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인성교육…겉핥기식 커리큘럼, 이대로 괜찮나 [아이돌, 인성도 실력이다②]

박정선 2023. 5. 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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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진원 인성교육 지원..."소속사 적극적인 협조, 관심 필요"
일부 기획사는 자체적 인성교육 시스템 두기도

성접대, 몰카 영상 유포 등 성추문 부터 학폭(학교폭력), 욕설, 범죄 행위 이후의 거짓말까지. 연예계가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 특히 빅뱅 멤버였던 승리를 중심으로 버닝썬 사태에 연예인들이 다수 연루됐던 때에는 연예계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이 잇따랐다. 개인의 일탈도 문제지만 이를 방치한 소속사 역시 공범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버닝썬' 사태 저격 의혹을 받은 드라마 '모범택시'의 한 장면 ⓒSBS

이를 계기로 국내 가요 기획사들은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아이돌 육성 커리큘럼에 관련 교육과정을 포함 시키는 추세다. 현재는 일부 작은 기획사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인성교육을 필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는 인사 예절은 물론 교우 관계, 금전 문제, 이성 문제, SNS 관리 등을 다룬다.


많은 기획사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올해는 공인으로서의 연예인의 사회적 역할 및 올바른 가치관을 찾기 위한 ‘프로가 되기 위한 인성강화법’, 연기로 배우는 인성 강화 훈련 ‘연예인 지망생들을 위한 인성강화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수업은 △연예인에 대한 인식 점검 △실수와 실패담, 에피소드 공유 △공인으로서 연예인의 사회적 역할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 공과 사의 밸런스 △연기로 배우는 인성 강화 훈련 △인성을 키워주는 감수성 강화법 △ 프리랜서의 건강한 마인드셋 △현장에서의 신뢰관계 형성 등을 주요교육 내용으로 하고 있다.


콘진원에 의뢰해 최근 5개년 기준 소양 교육(성, 심리, 인성, 건강관리, 자기계발 등)에 참여한 기획사는 평균 18.6곳에 불과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소양 교육 중에서도 ‘인성’ 관련 교육에 참여한 기획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7개 기획사에 머물렀던 2018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14개의 기획사가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참여율로 봤을 때 매해 변동은 있지만 5년 사이 33.3%에서 73.7%로 증가하면서 인성교육이 그만큼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기획사 기준 참여율은 현저히 적어 이 지원 프로그램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연예기획사는 약 3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한다. 그중 아이돌 등 가수가 속한 가요 기획사는 약 1000여개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결국 소양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곳은 전체 연예기획사의 약 1%도 되지 않고, 가요 기획사만 놓고 봐도 2% 안팎이라는 것이다.


콘진원 관계자는 “아이돌의 인성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대중, 특히 또래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소속 청소년 연예인·연습생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과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속사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엠넷

물론 기획사 자체적으로 인성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는 현재 연습생 육성을 담당하는 T&D(Training&Development)팀을 두고 기본적인 역량 교육은 물론 기후환경, 성인지, 다문화, 자기주도성 등 인문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 호주, 태국, 미국 등에서 연습생들이 몰려드는 만큼 다양한 문화권을 이해하는 교육도 필수적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사의 연습생 교육과정은 타사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가수로서의 트레이닝 말고도 사회화 트레이닝, 멘탈 케어, 체력 관리와 더불어 멘토링 프로그램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식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채워주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가요계에서 인성교육의 성지로 불리는 곳도 있다. 가수 박진영이 수장으로 있는 JYP엔터테인먼트다. JYP는 연습생을 교육할 때 ‘진실’ ‘성실’ ‘겸손’을 강조한다. 인성교육, 성교육 등을 비롯해 역사, 상식 교육 등 유명인, 방송인으로서 가져야할 태도와 마인드를 위한 다양한 교육 시간을 제공하고 아무리 흥행성, 잠재력이 뛰어나더라도 인성, 사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과감하게 계약 해지하는 것도 JYP의 특징이다. 박진영이 여러 차례 방송에서 밝힌 인재상은 온라인에서 널리 공유됐고, 한때 그를 강연자로 찾는 곳도 많았다. 아티스트에 대한 인성교육은 물론 JYP는 아티스트와 연습생이 일차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사내 임직원의 도덕성 고취에도 신경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2주에 한 번 꼴로 강사를 초빙해 심리 상담 시간을 갖거나, 자체 교육프로그램인 문화데이를 실시해 역사 특강 및 현장실습을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기획사는 인성교육 관련 질문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유는 같았다. “인성교육은 회사의 노하우”라던가, “인성교육과 같은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이 내규”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기획사에서 근무했던 A씨는 “인성교육이란 타이틀만 있을 뿐, 실제로는 팬 관리하는 법, SNS 활용법, 대중 심리 거스르지 않는 법 등 논란을 피하는 것에만 초점을 둔 겉핥기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아이돌 가수가 대체로 중학생, 빠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집과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달리 연습생들은 평균 3~5년을 연습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소속사는 연습생, 아이돌에게 직장 그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아이돌은 다양한 문화권의 팬들을 만나게 되는 직업이고, 그만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이들이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속사의 철저하고 지속적인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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