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범죄 느는데…“데이트폭력, 접근금지조차 못해”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김모(33)씨는 자신을 데이트폭력으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전 연인을 살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고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1월 24일에는 인천 남동구에서 스토킹 혐의로 신고를 당한 50대 남성 A씨 역시 신고자인 전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뜨렸다.
이날은 피해자의 7번째 신고였다. 피해 여성은 이미 6차례 A씨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지만 매번 보복이 두려워 그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보복범죄는 고소·고발을 비롯해 수사 단서 제공·진술 등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복범죄 사건은 2018년 268건, 2019년 294건, 2020년 298건, 2021년 434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수사당국은 제도의 허점 때문에 분리조치 등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앞서 시흥동 살인사건이나 인천 사건 역시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 표명 때문에 마땅히 취할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현행법상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데이트폭력은 접근금지 등을 취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제도 보완을 위한 국회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당역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9월 14일 이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5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의 보호 대상에 피해자의 직계 및 동거 가족 등을 포함하여 접근 금지하도록 함”(박영순 의원 등 12인), “스토킹행위의 유형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행위 추가. 스토킹범죄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정부) 등 보복범죄를 막을 수 있는 조치들이 포함됐지만, 소위원회에 회부되고 나서 석 달째 막혀있다.
범죄 유형에 따라 보호조치를 결정하기보다는 보복범죄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일관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복범죄가 반드시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복범죄의 경우 우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긴급 조치는 스토킹 처벌법으로 가능하지만, 완전한 보호를 위해서는 특신법(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에 범죄 유형을 포괄적으로 포함해 피해자 신변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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