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문 열려 20억 날렸다…항공기 테러男에 청구하나
비행 중이던 여객기의 비상문을 승객 힘으로 열어젖힌 아수라장이 빚어지면서 ‘어떻게 하늘에서 비행기 문이 열리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문 열림 사고로 인해 수십억원 대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추산되는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기종의 비상구 좌석 판매를 무기한으로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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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이던 항공기 출입문, 어떻게 열렸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유럽 에어버스의 A321-200기종은 ‘여압방식', 즉 기내·외의 기압 차를 이용해 출입구 문이 개폐된다. 문제는 비행 고도가 약 1000피트(약 300m)까지 낮아지면 비행기 밖 대기압과 기내의 기압 차가 줄어들어 문이 열릴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 역시 착륙 1~2분 전 약 700피트(213m) 상공에서 벌어졌다. 착륙 직전인 탓에 승무원 역시 자신의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다만 일정 고도 이상에서 날고 있을 때는 사람의 힘으로 출입문을 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29일 “압력 차이가 워낙 커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된다”며 “약 15t의 힘이 가해져야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항공기의 비상문 개폐 방식은 크게 ‘핀방식’과 ‘여압방식’으로 구분된다. 이번 문 열림 사고가 벌어진 기종은 여압방식이고, ‘비행 중 잠금장치(Lock actuators)’가 없는 형태다. A321-200기는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비행기 중 상대적으로 작고 오래된 기종으로 주로 국내 노선과 해외 단거리 노선에 14대가 운영된다. 국내에서 에어버스 A321-200기를 보유한 회사는 아시아나와 아시아나 계열사가 사실상 유일하다. 사고 기종의 후속 모델인 ‘A321-네오’은 여압방식이지만, 비행기가 땅에 닿기 전까지는 승객이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없는 핀 장치가 추가돼있다. 항공기 바닥의 랜딩기어에 땅인지 공중인지를 구분하는 장치가 있는데, 지상에 닿았는지 아닌지에 따라 핀이 박히거나 빠지는 방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운항 중인 미국 보잉사 항공기는 모두 이 같은 ‘핀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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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탈출 가능해야 비상구… 누구나 쉽게 열어야”
이렇다 보니 일부 기종에 대해서는 승객들이 문을 열기 더 어렵게 잠금장치를 강화하거나 다른 개폐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항공업계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비상시에 승객들이 쉽게 탈출할 수 있어야 비상구”라고 입을 모아 반대한다.
특정 개폐 방식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고, 방식마다 장‧단점이 확연한 것뿐이어서, '여압방식이라고 더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다. 핀 방식도 핀이 고장 났을 때는 아예 개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핀 고장으로 핀이 안 빠진 상황에서 화염에 휩싸인다든지 다른 형태의 이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천편일률적으로 특정 방식이 더 낫다,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수십억 손해 입은 아시아나, 비상구 좌석 안 판다
이번 문 열림 사고로 아시아나 항공이 입은 피해는 최소 2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항공 업계 추산이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경첩 등 비상구 문에 대한 수리 ▶뜯겨나간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미끄럼틀처럼 펼쳐지는 에어백)에 대한 수리 ▶대구에서 운행이 중단된 항공기를 모 기지(인천‧김포)로 이송하기 위한 경정비 및 비파괴검사 비용 등을 모두 합한 비용이다. 복수의 항공 업계 전문가는 “승객 이모씨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이 역시 국토교통부 조사 및 수사기관의 판단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은 문 개방 사고가 난 기종 ‘A321-200’ 14대 전체에 대해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지난 28일 0시부터 전면 중단했다. 같은 기종을 6대 운영 중인 에어서울도 비상구 앞 좌석 판매를 29일 오전 0시부터 중단했다. 9대를 보유 중인 에어부산은 비상구 좌석 판매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피해자 보상 대책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9명의 승객에 대한 치료비를 전액 보전할 예정이다. 피해구제센터를 운영하며 트라우마 등 사후 피해에 대한 온·오프라인 접수를 받고 있다. 지난 28일까지 2건이 접수됐다고 한다. 당시 탑승한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사고 당일부터 근무에서 제외하고 정서 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 아시아나항공 기장이었던 정윤식 카톨릭관동대 항공대학장은 “비상구 좌석 판매에 제한을 두거나 승무원을 비상구 인근에 추가 배치하는 것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비상구 문에 대한 개조 작업 등 안전 강화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이런 문 열림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밀착시켜 매고 있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학과 교수(한국항공보안학회장)는 “비행기 운항 중 승무원들은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이 있고 승객들도 역시 승무원들의 요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비상구 좌석에 대한 사전교육을 강화하는 등 비행기 보안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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