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서울, 마이 소울’의 운명은

강준구 2023. 5. 29.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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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서울·유(I·SEOUL·U)'는 서울의 도시 브랜드가 정쟁이 된 첫 사례다.

2002년 이명박 시장이 처음으로 '하이 서울(Hi, Seoul)'을 제정했고, 후임 오세훈 시장은 '하이, 서울' 아래에 '소울 오브 아시아(Soul of Asia)'를 덧붙이는 선에서 브랜드를 수정했다.

그럼 이렇게 만든 '서울, 마이 소울' 도시 브랜드는 3대 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 차기 시장이 바뀌면 다음엔 '아이·서울·유'의 버전 2가 나오진 않을까? 세금을 낭비하는 것도, 쓸 돈을 안 쓰는 것도 영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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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사회2부 차장


‘아이·서울·유(I·SEOUL·U)’는 서울의 도시 브랜드가 정쟁이 된 첫 사례다. 2002년 이명박 시장이 처음으로 ‘하이 서울(Hi, Seoul)’을 제정했고, 후임 오세훈 시장은 ‘하이, 서울’ 아래에 ‘소울 오브 아시아(Soul of Asia)’를 덧붙이는 선에서 브랜드를 수정했다. 그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려 한 것이다. 당시 오 시장은 이를 두고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는 2% 부족하다 느낄 때 이를 꽉 깨물고 참고, 3대를 내려가면 정착한다”며 “‘소울 오브 아시아’를 중국이 거부감을 보여 바꾼다는 설명은 조금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아이·서울·유’ 자체의 논란도 있었다. ‘나는 너를 서울한다’는 의미인데, 도대체 ‘서울하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시는 2015년 10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브랜드 선포식까지도 최종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선포식에 시민과 전문가를 불러모아 선호 투표를 했다. ‘서울링(Seouling)’과 ‘서울메이트(SEOULMATE)’까지 3개의 후보 중 시민 사전투표에선 ‘서울메이트’가 1위를 차지했지만 현장에서 시민·전문가의 몰표로 ‘아이·서울·유’가 최종 채택됐다. ‘너와 내가 연결되는 서울’이라는 현장 프리젠테이션이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어쨌든 다수 시민이 마뜩잖아했지만 시는 선호 투표 형식을 통해 이를 관철했다. 그리고 종국엔 여러 논란이 뭉뚱그려져 혈세 낭비 문제로 귀결됐다. 브랜드 선포식 3억원, 브랜드 개발비 5억원 등 시가 슬로건을 확정하는 데에만 수억원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게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인지, 정말 실익이 있는 건지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시가 8년 만에 다시 도시 브랜드를 교체한다. 최종 선택된 슬로건은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이다. ‘소울 오브 아시아’에 이은 오 시장의 두 번째 ‘소울’ 시리즈쯤 된다. ‘나의 영혼, 서울’이란 뜻이 ‘아이·서울·유’보단 직관적이어서 의미를 두곤 별말이 없는데 브랜드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공개된 디자인 4종을 두고 ‘촌스럽다’는 반응이 많아서다. 시는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시민 공모전을 통해 최종 디자인을 확정하겠다며 사태를 조기 수습했다.

이번 브랜드 디자인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번 작업에서 시가 가장 신경 썼던 건 다름 아닌 혈세 낭비 논란이었다. 브랜드 디자인을 위해 디자인 회사에 지급한 비용은 2000만원 수준이다. 해당 회사는 사회 기여 차원에서 실비만 받았다고 한다. ‘서울, 마이 소울’ 조형물은 포스코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 차원에서 ‘아이·서울·유’ 조형물을 재활용해 무료로 제작해주기로 했다. 브랜드에 담을 ‘서울의 가치’ 찾기 용역과 디자인 용역을 더해 전체 지출한 비용은 1억5000만원 수준이다. ‘아이·서울·유’ 브랜드 제작비의 5분의 1 정도가 투입됐다. 업체에서 받은 디자인에 시 내부 디자인정책부서 조언을 받아 확정한 게 이번 시안이었다.

시가 이렇게 제작비를 아끼려 한 건 지난 정쟁의 영향을 받아서다. 그럼 이렇게 만든 ‘서울, 마이 소울’ 도시 브랜드는 3대 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 차기 시장이 바뀌면 다음엔 ‘아이·서울·유’의 버전 2가 나오진 않을까? 세금을 낭비하는 것도, 쓸 돈을 안 쓰는 것도 영 별로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도시 브랜드가 정쟁이 아닌 올곧이 철학과 예술의 영역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문화·예술 영역에 정치가 묻어서 좋은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강준구 사회2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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