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대신 제주통일정부수립운동으로 이름 짓자"
[김광철 기자]
전교조 해직 교사로서 울산지부장 등을 역임했던 제주 출신 한강범 작가가 살림터 출판사를 통하여 <선생님, 제주 4.3이 뭐예요?>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 서울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및 저자와의 대화의 시간 5월 18일 종로에 있는 '문화공간 온'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와 저자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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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범 작가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하여 '제주4.3연구소', '제주4.3평화재단', '제민일보'4.3 취재반의 '4.3은 말한다' 등의 보고서, 책자, 기사 자료, '제주신보' 등 4.3 당시 지역 신문, 제주경찰청의 '제주경찰사', 정부의 '제주4.3진상보고서', 미군정 보고서인 '제주4.3자료집', 교육청 자료, 여러 지역의 향토지, 4.3 당시의 중앙 일간지 보도 등을 수집하였다. 그렇게 수집된 자료들을 1년여의 시간을 들여 비교, 분석, 연구 등을 통하여 소개하고 있고, 지금까지 연구되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생존해 있는 4.3 관련 인사들이나 그 유족들, 지역민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증언을 채록하여 소개하기도 하였다. 제주 4.3 때 군경의 초토화 작전으로 사라진 마을들, 토벌대와 무장대의 격전지, 수용소, 학살터, 기타 지역 등을 직접 방문하거나 자료를 찾아 기술하기도 하였다.
4.3 당시 한강범 작가의 아버지는 경찰 간부였다가 의원면직되었다고 한다. 백부는 6.25가 나자 예비검속 때 잡혀가서 정뜨르비행장에서 총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4.3평화공원에 위폐가 봉안되어 있고, 행방불명자 공간에 위령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숙부는 47년 3월 10일 제주 총파업 때 서귀초등학교 교사로서 총파업에 참가했다가 6개월 형을 살았고 출소 후 일본으로 밀항하였다. 그의 자작시 중에는 4.3과 관련된 장인 이야기도 살짝 비친다. 아버지 형제들이 남긴 가족사는 제주 4.3이 가족 간에 남긴 갈등과 희생의 한 단면을 볼 수 있게 한다.
▲ <선생님, 제주 4.3이 뭐예요?> 책의 짜임 3부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1부는 제주 4.3은 현재진형이이다, 2부는 증언과 현장시로 이루어진 4.3의 기억들, 3부는 4.3의 유명, 무명의 인물과 가족사, 인간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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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체 300쪽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의 제목을 뽑거나 디자인 등은 출판사가 중심이 되어 편집되었다.
<제1부 왜 제주 4.3은 현재진행형인가요?>에서는 제주 4.3의 원인과 배경, 희생자들의 규모, 제주 4.3과 광주 5.8, 그리스 내전의 비교, 제주 남로당 지도부의 무장투쟁 결정 과정, 7년 전쟁이 아닌 10년 전쟁이었다는 분석, 김달삼(본명,'이승진'), 이덕구, 김의봉 등으로 이어지는 무장대 사령관들의 이야기, 제주 4.3의 정명이 안 되는 이유 등에 대하여 분석해 놓았다.
<제2부 중언과 현장 시로 찾아가는 상징적 4.3의 기억들>에서는 제주 4.3 관련 큰 피해를 입었던 마을, 수용소, 학살터, 토벌대와 무장대 간의 전투 지역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3부 4.3 유명, 무명인물 가족사와 인간사 스토리텔링>에서는 군경의 토벌과 고문, 자신의 가족사, 독립지사 이경선 가족 이야기, 최후의 산사람 오원권과 한순애의 삶과 이야기, 문형순과 정용철 지서장의 극과 극인 경찰의 모습, 살륙의 현장에서 인간애를 보여준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 알려진 이야기들도 있지만 한 작가가 이번에 처음 발굴하여 소개하는 이야기들도 있어 이 책의 가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제주 4.3'은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여야 합의에 의하여 '제주 4.3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여 3년여에 걸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 4.3 진상보고서'가 채택된다.
▲ 제주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사람들 제주 전교조, 노동 시민운동가들, 학교 선후배, 4.3 관련 인사 등이 출판기념회와 저자와의 대화의 시간을 끝내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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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범 작가는 제주 4.3과 광주 5.18을 비교 분석한 대목에서는, 똑같이 부당한 국가폭력에 저항한 운동이지만 제주 4.3 진상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여도 제주 4.3은 금기어가 되어 있었던 점, 제주 4.3을 남로당 무장대의 봉기와 진압, 4.3 피해 중심으로 보려는 시각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강범 작가는 제주 4.3이 일어나게 된 배경으로, 제주의 오랜 전통인 괸당 문화와 공동체 정신, 통일된 자주 독립 국가를 세우고자 했던 제주인들 특유의 열망이 컸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책 56쪽의 '(그림1) 제주도 인민위원회와 한라산 무장대의 조직망'이라는 그림에서 제주 4.3은 공동체조직, 리, 면, 도 인민위원회 조직, '제주민전'과 같은 대중운동 조직, 남로당의 정당조직, 무장대 조직이 서로 유기적이며 융합적으로 연결이 되었기 때문에 제주 4.3 무장 투쟁은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강범 작가는 저자와의 대화에서 이 점을 힘주어 말한다.
제주 평화공원에는 제주 4.3 백비가 누워있다. 한강범 작가는 제주 4.3은 현재 '제주 4.3 사건' 등으로 불리고 있지만 이는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용중 전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4.3'이라는 용어 자체가 지나치게 무장대의 투쟁에 초점이 맞춰진 잘못된 용어라고 하면서 '제주 4.3' 명칭에서 '4.3'을 빼고 '제주통일정부수립운동' 등으로 이름 지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서울에서의 출판기념회 및 저자와의 대화 시간에 밝히는 각오 한강법 작가는 제주 4.3의 정명운동과 제주 4.3을 널리 알리고 대중화하는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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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강범 작가는 제주 도민 전체의 시선으로 민간 시민단체 연합 조직 주도로 '제주통일정부수립운동'으로 이름을 짓자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제주 4.3을 내면화, 대중화, 전국화, 세계화를 위한 제2의 4.3 도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게 잠정 합의를 하고 난 뒤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흐르면서 정명(正名)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강범 작가는 출판기념회에서 "이 책을 집필하면서 진이 빠졌다. 너무 힘이 들어 더는 이런 책을 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는 조국 통일과 자주, 평화의 제주 4.3정신 널리 알려내는 홍보활동과 '제주 4.3'의 정명을 위하여 진력하려고 한다."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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