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군산 '홍어 전쟁' 휴전…"7월부터 총허용어획량 확대"

김준희 2023. 5. 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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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어청도 인근 해역에 나간 한 어선에서 연승 어업을 통해 홍어를 연신 낚아 올리고 있다. [사진 군산 서해근해연승연합회]


해수부 "흑산도·대청도 외 군산도 포함"


참홍어(이하 홍어) 주도권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이어오던 전남 신안군 흑산도와 전북 군산시가 '휴전'을 맞게 됐다. 정부가 국내 홍어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는 군산 앞바다도 포획량을 제한하는 총허용어획량(TAC) 대상에 넣기로 하면서다.

해양수산부는 30일 "오는 7월 1일부터 홍어 TAC 적용 해역을 군산을 포함한 서해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간 전체 홍어 어획량은 3400t으로 정했으나, 시·도 물량을 얼마나 배정할지는 협의 중이다. 현재 TAC 적용 해역은 흑산도 근해와 서해 북위 37도 이북인 인천 옹진군 대청도 근해 등 2곳이다.

해수부는 국립수산과학원 홍어 자원량 평가와 최근 3년간 어획량, 어선 규모 등을 고려해 해당 시·도에 TAC 물량을 할당할 예정이다. 어선별 TAC 물량 배정은 시·도 권한이다.

한국은 1999년 수산 자원을 지속해서 이용·관리하기 위해 TAC(total allowable catch) 제도를 도입했다. 홍어가 TAC 대상이 된 건 2016년이다. 해수부가 적용 해역을 설정하고 관리 권한은 각 광역자치단체에 넘겼다. 군산은 최근까지 TAC 대상이 아니어서 금어기(6월 1일~7월 15일)를 제외하면 1년 내내 홍어를 잡을 수 있었다.

군산과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는 같은 어종이다. 4~5년 전부터 수온 상승과 중국 어선 단속 등으로 어청도 인근에서 홍어 어획량이 급증했다. 동중국해 난류가 서해로 유입되면서 군산에 오징어·고등어뿐 아니라 홍어 어장도 형성됐다는 게 군산시 설명이다.

국내 홍어 생산량 추이. [사진 군산시]


군산 어획량 급증…'흑산도=홍어' 아성 위협


군산시에 따르면 2017년 군산 홍어(4t) 점유율은 2%에 그쳤으나 2019년 224t, 2020년 637t으로 점차 늘더니 2021년 전국 생산량(3121t) 45%(1417t)를 차지했다. 반면 과거 30%를 점유하던 흑산도 홍어는 2021년 14%(407t)로 줄었다.

이 때문에 흑산도를 중심으로 "군산 어민만 아무 제약 없이 홍어를 잡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TAC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TAC 확대 '키'를 쥔 군산 어민을 대상으로 수차례 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허용 업종도 기존 낚시 일종인 연승에다 그물 종류인 자망이 추가됐다. 저인망과 안강망은 빠졌다.

군산 앞바다에서 잡은 홍어 경매가 이뤄지는 군산시수협 해망동 위판장. [사진 군산 서해근해연승연합회]


흑산도 어민 "홍어 싹쓸이…물량 채우기 어려워"


TAC 적용 확대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흑산도 어민은 일단 반기면서도 배정된 어획량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이상수 흑산도 홍어연승협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2년간 변형 어구 등을 이용해 홍어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자원량이 급격히 줄어 올해 가을부터는 많이 안 잡힐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단속하지 않는 한 실제 포획량은 배정 물량(3400t) 3분의 1을 채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흑산도에선 11척이 주로 주낙을 이용해 홍어를 잡고 있다. 주낙은 긴 줄에 낚싯바늘을 중간중간 매단 뒤 미끼를 끼우지 않은 민낚시를 홍어 다니는 길목에 놓고 걸리게 하는 조업 방식이다.

신안군은 흑산도 홍어 부가 가치를 높이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기 위해 2009년부터 수산물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 '홍어썰기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흑산 홍어잡이 어업은 2020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도 지정됐다.

과거 흑산도산 홍어의 집산지인 나주 영산포에 있는 '홍어의 거리'. [프리랜서 장정필]


군산 어민 "1척당 최소 100t 이상 배정해야"


군산 어민은 "흑산도 홍어와 가격 차이가 나는 만큼 수협 위판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합당하게 물량을 배정해 달라"고 해수부에 요청했다. 임세종 군산 근해연승협회장은 "선원 월급 등 지출 규모까지 고려해 어선 1척당 최소 100t 이상은 줘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며 "'우리는 (어획량을) 많이 주고 저쪽은 조금 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거나 상대를 헐뜯으면 홍어 시장 전체가 무너지니 서로 공조해야 한다"고 했다. 수산업계는 과거보다 가격 차이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흑산도 홍어는 1㎏ 기준 경매가가 2만~2만5000원, 군산은 1만~1만1500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군산에서 홍어잡이를 하는 어선은 12척이다. 주로 연승 어업으로 조업한다. 연승 어업은 긴 끈 곳곳에 낚시찌를 달아 수면에 띄우고 미끼를 꿴 낚싯바늘을 바닷속에 늘어뜨려 고기를 잡는 것을 말한다.

전북도·군산시·군산시수협 등은 흑산도 홍어 명성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특색이 담긴 브랜드 개발 ▶위판장과 수산물 저장 시설 현대화 ▶무료 시식회 등을 통해서다.

홍어로 만든 회와 음식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회, 구이, 국, 어포로 좋다"고 기록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사적 매매 단속부터…어민 모두 손해"


그러나 양측 어민은 한목소리로 "해수부가 TAC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어민이 배정된 물량을 지키지 않고 사매(사적 매매)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다. 홍어 새끼를 잡아 통발 어선 등에 미끼로 팔거나 위판장을 거치지 않고 유통하는 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산과학원에선 아직 홍어 자원량 감소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음 달 9일까지 행정 예고 기간 별다른 변동이 없으면 7월부터 TAC를 (서해 전역에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산·신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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