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공백' 위기의 선관위…與 일각 "외부 인사로 견제해야"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동반 사퇴하며 위기에 빠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뇌부 공백 수습에 나선다. 후임 인선을 놓고 여권 일각에선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인사 발탁을 통해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선관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다음 달 1일 전체위원회의를 열고 박 총장과 송 차장 면직을 공식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두 사람이 동반 사퇴를 선언한 뒤 일주일 만에 사표를 공식 수리하고 체제 정비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선관위는 이번 면직안 처리를 시작으로 총장·차장 직무대행 체제 구성 및 후임 임명 절차를 조속히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직무대행 체제 구성부터 선관위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선관위법과 훈령은 총장이 없을 때는 차장이, 차장이 없을 때는 기획조정실장이 각각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런 동반 궐위 사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이나 전례가 없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기조실장이 총장·차장 업무를 대행하는 방안, 차장 아래 양대 실장인 기조실장과 선거정책실장이 업무를 나눠 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선관위가 자체 진행하는 ▶5급 이상 직원 자녀 특혜채용 전수조사와 ▶‘아빠 찬스’ 의혹을 받는 박 총장, 송 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등 선관위 고위 간부진에 대한 특별감사도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다음달 초에 특별감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남 선관위 간부 자녀 건까지 범위가 확대됐다”며 “5급 이상 직원 자녀 전수조사 대상도 재직자뿐 아니라 퇴직자까지 넓히면서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 같다”고 했다.
대행 인선을 통해 정상화에 속도를 내려는 선관위와 달리 여권에선 “5급 전수조사나 감사 결과를 보고 인선에 나서도 늦지 않다”(국민의힘 고위 관계자)이란 지적이 적잖다. 이 관계자는 “특혜채용이 사실상의 조직적 일탈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5급 전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더 많은 의혹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며 “그때 조직 전반에 대한 문책과 인사 조치를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외부 인사가 사무총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역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구조 속에서 조직의 실질적 1인자인 사무총장은 통상 ‘내부 승진’으로 채워왔다. 그런데 이런 인사 관행이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외부 감시·견제를 받지 않고 내부가 곪아가는 부작용을 강화했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스스로 수술하기에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본다”며 “외부 인선으로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내 지도부 소속 의원도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도대체 아무 견제장치가 없었다”며 “사무총장을 외부 인사로 세우는 게 조직 대수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외부 발탁을 쉽게 얘기하긴 어렵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여권에서는 선관위를 향해 “외부 조사를 받으라”는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명분으로 외부 감사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고인 물을 도려내려면 자체 조사나 감사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는 “사실상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한 ‘힘 빼기’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취임해 임기 6년을 보장받는 노 위원장은 내년 4월 총선 등을 관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며 “조직 분위기가 위원장의 정치 컬러에 따라 상당히 좌우되는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견제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도 선관위 투톱이 동시 사퇴한 지난 25일 노 위원장을 겨냥해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건가”라며 “총체적 관리 부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가. 차라리 그 자리를 내놓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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