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3,2,1”외치고 꽃을 줘봤더니 이런 일이?[개척자 비긴즈]

최기영,이영은 2023. 5. 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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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척자 Y’다. 험난한 교회 개척 여정 가운데 늘 기도하며 하나님께 ‘왜(Why)’를 묻고 응답을 구하고 있다. 개척은 그 자체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자 지향점이다. 출발선(A)에 선 개척자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Z)를 바라보며 묵묵히 걸음을 내디딜 때 당도할 수 있는 마지막 계단이 알파벳 ‘Y’이기도 하다. 그 여정의 열여섯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블사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 다른 히어로 영화와 같은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결이 다른 팬덤을 자랑한다. 자칭 전설의 무법자지만 현실은 우주를 떠도는 좀도둑 피터 퀼, 암살자 가모라, 거구의 파이터 드랙스, 현상금 사냥꾼 로켓 등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이들이 불편한 동맹을 맺으며 우주를 누빈다.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이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오래 여운이 남는 모습이 있다. 출생지와 살아온 환경,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 주인공들이 함께 좌충우돌 우주를 여행하며 동료로 지내는 모습이다. 서로의 다름에 대한 불평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갈등은 외부의 적이 투척하는 갖가지 위기를 통해 극복된다. 극복의 동력은 서로를 향한 이해와 양보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신보다 동료를 더 챙기는 전우애도 발동한다. 그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동료로 만났지만 이내 가족이 된다. 교회 공동체도 비슷하다. 서로 다름을 가지고 있고, 아픔을 가지고 있으며,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들이 모여 예배를 함께 만들어 간다.

서로를 조심스럽게 섬기며 나누고 이해하려는 개척교회 에피소드 1편은 그렇게 2022년 12월 31일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오롯이 우리 공동체 이름으로 처음 드려지는 예배이자 한 해의 마지막 예배 그리고 송구영신예배였다. ‘환한 대낮에 드려지는 송구영신예배라니.’ 수십 차례 송구영신예배를 드려 온 기독교인으로서도 생애 첫 경험이었다. 희한하게도 절로 머금어지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예배 공간이 마련된 건물 3층에 도착을 알리는 엘리베이터의 ‘딩동’ 소리만 들어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오갤의 등장인물들이 에피소드의 주체라면 우리의 공동체는 하나님이 주체가 되어 움직인다. 영화 속 위기를 헤쳐나가는 동료로서 끈끈해진 이들과 달리 공동체의 일원들은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구축해가는 영적 뜨거움으로 움직인다.

기존의 교회에서 개척교회로 걸음을 옮기는 것은 축의금을 두고 오는 것이라고 들었다. 단지 축의금 뿐일까. 그동안의 시간, 관계, 아픔마저 추억이 된 공동체를 뒤로하고 개척교회와 함께 한다는 것은 분명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여행일 것이다. 나에게 두려움처럼 다가온 개척의 여정, 그들에게 다가온 낯선 곳에서의 여행은 반드시 하나님이 주체가 되어 설렘으로 바꿔주실 것임을 믿는다. 그 설렘을 또 다른 기대로 인도해주실 것이다. 그리고 이 공동체에 모인 우리를 동료로 성도로 가족으로 동기화해 주실 것을 또한 믿는다.

개척예배를 송구영신예배로 드리는 건 분명 흔치 않다. 송구영신예배에 모인 성도들이 1월 1일 자정에 맞춰 함께 카운트 다운을 하는 모습이 익숙한 이들에게 낮에 진행되는 송구영신예배는 매우 어색한 그림일 것이다. 통상적인 범주를 분명 벗어난 예배였고 밤에 진행하지 않는 송구영신예배에 대해 묻는 성도들도 있었다.

맞다. 송구영신예배는 늦은 밤에 드리고 지켜주신 한 해에 감사하며 새롭게 인도해주실 말씀을 뽑고 새기는 게 한국교회의 익숙한 문화다. 개척이라는 새 옷을 입어 불편하고 이렇게 빠른 예배 시간도 처음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만 감사하게도 성도들이 이해해주셨다. 예배 시간을 이렇게 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드렸다.

“제가 생각하는 가정과 교회는 이렇습니다. 가정이 교회가 되고 교회가 가정이 되는 공동체, 그래서 해가 넘어갈 때 친구들, 무리들 속에서 카운트 다운을 외치며 축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님께서 주신 가정과 가정에서 함께 그 시간을 보내는 것도 깊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예배 중 설교 전 ‘마음의 예배’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은 자신의 삶을 잠시 나누는 것으로 진행된다. 한 해 마지막 예배의 질문은 이랬다.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면?” 대부분 ‘가족과 함께’를 중심에 둔 나눔을 꺼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첫 공동체인 가정을 품고 우리는 첫 예배를 드리고, 처음으로 가정 속에서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24시간 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 신년예배를 드렸다. 2023년 첫 예배의 주제 문장은 ‘사랑하면 줄 수 있다’였다. 교회의 표어는 ‘복음으로 살다가 좁은 문에서 만납시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말씀을 통해 나눴다.

꽃에 말씀 카드를 달아 꽃을 뽑으면 말씀이 따라오도록 준비했다. 뽑은 말씀이 귀하지만 이 말씀만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의 모든 말씀으로 살자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뽑아 손에 든 꽃을 우리 이웃들에게 나눠주자고 제안을 했다.

모두가 사랑하면 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나눴다. 거리에서도 새해를 맞은 이들에게 행복을 전달했다. 꽃처럼 예쁜 미소를 볼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동장군의 기세가 어찌나 등등했던지 바람이 많이 불어 더 추운 겨울이었지만 시린 손 대신 뜨거운 가슴으로 전한 꽃 덕분에 우리의 새해 첫날은 더없이 따듯했다.

한해의 시작을 꽃으로 출발한 우리는 올해 마지막 날에도 꽃으로 사랑을 나눠주려고 한다. 행복의 가치를 안에서 발견한다면 우리만의 행복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밖으로 흘려보낼 행복의 가치를 함께 발견해내다 보니 더 큰 기쁨을 길 위에서 찾게 되었다.

주님 주신 사랑을 나눌 때 더 큰 기쁨을 주시는 주님의 마음을 우리는 첫 예배 때 교회에서 그리고 길 위에서 발견했다. 이 나눔은 말씀의 나눔이며 삶의 나눔이자 예수님의 사랑을 나눠줌이 된다. 우리의 시작은 개척이지만 확실한 교회의 가치인 긍휼과 선교의 마음으로 한 걸음 세상에 나갈 수 있어서 행복한 발걸음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영(靈)과 사랑으로 동기화되어 함께 걷는다. 그리고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Y will be back!)




최기영 기자 일러스트=이영은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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