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이 밝힌 서세원 사망사건 '제3의 인물들'
[이준목 기자]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 SBS |
최근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MC였던 서세원이 캄보디아에서 사망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스타였다가 논란 속에 잊혀져갔던 서세원은, 왜 머나먼 이국 땅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을까. 그리고 그의 죽음 뒤에 숨겨진 의혹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 있을까.
5월 27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회장님의 수상한 병원-서세원 사망 사건' 편을 통하여 서세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조명했다.
서세원은 한국에서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한때 코미디언, MC, 영화 감독까지 활발한 활동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나, 2014년 '엘리베이터 폭행'사건으로 아내 서정희에 대한 학대와 가스라이팅이 세상에 폭로되며 몰락했고 연예게와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췄다. 서세원은 이후 재혼한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캄보디아로 이주해 목사, 사업가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세원 사망 이후 나온 의혹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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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후로 정작 그의 사망보다 더 이슈가 된 것은, 서세원을 죽음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었다. 서세원은 링거를 맞다가 심정지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당뇨 환자에게 당이 있는 수액을 처방하는 경우는 없고, 당이 높아진다고 급사하는 일도 드물다고 밝혔다.
인터넷 언론사 '디스패치'는 서세원의 사망과 관련하여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언론은 서세원의 사망을 취재하다가 해당 병원에서 프로포폴과 주사기를 발견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서세원이 사망한 해당 병원은 정식 등록도 되지 않은 무허가 시설이고, 해당 병원에서 5년 사이에 무려 3명이 사망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제보자들은 해당 병원이 줄기세포 전문이었기에 서세원도 줄기세포를 맞고 사망했을 수 있다는 의혹과 함께 심지어 '타살'의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장녀 서동주는 아버지 서세원의 사망 소식을 듣고 캄보디아로 날아와 장례식에 참석했다. 생전 서세원과 소원한 사이였던 서동주는 "혈육이니까 딸이니까 마지막은 지켜드리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로 왔다"고 밝히며 애통해했다.
서동주는 서세원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하여 "외국인이라서 CCTV라든가 거기에 있던 물품들, 리스트 이런 것들을 저희가 여기서 막 요구할 수 없다. 영사님 통해서 공식적으로 요청해놓은 상태다. 저희도 답답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런데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서세원의 가까운 지인이라는 박현옥 캄보디아 전 한인회장은 추도사에서 "(서세원의 죽음에) 더 이상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강조하며 취재진의 의혹제기에 불만을 드러냈다. 서동주와 유가족들은 추도사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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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세원이 하필 의사도 없는 무허가 병원에서 의문의 주사를 맞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관계자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제작진은 해당 병원 운영이사였던 김수완(가명)씨와의 인터뷰를 약속받았으나, 당일날 건강을 이유로 약속을 취소하고 제작진의 연락을 피했다. 오히려 제작진에 먼저 연락을 취해온 것은 놀랍게도 박현옥씨였다.
박씨는 장례식 당시만 해도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않는다. 살아있는 사람이 잘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런데 제작진이 다시 만난 박씨는 자신이 한국 언론과 SNS에서 진실을 덮으려고 한다는 의혹을 모두 뒤집어쓴 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씨는 "난 오히려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며 서세원의 죽음을 둘러싸고 침묵할 것을 강요하는 무수한 외압과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박씨는 서세원의 사망 당일날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밝혔다. 당시 박씨는 자신도 지켜보던 상황에서 현지 의사와 경찰이 현장의 물건들을 남김없이 수거해갔다며 '디스패치'에서 "프로포폴과 주사기를 발견했다"는 보도에 연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디스패치' 측은 쓰다남은 프로포폴병은 서세원이 주사를 맞았다는 1층 치료실, 액체가 든 주사기는 2층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의 수거목록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프로포폴을 구매한 것은 서세원 본인일까. 제작진은 CCTV를 통하여 서세원이 사망 당일날 교민 약국에 들러서 25달러 정도의 지출을 한 것을 확인했다. 약국 사장 측은 서세원이 1달어 어치의 수액을 구매했고 나머지는 밀린 외상값이었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취재한 결과 현지 다른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프로로폴 구매가 가능했고 25달러로 500mg 2병 정도를 살 수 있는 가격임을 확인했다.
