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시다 고위급 협의 제안에 "日과 만나지 못할 이유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납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본의 입장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박상길 외무성 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말이 아니라 실천행동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상은 일본이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납치 문제, 북한의 자위권을 놓고 ‘문제 해결’을 운운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행한 정권들의 방식을 가지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해결해 보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라고 강조했다.

이는 1970~1980년대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으며 북한의 국방력 강화 정책에 일본이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고, 그중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 후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북한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아예 북한에 오지 않았다며 해결할 납치 문제 자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27일 일본인 납북자의 귀국을 촉구하는 국민 대집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