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으로만 빙빙 돌던 수달 ‘수은 중독’ 이었다
북한강 상류에서 구조된 지 4일 만에 죽은 수달의 사인이 수은 중독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천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수달이 중금속 피해에 노출된 만큼 주변 환경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학술지 생태와 환경(Journal of Ecology and Environment) 최신호에 실린 ‘유라시안 수달의 수은 중독’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강원 화천군 북한강 상류에서 수달 한 마리가 구조됐다. 몸길이 41㎝의 어린 개체였다. 구조 당시 수달은 탈수와 탈진, 심각한 무기력 증상을 보였다. 한쪽으로만 빙글빙글 도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치료에도 불구하고 수달의 상태는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구조한 지 4일 만에 폐사했다.
연구진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수달의 사체를 부검했다. 그 결과, 여러 장기에서 수은 독성으로 인한 광범위한 혈관 손상과 간세포 괴사 등이 발견됐다. 신장과 모발에서도 높은 농도의 수은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증상과 진단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수달의 폐사는 수은 중독에 의한 폐사로 밝혀졌다”고 결론 내렸다. 또, “간 내 수은 농도는 최저 영향 수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면서도 “낮은 농도라도 장기간 축적되면 신경병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1급 멸종위기종이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물고기뿐 아니라 오리 같은 조류까지 사냥한다. 이 때문에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더 높은 농도로 축적되는 중금속 오염에 가장 취약하다. 한성용 한국 수달연구센터장은 “수은은 반감기가 길어서 작은 생물부터 최상위 포식자까지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며 “수달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수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죽은 수달이 발견된 곳은 한강으로 이어지는 북한강 상류 지역이다. 강을 더 거슬러 가면 파로호로 이어진다. 파로호는 어장이 풍부하고 청정한 곳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국내의 호수·강 중에서도 수은 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환경부의 ‘국가 수은 통합측정망 시범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파로호 퇴적물의 총수은 농도는 ㎏당 평균 212㎍(마이크로그램,1㎍=100만분의 1g)으로 조사됐다. 하류인 팔당호의 평균치(36㎍/㎏)보다 5배 이상 높았다.
특히 평화의 댐 북쪽이 수은 오염도가 가장 심각했다. 이에 조사팀은 평화의 댐 상류, 즉 북한 지역에 잠재적 오염원이 있으며 여기서 배출된 수은이 지속해서 파로호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용역을 맡은 이종현 EH R&C의 환경보건안전연구소장은 “상류에 있는 북한 폐광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오염 물질이 강을 따라 남쪽으로 흘러내려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파로호의 수은 오염은 강을 따라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파로호의 오염된 퇴적물이 춘천호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달의 서식지 주변이 개발되면서 중금속 오염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진은 “최근 폐기물 처리장과 골프장 건설 등 주변 환경이 크게 개발되면서 이 지역의 생태적 무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중금속이 다른 야생동물에 축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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