당시 서세원에게 주사를 놓았던 간호사 짠드라(가명)는 병원에 면접을 보러온 상태였고, 서세원이 먼저 주사를 놓아보라고 지시하여 테스트라고 생각하여 응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캄보디아인 운전기사가 동석해서 통역 역할을 했고, 간호사는 지시에 따라 서세원에게 염화나트륨과 영양제, 그리고 프로포폴을 주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간호사가 서세원에게 주사한 프로포폴은 소량이라고 해도 전문의의 관찰이 없으면 호흡정지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약품이다. 서세원은 당시 무려 1000mg에 이르는 프로포폴을 주사받았고, 간호사는 운전기사의 이야기에 따라 서세원에게 치사량 이상의 프로포폴을 주사하여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 타살 의혹의 핵심이다. 박씨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운전기사는 서세원이 아닌, 운영이사 김씨의 기사라고 증언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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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경찰은 프로포폴 투입을 인정한 간호사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풀어줬다. 국내 전문가들은 그 정도의 양을 사람에게 한꺼번에 주사하려면 병원을 떠나기도 전에 서세원의 사망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간호사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짠드라를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거부당했다. 병원 통역직원이던 썸낭(가명)씨는 당시 치료실에 서세원과 간호사 둘 뿐이이라고 진술한 반면, 간호사는 운전기사까지 셋이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며 서로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제작진은 병원 운영이사 김씨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운전기사가 치료실에 함께 들어갈 수 없다며 부인했지만 이후 기사와 간호사가 잠깐 마주친 일은 있으나 프로포폴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시간이 없었다며 슬쩍 말을 바꿨다. 김 씨는 그 증거로 CCTV 자료화면을 제시했으나 정작 서세원 사망 당일날의 CCTV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고, 그 관리 권한이 병원과 관계된 '개인'에 있다고 밝혔다. 과연 이 개인은 누구를 의미할까.
여기에 제작진은 서세원의 사망과 관계된 '제 3의 인물'과 새로운 의혹에 시선을 돌렸다. 사망한 서세원을 맨 처음에 발견한 캄보디아 현지인 '보파'라는 인물은 서세원의 장례식장에도 등장했다. 제보자는 평범한 여직원인 줄 알았던 보파에 대하여 "여기서 건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언했다.
서세원이 사망한 병원 옆에는 마당 한구석에 경찰차가 주차돼 있고 '분리앙 리'라는 사람 이름이 간판으로 돼 있었다. 병원이 위치한 인근 지역은 서울 광화문처럼 정부기관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병원 건물주 분리앙은 훈센 총리의 처남이자 캄보디아 경찰이 소속된 내무부 차관이었다. 그리고 보파는 바로 훈센 총리의 조카로서 캄보디아의 로열 패밀리이자 병원의 인사담당자였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해당 건물 인근은 경찰들도 얼씬 못하는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라는 것. 바로 서세원 사건에서 중요한 증인이 될 수 있는 보파의 이름이 철저히 숨겨진 것이나, 사망 의혹에도 해당 병원에 공권력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캄보디아 특권층의 이해관계가 엮여있다는 것.
제작진은 보파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캄보디아 경찰과 내무부, 한국 대사관도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하여 회피와 함구로 일관했고, 서세원의 유가족들은 구체적인 내용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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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명시된 '분리앙 리'라는 이름은 바로 이 회장과 캄보디아의 거물 분리앙의 이름을 합친 것이었다. 캄보디아 한인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이 회장은,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를 주요 진료 과목으로 하는 병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캄보디아 정관계에 깊은 유착을 맺은 인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말만 듣고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본 피해자들이 다수였다. 실제로 그는 사기 혐의로 2년 6개월을 복역한 전과가 있는 범죄자였다. 또한 이 회장은 심지어 현지 공권력을 이용하여 이권 다툼이 발생한 라이벌을 구속시키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장이 관련된 해당 병원에서 사망한 것이 서세원만이 아니었다는 것. 제보자는 병원 개원 이후 한국인 3명이 사망했다고 폭로했다. 이 중 지난 2022년 10월, 병원의 전 운영이사였던 백종우(가명)씨가 당한 의문의 죽음은, 서세원의 사례와 놀랄 만큼 흡사하다.
공식적으로는 자살로 결론 내려졌지만, 백씨의 유족들은 타살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많이 무서웠다. 진실을 캐고 다니면 가족에게도 피해가 갈까 두려웠다"며 마지못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했다. 제작진은 이 회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아무런 답변도 들을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발전이 진행중인데 캄보디아에서 개발사업의 이권을 둘러싸고 '한국인 브로커'가 연루된 사기 범죄가 지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의 정부부처들이 캄보디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고 외교관계도 밀접하지 않다보니, 캄보디아를 미끼로 사기꾼들이 활개치기 좋은 구조라는 것.
표창원은 한국 정부가 서세원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것을 두고 "캄보디아라는 중요한 경제-외교파트너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이대로 이 사건이 묻혀지고 외교부-대사관-법무부가 이렇게 움직여나간다면 대한민국은 '부끄러운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서세원은 한국에서 연예인 활동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과 달리, 캄보디아에서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세원은 생전 동영상에서 "캄보디아에서 사기 당한 일도 있고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믿음'으로 살고 있다"며 신앙의 힘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도 믿고 기댈 수 있는 대상이 단지 신만이 아니라, 실존하는 법과 제도, 행정기관과 외교시스템이었다면 어땠을까.
서세원의 행적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서세원이라는 인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에서 의문의 사망을 당하고도 진실을 제대로 규명조차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있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명예를 지켜야 할 대한민국 외교당국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외국에서 의문의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서세원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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