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아지트, 모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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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도 맡기 어려운 맑고 깨끗한 공기가 미세먼지로 가득 찬 폐를 뻥 뚫어주는 것 같다.
귀는 또 어떻고? 가만히 있으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이슬 같은 비가 슬쩍 흩날릴 때는 합창하는 것이 분명한 개구리 울음소리, 날이 개려고 하자 신나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심신을 힐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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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애 기자]
햇볕이 너무 뜨거워 응달로, 카페로 대피를 했던 어제와 다르게 놀기 딱 좋은 날씨다. 점점 더워지는 5월의 기온을 한 템포 늦춰주는 구름이 고맙다. 비가 오기 전의 찹찹한 대기, 적당한 기온과 시원한 바람, 놀기 딱 좋은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다잡아 달려간 산골에 우리 가족의 아지트가 있다. 조명을 밝힌 듯 붉고 화사한 장미, 초록 담쟁이 넝쿨과 잔디, 푸릇푸릇한 텃밭의 푸성귀, 화단에 자리한 다양한 꽃과 나무들, 겨우 6평 농막이지만 우리에게는 별장과도 같은 곳, 시부모님이 4도 3촌을 위해 마련한 곳이 오늘 우리에게 에너지를 빵빵하게 충전해줄 요새가 되었다.
사방을 둘러싼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 에너지뿐만이 아니다. 어디서도 맡기 어려운 맑고 깨끗한 공기가 미세먼지로 가득 찬 폐를 뻥 뚫어주는 것 같다. 귀는 또 어떻고? 가만히 있으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이슬 같은 비가 슬쩍 흩날릴 때는 합창하는 것이 분명한 개구리 울음소리, 날이 개려고 하자 신나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심신을 힐링시킨다.
▲ 블루베리 열매가 빼곡하다 |
ⓒ 최윤애 |
마당 한쪽에 설치한 그네를 타던 아이들이 얼마 안 가 잠자리채를 들고 나비를 쫓아다닌다. 나비를 따라 마을 이쪽으로, 마을 저쪽으로 다니며 길가에 핀 풀도 보고 마당에 가꿔진 꽃들도 구경한다. 맨손으로도 나비를 잡는 다은이가 채집망으로 나비를 3마리나 잡았다. 소싯적 개울에서 맨손으로 미꾸라지를 잡던 나였는데 아이가 나를 닮은 게 틀림없다.
실컷 뛰었지만 이대로 가기에는 뭔가 아쉽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에 보았던 산딸기 군락을 내려갈 때 다시 보았다. 이제 갓 맺힌 열매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한 나무에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 몇 알이 보였다. 혹여나 뱀이 숨어있을까 조심스럽게 딴 산딸기 8알을 딸들의 손에 건넸다. 봄 눈 녹듯 사라진 산딸기와 아이들의 탄성, 어미는 내 새끼 입에 좋은 걸 넣어주어 마냥 기쁘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고은 <그 꽃>
나도 모르게 고은의 '그 꽃'이라는 시가 쨍! 하고 떠오르는 청정지역. 모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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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주간지 [서산시대] 동시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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