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들여 故정주영 얼굴상…울산판 '큰바위 얼굴' 건립 논란

김윤호 2023. 5. 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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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국도변 야산에 현대·SK 등 국내 대표 그룹 창업주의 얼굴 조각상을 세우는 사업이 추진된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 바위를 깎아 만든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상인 '큰바위 얼굴' 같은 형태다. 이를 두고 "취지는 이해하지만, 너무 많은 돈을 들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 만든 큰 바위얼굴.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조각했다. 김방현 기자


울산시는 30일 "산업도시 울산을 이끌고 빛낸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부지 매입비 50억원, 조형물 제작·설계·설치비 200억원 등 모두 250억원을 추경예산안에 배정했다. 또 해당 사업 근거가 될 '울산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안'을 마련, 다음 달 초 울산시의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250억원 들여 높이 40m 흉상으로
울산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 소유 야산에 들어설 해당 조형물은 울산~언양간 24호 국도에서 조망이 가능하도록 높이 40m 크기 흉상으로 제작된다. 조형물 아래 받침대 높이를 더하면 50m쯤 되는 거대 흉상이다.

울산시는 국내그룹 창업주 3~4명을 조각상 제작 대상 인물로 검토 중이다. 이중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과 SK고 최종현 회장이다. 울산과 인연이 깊은 롯데 신격호 회장과 삼성 이병철 회장 이야기도 나온다.

울산에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있다. 또 SK그룹 석유화학 계열 공장이 위치해 국내 화학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묘가 울산에 있고, 삼성 SDI도 울산을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다.

울산 국도변 야산에 현대, SK 등 국내 대표 그룹 창업주 얼굴 조각상을 세우는 사업이 추진된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 바위를 깎아 만든 4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상인 '큰바위 얼굴' 같은 형태다. 사진은 울산시가 제공한 조감도로, 야산 위로 흉상 제작 후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진 울산시

울산시는 이들 그룹 창업주 중 최소 2명 이상의 얼굴 조각상을 세울 방침이다. 시는 조례 제정 후 오는 7월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제작 대상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해당 그룹과 가족 등에게 얼굴 조각상을 만들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시민 공감대 형성 절차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얼굴 조각상 설치 완료 시점은 내년 8월로 잡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위대한 기업인을 발굴, 기념함으로써 기업가 자긍심 고취는 물론 기업하기 좋은 도시 조성 이미지 만들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예산 낭비 논란도
하지만 세금 250억원을 들여 대기업 창업주 얼굴 조각상을 만드는 것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런 사업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역사회에서의 논의가 없었을뿐더러, 시 내부에서도 제대로 검토하고 절차를 밟았는지 의문"이라며 "울산이 산업수도란 측면을 희화화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울산 남구 야음동에 사는 전모(43)씨는 "기업인 흉상 세우는 거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 만든 큰 바위얼굴.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조각했다. 김방현 기자


한편 미국 큰바위얼굴은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 만들었다. 1927년에 착공, 1941년 핼러윈 데이(10월 31일)에 완공됐다. 조각 전체 넓이는 5.17㎢이며 두상 길이는 60m, 해발 고도는 1745m다. 큰 바위 얼굴은 존경받는 미국 대통령 네 사람 얼굴이 조각돼 있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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