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의 분노 "윤석열은 정치적 야망 위해 검찰을 제물로 팔아먹었다" [이병한 선임기자의 이슈와 사람]
[이병한, 권우성 기자]
▲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직위를 떠나자마자 바로 대통령에 직행했다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 자체가 뿌리채 흔들려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검찰의 중립성에 대해서 믿을까?" 이성윤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작심 비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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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작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검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윤 총장'이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 검찰 조직 전체를 제물로 팔아먹었다"면서 "내가 가장 분노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직위를 떠나자마자 바로 대통령에 직행했다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 자체가 뿌리채 흔들려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검찰의 중립성에 대해서 믿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총장이 조직을 이용한 거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 이용한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 가장 분노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야망을 위해서 조직을, 검찰 전체를 제물로 팔아먹었다, 이런 느낌이 든다."
이 검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4일(수) 저녁 오마이TV 스튜디오에서 '오연호가 묻다' 코너에 출연해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해당 영상은 28일(일) 밤 10시에 공개됐다.
이 검사장과 윤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이 검사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결정적으로 사이가 틀어지게 됐지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 되기 전까지는 사이가 꽤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사법고시(33회)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23기)을 같이 나왔으며, 나란히 검사의 길을 걸었다.
▲ 현직 검사장 이성윤의 분노 “윤석열은 정치적 야망 위해 검찰조직을 제물로 팔아먹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작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검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윤 총장'이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 검찰 조직 전체를 제물로 팔아먹었다"면서 "내가 가장 분노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방태윤 |
▲ 이성윤 검사장과의 인터뷰는 5월 24일(수) 저녁 오마이TV 스튜디오에서 '오연호가 묻다' 코너에 출연해 약 두시간 가량 영상녹화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 검사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이병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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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 이 소송이 윤 대통령에게 그렇게 중요한가?
"윤석열 전 총장이 채널A 사건 수사방해 감찰방해, 판사 사찰 문건 전달로 중대 비위자라고 판결이 됐지 않나. 중대 비위자로 인정한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중대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이 대통령이 된 거다. 그러니까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할 것 같다. 두 번째, 수사나 감찰을 막았다면 형법상 직권남용이 성립될 수 있다.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읽어보면 상세히 나와 있는데, 이 부분은 원고(윤 대통령) 쪽에서 아파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이걸 가지고 혹자는 윤석열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리고 윤 총장이 찍어내기 징계 운운하고 탄압 받았다고 운운하면서 그것을 명분으로 출마를 했다. 만약에 (징계가 정당했다는) 1심 판결이 확정되면 그런 탄압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 아킬레스건, 직권남용죄 이런 말은, 퇴임 후에는 이걸 가지고 사법적인 판단이나 처리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건가.
"퇴임 후에는 면책 특권도 없으니까 일반 시민으로서 죄가 있으면 처벌 받고 없으면 안 받고, 그러지 않겠는가."
현재 이 소송은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윤 총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당시에는 '원고 윤석열-피고 추미애'였고, 2021년 1심 판결 당시에는 '원고 윤석열-피고 박범계'였지만, 그 사이 정권이 바뀌어 현재 항소심에서는 '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이다. 항소심 자체도 매우 늦게 시작됐고, 그 사이 1심에서 승소를 이끌었던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의해 모두 해임됐으며, 새로 선임된 법무부 측 변호인단의 변론 활동이 부실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 검사장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피고 측)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하고, 법무부장관이나 그 참모들은 손을 떼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원고 윤석열-피고 한동훈' 재판에서 벌어지는 일들 https://omn.kr/23egs ).
