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알려준 ‘가짜 판례’ 제출했다가…미국 변호사 청문회행

서유진 2023. 5.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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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의 미국 변호사가 법원에 내는 서류 준비 과정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에 의존했다가 법원 청문회에 회부될 처지가 됐다. 챗GPT를 통해 수집한 판례가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거짓 판례’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케빈 카스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판사는 거짓 판례가 담긴 서류를 제출한 스티븐 슈워츠 변호사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내달 8일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카스텔 판사는 NYT에 “슈워츠 측이 근거로 든 판례 중 적어도 6건이 가짜였다”면서 “이런 일은 법원에서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슈워츠가 변론을 맡은 사건은 2019년 엘살바도르에서 뉴욕행 아비앙카항공 670편 여객기에 탔던 승객 로베르토 마타의 소송 건이었다. 마타는 탑승 중에 서빙 카트에 부딪혀 무릎을 다쳤고, 이를 직원 잘못으로 돌리며 슈워츠를 선임해 항공사를 고소했다. 일반적인 항공사건 공소시효(2년)가 지나 제기된 소송에 맞서 항공사는 사건을 기각해 달라고 맨해튼 연방법원에 요청했다. 그러자 슈워츠는 “사건은 기각 없이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여러 판례를 인용한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문제는 슈워츠가 인용한 판례 중 최소 6개가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3월 항공사 측은 슈워츠가 문건에서 근거로 제시한 판례를 찾을 수 없었다고 법원에 서한을 보냈다. 또 항공사 측이 꾸린 항공법 전문 변호인단이 “슈워츠의 문건은 챗GPT에 의존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일이 커졌다고 NYT는 전했다. 슈워츠는 지난주 법원에 서한을 보내 “챗GPT에 판례가 사실인지 검증을 요청했더니 ‘맞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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