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2023. 5. 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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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남자 운전자가 주차하지 않고 법원 근처를 돌고 있다.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고 고민하던 남자는 법원을 벗어나 외곽으로 운전해 갔다.

그 영향 때문인지 남자는 법원에서 선처를 받았다.

이날은 경찰이 신청한 남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에 대하여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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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남자 운전자가 주차하지 않고 법원 근처를 돌고 있다. 계속 휴대전화가 울린다. 언제 도착하느냐는 전화일 것이다. 이미 약속된 시간은 지났다.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고 고민하던 남자는 법원을 벗어나 외곽으로 운전해 갔다. 그리고 어느 낡은 아파트 단지에 주차하고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을 샀다. 차 안에서 음료수 마시듯이 순식간에 소주 한 병을 비웠다.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계단 하나하나를 걸으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아파트 11층까지 올라갔다.

창문을 열었다. 창문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먼저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항상 행복하시라’는 문자를 보냈다. 눈물이 난다.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자신을 변호하던 변호사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지금까지 변호해 주셔서 감사하고 언제나 행복하시라’고 썼다.

변호사는 2년 전에 갓 성년이 된 그 남자를 만났다. 왜소한 체격의 남자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저지른 범죄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친구들은 모두 구속되었으나, 남자는 구속을 면했다. 변호사는 청년과 대화를 계속하면서 남자가 범죄에 연루된 사정을 알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남자는 너무 왜소하고 소심해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외톨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동급생 사이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친구가 자신들의 무리에 남자를 끼워주었다. 그때부터 남자는 일진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못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천성이 소심해 소극적으로만 가담했다. 그 시절 남자는 오랫동안 왕따를 당하다 보니 강한 척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때 저지른 일이 들통나서 뒤늦게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남자는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도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스스로 변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남자는 법원에서 선처를 받았다. 그런데, 또 일을 저지른 것이다. 자격증을 가지고 취업까지 해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던 와중이라 그 스스로도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어서 더욱 비관했을 것이다.

이날은 경찰이 신청한 남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에 대하여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변호사는 먼저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딴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마음 단단히 먹자’라고. 그리고 경찰에게 남자의 심정을 이야기하고 긴급하게 수배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정을 들은 경찰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결국, 두 시간여 만에 아파트 11층 창문에 걸터앉아 울고 있는 남자를 발견해 무사히 구조했다.

그래도 법의 집행은 엄정해야 된다. 당일 법원은 남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변호사는 현재 남자의 심리 상태를 고려하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바야흐로 ‘영장’의 시대다. 검·경은 체포영장,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을 여기저기 날린다. 이러다가 구치소에 수용할 공간이 남아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마저 든다. 헌법과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은 개나 줘 버려야 되는 것인가.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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