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내세운 에르도안 우세”…튀르키예 결선 내일 새벽 결과

이유정 2023. 5. 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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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를 하루 앞두고 열린 이스탄불 유세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UPI=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에서 대선 결선 투표의 막이 오른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이 강력한 튀르키예 민족주의를 앞세워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프랑스24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튀르키예 전역에서 시작된 결선투표는 같은 날 오후 5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마감된다. 결과는 오후 9시(한국시간 29일 오전 3시)쯤 나올 전망이다. 이날 투표는 지난 14일 1차 투표에서 1위 에르도안 대통령(49.5%)과 2위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44.8%)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두 사람의 표차는 전체 6400만 유권자 가운데 약 250만 표에 불과했다.

다만 강성 민족주의 성향의 3위 후보(시난 오안)가 지난 22일 에르도안 지지를 선언하면서, 1차 투표에서 5%대였던 그의 표심이 에르도안으로 옮겨갈 수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선 1차 투표와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승리한 만큼, 의회도 여당이 장악한 상황”이라며 에르도안의 우위를 예상했다.

이번 튀르키예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튀르키예 민족주의였다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있다. 튀르키예 민족과 애국심에 호소한 에르도안의 소위 ‘국뽕 전략’이 먹혀 들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그는 대선을 한달 앞둔 4월 10일 이스탄불 항구에서 튀르키예 강습상륙함 TCG 아나돌루(기준 배수량 2만 7000t급)의 취역식에 참석해 “이 군함은 세계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고하게 강화할 상징”이라고 천명했다. 올해 10월 튀르키예 건국 100주년을 겨냥해선 “새로운 튀르키예 100년을 건설하겠다”며 강한 지도자론을 부각시켰다. 그가 대선 1차 투표 유세를 마치고 찾은 장소도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성소피아 성당). 1453년 5월 29일, 오스만 제국의 7대 술탄 메메트 2세가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뒤 감사 기도를 올렸던 곳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또 한 번 유권자들의 민족주의적 감성에 호소했다.

야권 6개 정당의 단일 후보로 나선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에르도안과 집권 여당의 경제 실정을 정조준했다. 튀르키예는 작년 10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80%를 상회하는 등 전례 없는 고물가, 리라화(현지 화폐) 가치 폭락 등을 겪고 있다. 클르츠다로을루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전통적인 대선 슬로건을 내세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표심은 에르도안 대통령에 좀 더 기울어 있었다. 프랑스24는 “에르도안은 민족주의적 수사, 범이슬람적 영웅주의, 종교적 비유와 같은 ‘포퓰리스트 패키지’로 또다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감정이 결국 경제를 이길 듯 하다”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 전날 저녁 이스탄불의 성지인 아야소피아에서 이슬람교의 예배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교롭게도 결선투표 결과가 나오는 29일은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옛 이름) 정복 570주년이 되는 날이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투표 다음 날 이스탄불에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1세기 술탄’이란 별명을 가진 에르도안이 이곳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는 것으로 장기 집권의 쐐기를 박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한쪽에선 이번 선거에서 언론 보도가 친에르도안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4월 한 달 간 공영 방송TRT의 보도 행태를 분석한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보도 건수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비해 60배 더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스탄불에서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는 후세인 폴라트(64)는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요즘 힘든 건 맞는데, 나는 에르도안 외에 다른 후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면서 “1차 투표 때 투표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에르도안을 찍었다”고 프랑스24에 말했다.

에르도안이 연임에 성공하면 대통령제 1기(2018년 6월~2023년 5월)보다 더욱 보수화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의 AKP와 손잡은 극렬 보수 성향 쿠르드계 수니파 자유명분당이 지난 14일 총선에서 4석을 확보,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자유명분당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조항을 폐지하고, 여성은 본분에 맞는 일만 하도록 근로법을 수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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