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좋아한 제비꽃을 한약재로 쓰면
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윤소정 기자]
제비꽃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즈음(4~5월)에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 모양이 제비와 비슷한 데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 조제핀 황후의 초상 앙투안 장 그로, 1809년경, 캔버스에 유화, 60x49 cm, 말메종과 부아프레오 국립박물관 |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
프랑스의 화가 앙투안 장 그로(1771~1835)이 그린 조제핀의 초상이다. 그는 고전파의 마지막 거장이자 낭만파의 선구자였으며, 나폴레옹 시대에 뛰어난 전쟁화를 많이 그렸다.
조제핀 드 보아르네(1763~1814)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의 첫 황비이다. 나폴레옹은 세계를 제패한 영웅이었으나 자신을 지배한 진정한 정복자는 조제핀뿐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조제핀의 첫 번째 남편이었던 귀족 장교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 자작은 처형당하고 그녀도 투옥되었다. 그녀는 제비꽃 다발을 받은 이후 석방이 되었고, 이때부터 조제핀은 이 꽃을 사랑했다고 한다.
나폴레옹도 제비꽃을 좋아했는데, 젊은 시절 '제비꽃 소대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가 엘바 섬으로 유배될 때에 '제비꽃이 필 무렵 돌아오리라'는 말을 남긴 일화도 남아있다.
▲ 로마 캄파냐의 괴테 요한 하인리히 빌헬름 티슈바인, 1787년. 캔버스에 유화, 164x206cm, 슈타델 미술관 |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
18세기 후반의 독일의 초상화가인 요한 하인리히 빌헬름 티슈바인(1751~1829)의 그림으로, 자신의 친구이자 독일의 문호 괴테(1749~1832)를 그린 작품이다.
화려한 로코코풍의 초상화와는 달리, 그림 속 괴테는 일상복을 입고 있다.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비스듬히 앉아 먼 곳을 응시하며 사색에 잠긴 모습이다. 괴테는 고대 그리스의 폐허 옆에 앉아있는데, 이는 그가 고대 그리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서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배경이다.
괴테 역시 제비꽃을 좋아했는데, 아래는 그가 남긴 <제비꽃> 시이다.
제비꽃 한 송이 초원에 피었네
몸 숙여 아무도 모르게 피어 있네
고운 제비꽃이었네.
거기 젊은 양치기 아가씨가 왔네
발걸음 가벼이 마음도 즐겁게
이리로, 이리로,
초원으로, 노래 부르며.
아! 제비꽃은 생각한다, 내가
자연의 제일 아름다운 꽃이었으면
아, 잠깐만이라도
사랑하는 이 나를 꺾어
가슴에 으스러지도록 안아 주었으면!
아, 아,
잠깐, 십오 분간만이더라도!
아, 그러나 아! 그녀는 와서
제비꽃을 주의하지 않고
그만 밟아 버렸네, 그 가엾은 제비꽃
맥없이 쓰러져 죽었네 그러면서도 기뻐하네
나 죽어도, 나는
그녀로 하여 죽느니, 그녀로 하여
그녀의 발에 밟혀!
▲ 황묘농접도 김홍도, 종이에 채색, 30.1x46.1cm, 간송미술관 소장 |
ⓒ 공유마당(CC BY) |
김홍도의 <황묘농접도>로,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는 뜻이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계절의 동식물을 사랑스럽게 묘사한 따뜻한 색감의 그림이다. 바위 아래에서 자라난 패랭이꽃은 붉게 피어있고, 꼬리가 긴 나비는 꽃을 향해 날아든다. 주황빛 아기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나비를 쳐다보고 있다. 화면의 제일 아래쪽에 위치한 한 송이 작은 꽃은 제비꽃이다.
▲ 제비꽃 국내_대한민국_6692, 한국저작권위원회 |
ⓒ 공유마당(CC BY) |
5~8월에 열매가 성숙하면 뿌리째 뽑아 말려서 이용한다.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차다. 열을 식혀주고 해독하며 항균, 소염 작용이 있다. 부스럼, 종기, 피부가 벌겋게 되면서 화끈거릴 때 사용하면 붓기를 내리고 열독을 풀어준다. 눈이 충혈되면서 붓고 아플 때도 도움이 된다. 독사에 물린 상처에 약재를 찧어 즙을 짜서 바르기도 했다.
예전에는 종기가 큰 병이었는데, 이때 자화지정을 활용하여 치료했다. 성질이 비교적 부드러워서 오랫동안 복용할 수가 있어 만성질환에 사용했다. 다만 몸이 허약하고 차가운 체질의 사람은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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