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갯벌에 새만금신공항? 과연 정답일까
[정수근 기자]
▲ 새만금 수라갯벌 물끝선 탐사에 나선 참가자들이 수라갯벌을 걷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지난 5월 20일 새만금 수라갯벌을 다녀왔다. 그 탐방기를 1부(4조원 큰돈 들이고도 못 살린 새만금 살린 건 '바다' https://omn.kr/243fh )에 이어 올려본다. - 기자 주
저어새, 방게, 재첩, 퉁퉁마디, 해홍나물 등 수라갯벌에서 본 생명들은 그대로 수라갯벌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을 만나는 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곳엔 생명 순환의 질서가 자리잡고 있고, 생명그물이 촘촘히 짜여져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수라갯벌에 미군을 위한 새만금신공항을?
이런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도 듣게 된다. 펄펄 살아있는 수라갯벌 자리에 정부가 새만금신공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멀리 보이는 미군기지로 사용되는 군산공항을 더 확장해 새만금신공항을 짓겠다는 것. 이 공항은 민간 이용이 아닌 미군 군사기지로 이용될 것이 뻔하다는 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등 수라갯벌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 성주 주민 손소희 활동가가 성주 사드와 새만금신공항과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원격 조정을 가능하게 하면 발사대는 굳이 소성리에 있지 않아도 평택이나 군산에 있어도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 있게 기능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으로 얘기를 듣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저희가 굉장히 시달리는 게 뭐냐 하면 사드 장비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 정말 군사작전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거든요.
소성리 주민들, 할머니들 열두어 분에 젊은 주민들 저 같은 사람 몇 사람밖에 없는데도 경찰 병력이 최소 2000명에서 3000명씩 들어와서 마을을 전체 다 에워싸고 장비를 넣는 작전을 해요. 저희가 사실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 굉장히 어마어마한 군사작전을 합니다.
오늘 우리 (소성리)부회장님하고 우리 (원불교)교무님도 오셨듯이 저희가 주민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어쨌든 여러 평화 종교인들과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 그리고 저희 인근에 있는 구미, 김천같이 곁에 계시는 주민들과 계속 연대하면서 계속 이 문제를 알려나가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지치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미군기지를 위한 새만금신공항이 이곳 수라갯벌에 지어진다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갯벌에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미군기지를 위해서 새만금의 마지막 남은 살아있는 갯벌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끝선 너머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명 '남수라' 지역이 모두 새만금신공항 부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날 대구팀들이 오후에 열리는 팽팽문화제(평화 문화제)에 참가하는 대신 군산공항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남수라'로 다시 길을 잡은 이유다.
대평원이 펼쳐진 남수라에 들다
▲ 끊없이 펼쳐진 대평원 앞쪽 연두색 갈대군락과 붉은빛의 해홍나물이 군락이 조화롭게 들어차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광할한 습지가 펼쳐져 있었다. 갈대와 사초 군락 그리고 해홍나물 군락이 뒤섞인 독특한 형태의 습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갯벌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염습지의 또다른 한 형태를 이곳에서 만났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도 해수유통이 더 확대되면 바닷물이 밀려올라와 갯벌로 곧바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한다. 경사도가 아주 낮기 때문이다.
이곳은 갯벌과 육지의 경계에 선 지역으로 대평원과 같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습지 안으로 들어섰다. 사초군락이 나타났다가 갈대군락이 나타나고 이내 해홍나물 군락지가 나타나길 반복한다.
▲ 멸종위기종 삵의 배설물.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수라갯벌 염습지 지대서 만난 땅강아지. 무척 반가웠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날 참 오랜만에 땅강아지를 만났다. 어린시절 흔히 봤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진 땅강아지가 살고 있었다. 갯벌이 염습지로 바뀌고 염습지가 육화를 거듭하는 곳에서 육상 생물의 지표종이라 수 있는 땅강아지가 살고 있다는 생명의 신비. 생명은 이렇듯 자기 자리를 찾아 자연스럽게 깃들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 대지에 몸을 맡기다
▲ 탐방 참가자들이 남수라 사초군락지에서 어머니 대지에 온몸을 맡겨 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남수라 사초군락지에 등을 대고 드러누웠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
보드라운 사초군락지에 온몸을 맡겨 봤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등, 얼굴과 뒤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사초군락들. 한참을 말없이 평원과 함께했다. 대자연이라는 어머니 대지에 온몸을 맡겨 본 것이다.
이후 우리는 은사시나무로 다가갔다. 수령이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은사시나무 한 그루는 거의 유일하게 평원 한가운데 자라나 있었다. 특이한 풍경이다. 그 나무 앞에서 한참을 이야기 나눈 후 함께 외쳤다.
▲ 수라갯벌 살아있다, 새만금신공항 반대한다! 외치고 있는 참가자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참가자들이 대지에 뿌리내리려 앉아 수라갯벌이 살아있다고 외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수라갯벌 살아 있다. 새만금신공항 반대한다!"
이후 다시 푸른 대평원을 걸었다. 이곳이 갯벌이었다는 사실은 곳곳에 보이는 조개 폐각 무리들로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는 사초군락을 넘어 갈대군락지를 타고 넘으며 걸었다. 이날 함께한 식생앤생태연구소 이정아 박사도 그 모습을 보더니 "갈대군락이 세력을 넓혀가는 것으로 봐서 육상화가 점점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 참가자들이 남수라에 들어 사초군락과 갈대군락지를 넘어 오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곳은 언제든 갯벌로 돌아갈 준비가 된 거대한 염습지 지대다. 인간이 쌓은 바벨탑과 같은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만들어진, 소금기 도는 염습지인 것.
인간이 쌓은 바벨탑 새만금, 그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그 바벨탑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새만금 농지라는 애초의 계획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경지가 조성돼야 할 곳에 비행장이 들어온다는 것도 얼마나 웃기는 소리인가? 그만큼 이곳은 뒤죽박죽인 채로 30년이 흘러온 것이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사구시적인 자세로 새만금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만경강과 동진강이라는 남도의 두 아름다운 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갯벌이자, 수만 마리의 도요새들이 군무를 펼치는 국제적 철새도래지로서의 강 하구를 과연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한 땅으로 마냥 끌고 갈 것이냐 아니면 이곳을 일부라도 복원해 다시 생산성 풍부한 갯벌로,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부활시킬 것인지 말이다.
▲ 남수라 탐방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갯벌을 빠져나오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마지막으로 오동필 단장은 새만금에 있는 일부 매립농지의 실상에 대해 설명했다.
"농업기반공사가 자기네들이 건설할 수밖에 없는 행위를 만들어야 되는 거죠. 분명히 둑만 만들면 농사를 지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돼요. 너무 농지가 쉽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자기네들 사업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둑을 만들어 놓고 자기네들이 사업을 만들기 위한 과정 속에서 어떤 규모를 만들려다 보니까 준설도 하고 매립도 하는 겁니다.
그래 놓고 농지 만들어놨고 국민들한테 이런 넓은 농지가 만들었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까 벼 농사를 못 짓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뭘 짓고 있냐? 소먹이 풀을 기르고 있어요. 속인 거죠. "
▲ 수라갯벌 살아있다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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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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