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늦둥이 워킹맘이 창업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내 아이들과 내 일이 교차하는 미래

이마루 2023. 5. 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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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최연소 임원이 창업에 도전하게 된 이유?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내 아이들과 내 일이 교차하는 미래

“오래오래 사세요!”

할머니나 할아버지께 드리는 카드 문구가 아니다. 아이들이 나에게 준 생일 카드에 적혀 있는 표현이다. 평상시 엄마의 나이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놀림거리라 얼핏 웃음도 났지만, 언젠가 잠자리에서 “엄마, 우리를 왜 이렇게 늦게 낳았어. 같이 오래 못 살잖아!” 하며 엉엉 울기도 했던 주제라 그냥 상투적 문구가 아님을 안다. 그러게, 왜 이렇게 늦게 낳았을까? 엄마에게 남아 있는 수명을 걱정하는 아이들은 내가 오랜 기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 세계에 입문해 창업까지 하게 만든 원동력이자 영감이다.

엄마가 되기 전까지 나는 일에만 빠져 살았다. 내 건강이나 안위, 경제적 보상조차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지금 돌이켜보니 제대로 챙긴 게 없다.

왜 그랬을까. 당장의 미래조차 내다보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어느 날, 보석 같은 아이들이 나에게 왔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걸 부족함 없이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마흔이 넘어 아이들을 낳고 나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보살피려면 꽤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필요한 국민 육아템을 하나씩 사기 시작하면서, 유치원과 각종 학원비가 카드 대금으로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이모님 월급을 매달 이체하면서, 그야말로 ‘스쳐 지나가는’ 텅 빈 도로가 된 월급 통장을 보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아이들이 자립할 시기가 아직 20년은 더 남았는데, 그렇다면 내가 일해서 그 도로를 스쳐갈 자원을 충당해야 하는 날도 앞으로 최소한 20년은 되어야 했다. 그런데 가만. 나를 지금까지 오게 해준 경쟁력이 앞으로 20년이나 더 유효할 수 있을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유효기간을 20년 더 연장하려면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됐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일, 내가 해보지 않은 일, 신인류라는 MZ세대, 이 모든 걸 실질적으로 겪어보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았다.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 있다.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기존 고객과 위상을 ‘수비’하는 일에 사력을 다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시장 흐름을 요리조리 유연하게 돌파해 때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공격’ 자세로 태세를 전환한 순간, 그 전환이 내게는 마리오의 ‘빨간 버섯’이 됐다.

〈타임〉 지에 소개됐던 한 아이가 상상한 미래의 지구 그림

지금 나는 만 5~8세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놀이 정기구독 서비스 ‘똑똑하마’ 대표다. 내 20년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직업이 AI와 로봇으로 대체되고 지금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아직도 진리로 여겨지는 ‘영어유치원+대치동+SKY=성공’이라는 공식에 따라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적절한 준비일까? 초연결과 인공지능, 생명공학, 우주항공 다방면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등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어린 시기에 경험하고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이 똑똑하마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똑똑하마는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들기와 놀이를 하며, 이를 통해 과학원리가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험적으로 학습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능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설계됐다.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완성하는 키트를 통해 아이는 성취감을 얻고,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진취성도 자란다. 또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부모와 정서적 교감은 물론, 추억까지 쌓게 된다. 똑똑하마가 널리 퍼뜨리려는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 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체험하고 탐구하며 원리를 이해하는 응용력을 키우게 해준다. 이런 교육 방식을 경험한 아이들은 새로운 문제를 접했을 때 창의적으로 접근해 융합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힘을 키운다.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STEAM 교육 보급에 힘쓰고 있다.

STEAM 교육에 집중한 똑똑하마의 키트

오랜 시간 일하면서 많은 여성을 만났다. 여성과 함께 일하는 건 내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창업한 이후에는 예전에 알지 못했던 고민과 외로움이 종종 찾아왔다. 그러던 중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iter Women’s Initiative)’를 알게 됐다. 까르띠에는 이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해 더 나은 미래와 변화된 세상을 꿈꾸는 전 세계 여성 창업자들이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은 물론, 멘토링과 리더십 교육을 16년째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 한국에서 이와 함께 운영 중인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는 여성 혁신 창업가들 사이의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형성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한 준비와 변화, 환경과 지속 가능성, 교육은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내 미래’와도 연결된다.

내 아이들을 생각하며 커리어의 전환을 꿈꾼 나처럼. 혹은 나와 비슷하게 미래를 고민하고 해결의 실마리 혹은 혜안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랑하는 나의 쌍둥이 그리고 모든 아이가 미래를 볼 수 있기를 원한다. 미래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끌어갈 아이들이 열정과 호기심, 인류애로 무장한 인재들로 자라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미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니까. 그리고 그 미래에 내 선택과 일 또한 기여할 수 있기를.

김지영

현 이큅 대표. 39세에 삼성물산 최연소 여성 임원이 됐다. 이후 유기농 생리대를 만드는 스타트업 ‘라엘’에 합류했고, 현재는 과학놀이 정기구독 서비스 ‘똑똑하마’를 선보이며 창업자의 길을 걷게 된 워킹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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