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세계인의 민요가 된 나폴리 민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케스트라 작품 중에 ‘이탈리아에서’라는 곡이 있다. 슈트라우스가 1886년 8월 이탈리아의 베로나, 볼로냐, 로마, 나폴리, 카프리, 피렌체 등을 여행하면서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이 곡의 4악장 ‘나폴리 사람들의 일상’에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멜로디가 나온다. 바로 ‘푸니쿨리 푸니쿨라’이다. 이 노래는 루이지 덴차라는 이탈리아 작곡가가 작곡한 것인데, 슈트라우스가 이탈리아를 여행할 당시 나폴리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이 노래를 나폴리를 대표하는 민요라고 생각한 슈트라우스는 그 선율을 4악장 ‘나폴리 사람들의 일상’에 사용했다.
그런데 이 곡이 이탈리아에서 초연되었을 때 문제가 터졌다.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작곡가인 루이지 덴차가 4악장에 자기 노래가 나온 것을 듣고 크게 분노한 것이다. 슈트라우스가 자기 노래를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생각한 덴차는 그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소송 결과는 덴차의 승리였다. 재판부는 슈트라우스에게 ‘이탈리아에서’를 연주할 때마다 원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슈트라우스처럼 나폴리 민요를 나폴리 지방에서 오래 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온 노래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폴리 민요는 태생이 다르다. 우리가 잘 아는 ‘오! 나의 태양’ ‘산타 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등은 모두 이 지역에서 열린 노래 경연대회를 통해 세상에 나온 일종의 창작민요이다.
오래 전 베니스에 갔다가 곤돌라 위에서 ‘산타 루치아’를 부르는 한국인 관광객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사람이 멀리 이탈리아에까지 와서 나폴리 민요를 부르는 걸 보면서 이제는 나폴리 민요가 나폴리를 넘어 전 세계인이 즐겨 부르는 세계인의 민요가 되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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