현재 검찰은 2020년 이 검사장이 징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법무부에 채널A 사건 수사 기록을 넘긴 것을 두고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별개 사안 같지만 현재 진행 중인 징계 취소 소송 항소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검사장은 "나는 보복 수사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1심 판결이 너무 명확하게 돼 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중대 비위자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1심 판결이 뒤집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검사장은 채널A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러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실체나 본질이 진짜 무엇인지는 (당시 한동훈의) 휴대폰을 깠어야, 휴대폰을 분석했어야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나는 윤석열 사단으로부터 사냥과 같은 수사를 당해봤다. 마치 토끼몰이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수사를 받을 때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다. 중앙지검장한테 이 정도면 검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은 어땠을까." 이성윤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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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사장은 소위 '윤석열 사단'의 실체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특수통 패거리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라며 "특수수사를 오랫동안 같이 하면서 인사적으로 챙겨주고, 챙겨준 사람은 고마워서 더 끈끈하게 뭉치는, 이런 류를 윤석열 사단이라고 통칭한다"고 말했다.
윤 사단은 수사 기법에서도 소위 '사냥 수사' 문화를 공유한다며 "윤 총장이 표범이 사냥하듯 수사하라는 비유를 많이 했다"고 이 검사장은 말했다. 그는 "수사를 사냥하듯이 한다는 것은, 특히 언론을 많이 활용하고,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가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지막지하게 수사한다, 그런 식의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김학의 출국금지 관련 수사를 막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았는데, 그 수사 할 때가 윤석열 총장 시절이었다. 토끼몰이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제일 힘든 건 나에 관한 수사 상황이 언론에 계속 보도가 되는 거였다. 어떤 경우는 실시간으로.
그렇게 되면 나를 믿었던 지인들이 의심을 시작하게 되고, 결국에는 관계가 단절된다. 심지어 내 아내도, 당신 큰 죄 저지른 거 아니야? 이렇게 물어본 적도 있다. 아, 이래서 이런 수사를 당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구나... 내가 수사를 받을 때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다. 중앙지검장한테 이 정도면 검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은 어떨까 정말 안타까운..."
결국 이 검사장은 기소됐지만, 지난 2월 15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검사장은 "수사를 사냥하듯이 하면 안된다"면서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하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진상을 규명해서 그 진상에 맞게 처분하는 것이 수사다. 혐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지, 사냥이라는 표현을 써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 이성윤 검사장은 "내가 검찰국장으로 가게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게 '포획'이라는 말"이라며 "나도 포획됐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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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된 직후 단행된 일련의 검찰 인사는 윤석열 사단이 검찰을 장악하는 정점으로 평가된다. 그때 이 검사장은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가게 된다. 당시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을까? 이 검사장은 "내가 신임 검찰국장으로 가기 전에 주요 보직을 대거 윤 사단으로 임명하는 인사안이 (윤 총장과 윤대진 전임 검찰국장에 의해) 짜여져서 장관 결재까지 받아서 밀봉돼 있었다"면서 "그렇게 통째로 다 해서 밀봉한 다음 새로운 국장한테도 보안으로 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밀봉 인사'가 가능했을까? 이 검사장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교체 예정인 박상기 법무부장관, 곧 후임으로 지명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모두가 "윤 총장뿐만 아니라 윤석열 사단을 믿은 것"이라며 "믿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 조국 장관이 사퇴할 때쯤에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은 꿈 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주의자인 것은 알려진 일이다. 검찰주의자는, 검찰의 권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형사처벌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 이 사회를 변혁하고 정화시킬 수 있는 정의로운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검찰주의자들은 검찰은 당연히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어야 되고, 선악을 판단할 때 웬만하면 오류를 범하지 않고, 적은 인원으로도 무한대의 능력을 낼 수 있는 그런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또 조직 내에 비위나 비리가 있다 하더라도 극히 일부의 문제이지 검찰 전체는 항상 청렴하고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니 국민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다.
