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설립, 여야 서로 "가짜뉴스" "거짓선동" 네 탓 공방

곽우신 2023. 5. 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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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이종호 과기부장관이 직접 과방위원 설득 나서라 주문... <문화> 보도, 여야 설전으로 번져

[곽우신 기자]

 지난 25일 오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하는 법은 늘 이런 식이다. 가짜뉴스와 선동, 괴담유포는 일상이 됐다." -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누리호를 보고 생각한 것이 고작 거짓선동인가?" -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두고 정치권 논쟁이 일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에도, 입법기관인 국회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선 적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 모양새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이 더딘 이유를 두고 양당이 '남 탓'을 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

민주당, 정부가 야당 찾아갔는데도 안 왔다고 거짓말? 속기록 보면...

지난 27일, <문화일보>가 '우주항공청 특별법 국회 설명 현황'을 입수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차관 등이 51회 국회를 방문해 입법을 설득했고 그중 28회를 야당 측에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보도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 기사는 "과기부 이종호 장관, 오태석 차관·최원호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 등 정부 관계자가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국회의원실, 국회사무처 등을 방문한 횟수가 51회에 달했다"라며 "그중 민주당 소속 의원실 25회, 성추행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던 무소속 박완주 의원실 2회,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실 1회 등 야당 측 방문이 28회였다. 국민의힘 의원실은 22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이 1회였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매체는 "김(영주) 의원실에도 3차례(3월 6일, 4월 6·19일) 방문 기록이 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의원실도 2차례(2월 22일·3월 30일)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정부의 입법 노력이 부족하다고 한 민주당 일각의 비판 내용과 다른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 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 참석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과 탑재 위성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에서 정부의 입법 의지를 질타한 건 사실이다. 보도의 시발점은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였다. 정부가 발의한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는데,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것.

당시 속기록을 보면, 김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난 17일 과기부 이종호 장관께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는데, '과기부 최대 현안인 우주항공청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통과를 위해서 여야 위원들을 만나서 수시로 설득하고 부탁하고 있다'고 이렇게 했다"라며 "그런데 제 방만 안 찾아온 건지 모르겠는데, 사실과 저는 명백히 다르다고..."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장관께서 여당 의원만 찾아가는지 몰라도 의원실에 찾아와 과기부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법안 통과를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는 자체가 없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의원 역시 "제 방도 안 왔다. 저도 못 만났다"라고 말을 보탰다. 지난 4월 전체회의에 과기부 장관이 불참까지 하면서, 개별 의원들에게 설명도 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였다. 이종호 장관은 "실제로 저희 부에서 저와 또 차관, 관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국회에 설명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저는 위원장께 두 번 이야기를 드렸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과방위 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한테만 부탁할 것이 아니"라면서 "지난번 공개회의 때 위원들 방마다 다 찾아다니면서 설명도 하고 협력을 요청하라고 그랬잖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 위원장실 방에도 안 왔다고 하더라"라며 "국회는 불출석, 불참하고, 또 우주항공청법이 그렇게 오매불망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염원하면서 국회의원들한테는 협력을 요청도 안 하고"라고도 꼬집었다.

이종호 장관은 "저와 1차관이 역할을 분담을 해서 했다. 실제로 1차관께서 방금 말씀하신 위원들 설명을 다 하신 걸로 여기 기록에는 돼 있다"라고 항변했다. 본인이 직접 모든 위원들을 만나지는 않았어도, 차관이 설명에 나섰다는 해명이었지만, 김영주 의원은 "실무자가 와서 하는 게 무슨, 차관이 와서 하는 게 무슨"이라며 "국민들한테 장관께서 기자회견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즉, 당시 야당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종호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의 뉘앙스와는 달리 실제로는 직접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지점이었다.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도 이 장관에게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하시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과기부의 전체 방문 횟수에 방점을 찍고, 야당의 비판이 잘못된 사실에 근거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속기록을 확인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지적한 건 차관이나 부처 직원이 아니라 이종호 장관이 직접 의원실에 와서 설명을 해달라는 부분이었다. 해당 기사에도 '이종호 장관의 직접 방문' 횟수가 몇 회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국정과제 인질극 멈춰라" vs.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지난 2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대에 도착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국민의힘은 해당 보도를 근거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최근 민주당 소속 정청래 의원과 김영주 의원은 과방위에서 우주청 설립을 위한 정부의 소통 노력이 없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사실 확인 결과는 달랐다"라며 "정부는 우주청 설립을 위한 입법 설명을 위해 관계부처 장차관 등이 국회에 총 51회 방문하여 입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라고 논평을 냈다.

그는 "심지어 본인들에게 찾아오지 않는다고 질타했던 정청래 과방워 위원장실과 김영주 의원실에 각각 3차례와 2차례 방문했다"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하는 법은 늘 이런 식이다. 가짜뉴스와 선동, 괴담유포는 일상이 되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라면 무조건 발목부터 잡고 있다"라며 "자신들이 마음먹은 법안은 힘으로 밀어붙여 놓고 정부에 대해서는 야당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호통을 친다. 무엇 하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제 그만 '국정과제 인질극'을 멈추고 우주청 설립을 위한 입법 논의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라고도 지적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맞불' 성격의 논평을 내며 "정부·여당이 '민주당이 우주항공청 설립을 반대한다'며 뻔뻔스럽게 거짓선동을 일삼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주청 설립을 막은 장본인들이 이제 와서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방귀 뀐 사람이 성낸다더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그는 "우주청 설립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했던 것'은 정부·여당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지난 4월 국회에서 과방위가 여당의 반발로 파행된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라도 상임위에 출석했으면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은 상정됐을텐데 장관도 불참하겠다고 했다"라며 "우주항공청 설립에 적극적인 민주당을 정부·여당이 가로막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것을 보고 온국민이 환호했다. 정상적인 정부·여당이라면 이제 어떻게 우주산업을 이끌어갈지, 우주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부분을 챙겨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그런데 이런 감동적이고 중차대한 시기에 정부·여당은 거짓선동을 먼저 떠올렸다. 정략적인 발상 자체가 놀랍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에게 덤터기 씌우지 말고 정부·여당의 본분부터 다하기 바란다"라며 논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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