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손봉호 교수 (30·끝) 교육자로서 학생 가르치며 일생 보낸 것은 큰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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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학문 선교 교회 윤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역시 나의 주업은 가르치는 것이었고 모든 다른 활동도 교육자의 신분으로 수행했다.
교육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학생이 알아들을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잘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이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서 암시를 받아 나도 내가 지도하는 박사과정 학생의 학위 논문은 우수하더라도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반드시 다시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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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가르치는 것
잘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과 기본적 도덕성
시민운동 학문 선교 교회 윤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역시 나의 주업은 가르치는 것이었고 모든 다른 활동도 교육자의 신분으로 수행했다. 내가 받은 달란트는 역시 가르치는 것이었고 거기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교육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학생이 알아들을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을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한 결과 한국에서는 철학을 가장 쉽게 가르치는 사람이란 평을 받는다. 적어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지껄이는 거짓은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잘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이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학원 강의는 방학에도 계속했고 학부 학생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숙제를 요구해서 원망을 듣기도 했다. 유학 시절에 옥스퍼드에 가서 그 대학 철학 조교였던 렉스 앰불러로부터 그가 학생들의 철학 숙제를 평가하는 방법을 들었는데 처음에 제출한 논문은 무조건 낙제시킨다 했다.
거기서 암시를 받아 나도 내가 지도하는 박사과정 학생의 학위 논문은 우수하더라도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반드시 다시 쓰게 했다. 물론 능력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고쳐 온 논문은 월등하게 개선되었고 그들 대부분이 대학교수가 되어 잘 가르치고 있다. 은퇴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매년 정초와 스승의 날에 빠지지 않고 모여서 식사를 대접해 준다. “학생과 찰떡은 치면 칠수록 맛이 난다”가 내가 학생들에게 자주 들려준 농담이었다.
기본적인 도덕성이 부족하면 공부를 잘해도 지도자가 될 수 없기에 시험을 무감독으로 치렀다. 강사로 나간 총신대와 고신대에서 시작했고 그 뒤 서울대 사회교육과에서도 시행했다. 학교 시험 같은 것에서 부정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 지도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간단하게 잔소리를 한 다음 시험 문제만 제시하고 교실에서 나와 버렸다. 놀랍게도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부정행위가 있으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보면 시험장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오히려 답안지에 “우리를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은 “우리가 무감독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합니다” 등의 소감을 표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나도 뿌듯했다. 한동대학교는 모든 시험이 무감독으로 시행되는데, 그런 훈련이 그 학교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한다.
어쨌든 모든 자원 가운데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 오늘날 그런 자원을 개발하는 데 일생을 보낸 것은 큰 축복이었다. 아울러 군대에서 진로를 바꾼 목적을 조금이라도 이룰 수 있었으니 감사할 뿐이다. 모두가 하나님의 크신 은혜였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여든 다섯 살을 먹었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조용히 하늘나라에 갈 수 있기만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부족한 사람의 보잘것없는 삶의 여정을 읽어주신 분들과 이런 기회를 주신 국민일보 종교국에 깊이 감사드린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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