그래서 조국 장관이 온다고 할 때, (검찰 내부의) 여러 사람이 내게 얘기를 해줬는데, 아마 (조국 장관이) 제도적으로 검찰의 권한을 많이 뺐을 거다, 또 그에 상응하는 인사를 할 거다, 그런 두려움이 많이 있었다. (당시 인사청문회 당일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했는데) 공소장에 일시, 장소, 위조 방법이 특정되지 않은 기소였지 않나.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이, 이게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이다. 또 조국 장관이 온다고 하니까, 기선제압, 요즘 말로 선빵을 날린다? 이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면서 "그 증거가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정부는 적폐청산 수사를 위해 검찰에 너무 많은 힘을 실어줬고, 또 윤석열 사단을 너무 신뢰했다"고 지적했다. 이 검사장은 "내가 검찰국장으로 가게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게 '포획'이라는 말"이라며 "나(이 검사장 본인)도 포획됐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문 정권 수뇌부가 광범위하게 윤석열 사단에 의해 포획돼 있었다는 뜻이다.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여럿 있었고, 심야에도 전화해서 뭐 그러지 마라, 이런 사람도 있었고."
- 그러지 말라는 게, 검찰 개혁 방향으로 가지 마라? 왜 조국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같이 하려고 하느냐?
"그런 취지의 말이었다."
"검사들끼리는 '윤은 꼭 부잣집 중2 같다' 평가"
▲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10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 공동취재사진 |
- 윤석열 대통령은 뭔가 부잣집 중2 같다, 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그거는 어떤 의미인가.
"윤석열 총장 관련해서 평가를 할 때, 절제된 말을 안 하고 약간 말을 험하게 한다든가, 또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 질의에 책상을 친다든가, 또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큰소리로 화를 낸다든가, 한동수 감찰부장 증언에서도 보다시피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막말을 했다든가, 이런 걸 보면 꼭 중학교 2학년 같다고 저희들끼리 많이 평가를 했다."
- 그 저희들끼리가 누구?
"같이 근무하는 검사 동료들."
- 중학교 2학년의 의미는 철이 없다는 건가.
"아무래도 중2병이란 말이 있듯이 자기 통제가 안 되고 이런 느낌."
- 부잣집 철 없는 중2 같다 이런 얘기를 검사들 사이에서 할 정도면,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 검사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건가.
"아는 사람은 꽤 있다. 그게 검찰 내부의 일이고 검찰총장에 관한 일이니까, 아무래도 쉬쉬 하고 말을 안 했을 거다."
이 검사장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해 "검찰에서 배운 지식, 상황, 경험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는데, 과연 진짜 국민들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정치를 할 수 있고,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숫자보다 실제 민심은 더 안 좋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개선될까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 이성윤 검사장은 검찰 내부에도 "이 정부에서 검찰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 권우성 |
이 검사장은 "현 정권이 검찰공화국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정치검찰을 넘어서 검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래 검찰에는 '특검이 예상되면 특검 아니라 특검 할아버지가 와도 밝힐 게 없을 정도로 확실히 수사를 하라'는 말이 있다"면서 "지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검이 예상되는데, 검찰이 수사를 열심히 할까? 나는 안 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윤 총장이 예전에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면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 얘기하던 검사들 다 어디 갔는지, 윤 정권은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지, 그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검찰의 장래에 대해서 고민을 참 많이 하고 있는데, 하... 검찰이 사는 방법이 뭘까,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 사건에 관해서는 누가 와도 누가 처분을 해도 같은 사건에 대해서 같은 결론이 나오게 해야 된다.
두 번째는 검찰 수사에서 피의사실을 흘리든 공표든 뭐든, 언론에 알리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 된다. 관계자의 인권을 말살시키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세 번째는 검찰 권한을 좀 내려놓고 할 부분만 집중하는 게 어떠냐. 검찰이 수사, 수사지휘, 기소, 재판, 집행, 모든 분야에 관여를 하지 않나. 이제는 내려놓고 검찰도 좀 견제를 많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
이 검사장과의 인터뷰 전체 영상은 유튜브 오마이TV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바로 보기 클릭).
https://youtu.be/hK8T5roks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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