다. 너무 열 받아서"라고 말했다.

'공동소송'을 제안한 사람은 "더 이상 말하고도 싶지 않을 정도로 최악이었다"며 "함안군이 발표한 방문인원 5만 명을 기준으로 최소 1인당 경비를 5만 원만 잡아도 우리 국민들이 길거리에서 버린 돈이 25억 원이다. 혹시 소송비용이 필요한 경우, 방문객들을 통해 모금운동을 하자. 공동소송 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교통대책·예약제 등 개선 요구 목소리도

개선책을 내놓은 사람들도 있다. 한 참가자는 "사람과 차를 통제하고 돌려보내려면 무진정까지 오게 한 후 돌려 보낼 게 아니라 무진정 도착하기 전에 여러 곳의 진입로를 통제 하고막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낙화놀이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차는 전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길도 모르고 영문도 모른 채 오도가도 못한 그 상태로 어린 아이들과 꼼짝도 못했다"며 "도로를 안내하는 안전요원조차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예약제'도 거론되고 있다. 한 참가자는 "저야 경남 사람이라 한두시간이지만 멀리 경기도, 강원도에서 오신 분들은 진짜 욕만 하면 다행이다. 이런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가신 분들이 함안 특산물인 수박을 사먹겠느냐. 전국에 불매운동이라도 벌어지면 큰일이다. 진심 어린 사과와 향후 관련 행사 개선 대책을 꼭 홍보해달라"며 "사전 예약 추첨제 실시, 짝·홀수달 1회 행사, 다자녀 우선·노인우대 등"을 제안했다.

함안군민이라고 밝힌 익명의 게시자는 진주남강유등축제와 비교하면서 "진주는 고속도로 나들목 근처에 대형 주차장을 조성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함으로써 차량의 시내 유입을 제한한다"며 "가야읍은 시가지 진입 전 논·밭을 대형주차장으로 운영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현기 참여와연대를위한함안시민모임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지난 주말에 함안을 다녀가신 많은 분들께서 불편을 겪게 돼 함안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군민들 사이에서는 함안을 전국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거나 많이 불편했다는 등 반응이 다양하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는데 좋은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다음에는 대책을 잘 세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안군 문화유산담당자는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 무형문화재인 함안낙화놀이는 조선시대 선조 때 함안군수로 온 한강 정구가 백성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매년 사월초파일마다 했다고 전해지며, 일제강점기 때 중단됐다가 1960년 마을청년회가 재연하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연못 위에 3000개 가까운, 참나무 숯가루를 발라 만든 광목 심지에 한지를 싸서 만든 낙화봉을 설치하고, 이걸 수면 위로 늘어뜨리고 불을 붙이면 불꽃이 이슬비처럼 세세하고 느릿하게 물 위로 떨어지는 장면이 연출되는 놀이다.  
 
 함안낙화놀이 관련, 조근제 함안군수 사과문.
ⓒ 함안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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