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從心所欲不踰矩(종심소욕불유구)
입력 2023. 5. 29. 00:43 수정 2023. 5. 29. 06:25
지난 25일자 지면에서 살펴보았듯이 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70대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해도 법도에서 벗어남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모든 생각이 자연의 순리와 완전히 부합했기 때문에 생각 내키는 대로 행해도 법에서 벗어남이 없게 된 것이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나 불가(佛家)의 ‘해탈’과 다르지 않은 절대자유의 경지이다.
중국 송나라 때 시인 황정견(黃庭堅·1045~1105)은 도연명(陶淵明)과 두보(杜甫)의 시, 그리고 한유(韓愈)의 만년 문장 등을 평하여 “불번승삭이자합(不煩繩削而自合)”, 즉 “번거롭게 먹줄 치고 대패질하여 깎아내지 않아도 저절로 부합하는” 경지라고 했다. 최고 수준의 목수는 목재를 다듬을 필요 없이 천연 그대로도 용도에 딱 맞게 사용하는데, 도연명·두보·한유의 시와 문장도 일부러 윤색할 필요 없이 저절로 최상의 경지에 부합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도연명·두보·한유를 공자와 맞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진실한 삶으로부터 우러나온 무의도(無意圖)의 문학적 성과를 이룬 점에서는 이들의 경지 또한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로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도연명·두보·한유 등이 ‘종심소욕불유구’의 경지를 이뤘다면 우리도 할 수 있으리라. 내 발밑을 파자! 거기에서 맑은 샘이 솟으리니.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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