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니코틴파우치·이쑤시개·사탕… ‘무연’ 신종담배 몰려온다

민태원 2023. 5. 3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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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세계 금연의 날’ 고삐 풀린 담배의 진화

녹거나 머금는 기상천외한 담배
해외서 활개… 국내 수입 무방비
냄새 줄이려 가향물 무차별 투입

시계·에어팟·게임기 등 모양에
맛·향까지 다양해져 청소년 유혹

액상형 전자담배 카트리지는
액상 대마 넣는 수단으로 악용
美선 담배에 섞어 팔아 큰 피해

전자담배 기기도 담배에 포함
‘유해성 관리법’ 국회 통과 시급

니코틴 파우치, 이쑤시개 담배, 사탕 담배….

국내에 이미 판매 중이거나 조만간 상륙 가능성이 높은 ‘2세대’ 신종담배들이다. 2008년, 2017년 각각 도입된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등 1세대 신종담배와는 다른 유형이다. 최근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머금는 담배와 녹는 담배의 각각 새로운 형태인 ‘니코틴 파우치’와 ‘사탕형 담배’가 판매되고 있다. 이슬람권 국가에서 사용률 높은 물담배의 진화된 형태인 ‘전자식 물담배’도 출시돼 온라인 중심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이쑤시개 담배’라는 상상 초월 신종담배도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2세대 신종담배의 공세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신종담배가 늘어나는 시점에는 담배규제 정책을 전면적으로 돌아보고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신종담배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및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인 이성규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앞두고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니코틴 파우치는 다국적 담배회사 제품이 이미 국내 수입돼 팔리고 있으며 사탕형이나 이쑤시개 담배, 전자식 물담배는 아직은 도입되지 않은 걸로 파악된다”면서 “담배 규제정책이 강화되고 고약한 냄새와 연기를 싫어하는 사회 분위기가 계속 확산되면 이들 신종담배는 언제든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데, 이를 모니터링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액상·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아예 아무런 연기 혹은 기체가 발생하지 않는 ‘무연 담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 제품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국내 판매가 가능하다.

이 센터장은 2015년 보건복지부 정책 연구에서 머금는 담배, 녹는 담배 등의 국내 시장 진입 가능성을 일찌감치 언급했고 신종담배 감시와 시장 진입 차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기존 궐련과 액상·궐련형 전자담배도 냄새를 줄이려 다양한 가향 물질을 더 강력하게 사용하는 추세다. 반면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가향 물질 첨가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 사이에 ‘베이핑(Vaping)’으로 불리며 사용이 늘고 있다. 시계, 에어팟, 게임기 등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을 갖춘 기기 장치와 맛·향이 다양해진 액상이 청소년을 유혹하기 십상이다. 청소년 액상 전자담배 현재 사용률(질병관리청 조사)은 2011년 4.7%에서 2015년 5.0%로 증가하다 2020년 1.9%로 크게 줄었으나 2021년 2.9%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성인에선 금연 대신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이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 시장동향보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14.8%에 달한다. 30대의 사용률이 가장 높다.

분명한 것은 액상형이든 궐련형이든 전자담배는 담배회사의 메시지처럼 금연을 돕기보단 실제로는 더 쉽게, 더 자주,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액상 기기, 신종마약 사용 수단으로

더 큰 문제는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장치(카트리지)의 경우 최근 사회이슈로 부각된 신종 마약 사용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액상을 담는 기기 장치는 별다른 규제 없이 공산품으로 판매되는 실정이다. 카트리지에 니코틴 액상과 함께, 혹은 니코틴 액상 대신 액상 대마를 넣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에 합성 대마를 넣어 10대와 20대에게 판매한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가장 큰 문제는 수요자가 액상 대마를 먼저 찾기보다 공급자가 액상 대마를 니코틴 액상으로 속여서 팔고 수요자는 중독된 이후에야 이를 알게 된다는 점이다. 액상 전자담배를 사용 중인, 혹은 사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청소년들이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2019년 미국에선 액상 전자담배에 액상 대마를 섞어 사용한 청소년과 20대들이 ‘급성호흡곤란증(EVALI)’으로 약 60명이 사망하고 2000명 이상 입원한 바 있다. 이들의 83%가 니코틴 액상에 액상 대마를 혼합해 사용한 경우였다.

이에 따라 전자담배 기기를 담배에 포함해 포괄 규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청소년들이 액상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해 마약에도 노출될 수 있음을 알리는 부모나 학교 교육이 시급해 보인다.

금연 동기 크게 하락

최근 신종담배는 냄새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만큼 흡연자의 금연 동기를 감소시키는 상황이다. 실제 1세대 신종담배의 보편화, 2세대 신종담배의 본격 시장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궐련 흡연자의 금연 의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수치로 나타난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궐련 흡연자 중 금연 시도율이 2017년 58.2%에서 2021년 45.2%로 13%포인트나 하락했다.

담배 회사들은 연기가 나지 않아서, 불에 태우지 않아서, 신기술을 이용해서 독성물질의 양을 줄였다는 등의 이유로 신종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고 주장한다. 이 센터장은 “물론 그럴 수 있겠지만 그들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 혹은 기관, 단체에서 믿을만한 연구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담배 회사는 모든 신종담배의 위험성을 기존 궐련과 비교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비흡연자와 신종담배 사용자 간의 건강 위험을 비교하기 때문에 당연히 신종담배도 비흡연보다는 훨씬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최근 연구논문을 보면 액상 전자담배 사용 직후 심박수와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부전 등 심혈관계질환, 콩팥질환 등이 증가하게 된다. 또 다른 연구에선 액상 전자담배가 심장의 모양과 심장 근육세포의 수축 능력을 약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신종담배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차단하려면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인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새 담배제품에 대해 사전 검사하는 제도가 있다. 신종 제품이 현재 판매 중인 담배보다 덜 위험하거나 동등하게 위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고, 이를 심사하기 위해선 신종담배에 대한 성분 정보를 FDA에 제출하게 돼 있다. 설사 판매를 허가한다 해도 2년간 모니터링해서 사용자, 특히 청소년 사용자가 증가하면 판매를 즉각 중단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장치를 마련하도록 한 ‘담배 유해성 관리법’ 제정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나아가 현재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서 이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담배 규제 정책을 새로운 제정법(담배관리법)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이 법을 더 확대해 ‘담배 및 니코틴 규제법’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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