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수능 3년차… 2025 정시, 대학이 교차지원 막는다

이영수 2023. 5. 30. 09: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2025학년도 대입에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수능 선택과목 필수 반영을 폐지한 대학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대교협이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비 17개교에서 정시 자연계열 모집단위 지원 시 수학(미적분/기하), 탐구(과탐) 필수 반영을 폐지했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취지에 따른 조치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수험생들이 수능 응시 과목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계열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을까? 통합수능 3년차에 접어든 올해에 발표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통해 대학들의 생각을 살펴보고자 한다.

여전히 인문 성향(확통+사탐 응시) 학생들은 자연계열 지원 어려워

연세대를 비롯하여 경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많은 대학들이 2025학년도 정시에서 수능 필수 응시 과목을 폐지했다. 15개 대학 중 자연계열 모집단위 지원 시 수학 또는 탐구 영역 응시 과목에 제한을 두는 대학은 고려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홍익대의 5개 대학뿐이다.

서울대와 홍익대는 수학 영역과 탐구 영역에 모두 지정 과목을 두어 여전히 수학은 미적분 또는 기하, 탐구는 과탐 응시자만 지원이 가능하다. 고려대는 탐구(과탐)만 지정했고, 서울시립대는 수학 영역에서만 미적분/기하로 제한했다. 숙명여대는 수학과를 제외하고는 탐구에만 응시 조건을 두었는데 사탐/과탐 모두 가능하지만 자연계열 지원 시 과탐을 1과목 이상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택과목을 제한하지 않은 나머지 대학들의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소위 말하는 인문계열 수험생(확통+사탐 응시자)이 지원할 수 있도록 된 것일까? 일단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많은 대학들이 수학 및 탐구 영역에서 지정 과목을 폐지한 대신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경희대는 자연계열 지원자 중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탐구 과목당 변환표준점수 4점씩 가산점을 부여한다. 대체로 탐구영역 과목들의 변환표준점수 만점이 60점대 후반에서 70점대 초반에 형성되는 것을 고려할 때 6%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화여대 또한 과탐 과목당 6%의 높은 가산점을 부여한다.

동국대의 경우 모집단위에 따라 수학(미적분/기하) 또는 과탐 응시자에게 3%를 가산하여 적용하는데, 대부분은 수학(미적분/기하)과 과탐 모두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수학(확률과 통계) 및 사탐을 응시한 학생들의 지원이 쉽지 않다.

이 밖에 연세대는 과탐 응시자에게 3%의 가산점을 추가하며, 성균관대와 중앙대의 경우 가산점 수치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과탐 응시자에 대한 가산점을 언급했다. 한양대 또한 “당해 연도 탐구 과목별 난이도를 고려하여 변환표준점수에 가산점 부여”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건축공, 교통공, 조경 등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한 자연계열에 수학(미적분/기하) 응시자만 지원 가능하도록 한 서울시립대의 경우 과탐 2과목을 모두 선택한 경우 7%의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인문계열 학생들의 지원을 어렵게 했다.

2025학년도 정시 일부 대학 자연계열 수학, 탐구 응시과목 및 가산점 부여 현황. 2025 대학별 입학전형계획 기준(2023년 5월 23일 확인), 붉은색은 필수과목

자연->인문 교차지원도 막는다

지난 2년간 통합수능의 영향으로 정시에서 자연계열 학생들이 대학의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교차지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러한 교차지원 현상은 문·이과 통합이라는 취지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점수상의 유리함 때문이었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표준점수에서의 유리함을 기반으로 선호도가 더 높은 대학의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대학 입학 후 중도 이탈을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져, 대학들의 고민도 컸던 상황. 이에 대해 2025학년도 전형계획을 통해 일부 대학들이 제시한 메시지는 ‘교차지원에 신중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대학은 경희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중앙대 등이다.

경희대, 서울시립대, 연세대는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경우 사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과탐 응시자들의 지원을 불리하도록 했다. 모두 탐구영역에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는 대학들이기 때문에 과목당 가산점을 적용할 경우 의미 있는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대는 인문대와 사범대 지원 시 사탐 선택자에게 가산점을 적용한다. 동국대는 인문과 자연으로 나누어 선발하는 모집단위인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에서 인문 모집에 대해 사탐 가산점을 부여한다.

2025학년도 정시 인문계열 지원 가산점 부여 대학 예시. 2025 대학별 입학전형계획 기준(2023년 5월 23일 확인)

이에 더해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의 경우 수학 반영비율도 2024학년도 대비 5~10%p 낮추었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수학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특히 연세대와 중앙대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탐구 영역의 반영비율도 전년도 대비 크게 높이면서 과탐 응시자의 인문계열 교차지원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였음을 알 수 있다.

2025학년도 정시에서 많은 대학들이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폐지했지만,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 중 선택과목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는 곳은 건국대와 서강대 정도이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 방식이 고교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 이름만을 좇는 수험생들의 경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대입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