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G7 성명에 중국이 웃는 이유
겉과 속은 다르다. 얼마 전 끝난 G7 정상회의 이야기다. 겉으론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을 20여 차례나 언급하며 때린 모양새인데 속으론 모두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홍콩 언론은 중국이 성명에 대해 겉으론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며 격분한 모습을 취했지만, 속으론 G7의 실제 행태가 너무 웃겨 입을 다물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전하고 있다.
중국은 왜 웃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낮아졌다. 용어에서 드러난다. 탈(脫)중국을 뜻하는 ‘디커플링(관계 단절)’이란 말이 ‘디리스킹(위험 억제)’이란 표현으로 변했다. 디리스킹은 중국과 분리할 건 분리하고 협력할 건 협력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말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중국과 디커플링 하는 게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며 디리스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독일과 프랑스가 가세했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디리스킹을 지지한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이 웃는 두 번째 이유는 성명에서 G7이 중국과의 ‘구체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수립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곧 해빙될 것”이라 말했다. 중국도 지난주 5개월 가까이 공석이던 주미 대사로 셰펑(謝鋒·59)을 보내 화답했다. 미국통 셰펑은 말이 험한 전랑(戰狼) 외교관이 아니어서 관계 개선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호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마치 시진핑을 만나기 위해 G7 회의가 폐막하길 기다린 듯한 느낌이다. 중국 고립을 꾀하던 미국의 전략은 왜 먹히지 않나.
지난 22일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한 라디오 TV 프로그램에서 밝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마디가 시사점을 준다. 노 전 대통령은 “지도자와 보통사람의 차이가 뭔가. 생각은 다 비슷하다. 그러나 지도자는 자기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은 세계에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역설하면서 정작 테슬라나 애플 등 자국 기업의 중국 사업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자기 이익은 챙기면서 남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나. 미국 스스로 리더의 자격을 내려놓으니 말이 통할 리 없다.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고 중국 일을 챙길 때다. 축구선수 손준호의 중국 억류나 네이버의 중국 차단 등이 예삿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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