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극적 부활, 죽어가던 시리즈 되살린 두 남자
[양형석 기자]
지난 2021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은 세계적으로 19억 2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역대 세계흥행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관객들이 가장 열광했던 장면은 단연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3부작의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가 톰 홀랜드와 힘을 합쳐 싸우는 장면이었다. '올드보이'의 감동적인 귀환이었다.
하지만 '올드보이의 귀환'이 언제나 관객들의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2011년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이 230만 관객을 동원하자 아쉬움을 느꼈던 제작사에서는 2012년 정준호와 유동근 등 2002년 500만 관객을 모았던 원조멤버들을 복귀시켜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을 선보였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가문의 귀환>은 전국116만 관객에 그쳤고 그 후 <가문 시리즈>는 10년 넘게 차기작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 빈 디젤과 폴 워커가 복귀한 <분노의 질주:더 오리지널>은 전편의 2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
66억 달러 수익 자랑하는 역대 8위 흥행 시리즈
지금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카 체이싱 액션 영화가 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2001년 개봉한 1편이 제작비의 5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도미닉 토레토 역의 빈 디젤이 <트리플 엑스> 촬영 차 시리즈에서 하차했고 폴 워커 혼자 고군분투한 2편은 제작비 대비 흥행수익이 크게 줄었다. 그리고 폴 워커마저 하차한 3편 <도쿄 드리프트>는 제작비의 2배도 회수하지 못하며 시리즈의 지속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제작사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1편의 주역 빈 디젤과 폴 워커의 복귀였다. 그리고 두 주역이 복귀한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은 3편과 같은 제작비(8500만 달러)로 3편의 2배가 넘는 3억 6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드웨인 존슨이 합류한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는 흥행성적이 6억 2600만 달러로 올랐고 2013년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은 7억 8800만 달러를 벌어 들이며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시리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는 2013년 7번째 시리즈 <더 세븐> 촬영 도중 폴 워커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폴 워커의 유작이 된 <더 세븐>은 15억 1600만 달러로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제이슨 스타뎀이 데카드 쇼 역을 맡은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도 12억 3600만 달러의 성적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2019년에는 스핀오프 <분노의 질주: 홉스&쇼>마저 7억 58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분노의 질주>는 폴 워커 사망 후 시리즈의 새로운 주역이 돼야 할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이 <더 익스트림> 촬영 도중 불화를 일으켰다. 결국 '굴러온 돌' 존슨은 2021년에 개봉한 9편 <더 얼티메이트>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또 한 명의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존 시나가 도미닉의 동생 제이콥 토레노역으로 시리즈에 합류했고 <더 얼티메이트>는 주연배우 하차와 코로나19 등 여러 악재에도 7억 26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분노의 질주>는 한국에서 지난 17일, 북미에서는 19일 10번째 시리즈 <라이드 오어 다이>가 개봉했다. '아쿠아맨'으로 유명한 제이슨 모모아와 연기력과 미모를 겸비한 샤를리즈 테론이 빌런으로 출연하고 '캡틴 마블' 브리 라슨도 테스 역으로 출연한다. 여기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배우들인 폴 워커와 드웨인 존슨, 갤 가돗도 회상장면과 쿠키영상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 빈 디젤(오른쪽)은 지난 2021년 고 폴 워커 딸의 결혼식에서 신부 아버지 역할을 대신 했을 정도로 워커와 절친한 사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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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분노의 질주1>이 개봉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빈 디젤과 폴 워커는 아직 신예의 딱지를 완전히 떼지 못한 상태였다. <분노의 질주1>을 끝으로 시리즈를 하차했던 디젤은 <트리플 엑스>를 통해 흥행배우로 올라섰지만 <빈 디젤의 디아블로>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이 연이어 흥행 실패하며 침체에 빠졌다. <러닝 스케어드>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폴 워커 역시 <분노의 질주>에 버금가는 흥행작을 만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따라서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을 통한 복귀는 두 배우에게도 매우 좋은 기회였다. <분노의 질주1>에서 보여줬던 빈 디젤과 폴 워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그리워하던 관객들은 <더 오리지널>을 통한 두 배우의 복귀에 열광했고 3편 <도쿄 드리프트>의 2배가 넘는 흥행성적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빈 디젤과 폴 워커는 폴 워커가 사망한 <더 세븐>까지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를 통해 환상의 콤비로 활약했다.
드웨인 존슨이 합류한 <언리미티드> 이후부터 <분노의 질주>를 감상한 관객이라면 <분노의 질주>가 카 체이스 영화라는 사실에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분노의 질주>는 드웨인 존슨이 합류한 <언리미티드>를 기점으로 1억 달러가 넘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액션 블록버스터로 장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션 블록버스터로 가는 과도기에 있던 <더 오리지널>은 여전히 정통 카 체이스 영화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영화 중반 마약 운반책으로 위장잠입하기 위해 참가한 도미닉(빈 디젤 분)과 브라이언(폴 워커 분)의 레이싱 장면은 카 체이스나 레이싱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멋지고 역동적이다. 특히 레이스 도중 기어를 변속하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얼굴이 아닌 발을 크로즈업 해주면서 레이서들이 간단해 보이는 기어변속에서도 얼마나 몸을 바쁘게 움직이고 레이스에 집중하는지 잘 표현했다.
대만계 미국인 저스틴 린 감독은 2006년 <도쿄 드리프트>를 연출해 혹평을 받았지만 빈 디젤과 폴 워커를 복귀시킨 <더 오리지널>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고 <언리미티드>와 <더 맥시멈> <더 얼티메이트>까지 연출했다(중간에 자리한 <더 세븐>은 <쏘우>와 <컨저링>의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들었다). 2016년 <스타트랙 비욘드>를 만들었던 저스틴 린 감독은 일본의 인기 히어로만화 <원펀맨>의 실사영화를 연출할 예정이다.
▲ <분노의 질주:더 오리지널>이 영화 데뷔작이었던 갤 가돗은 <더 세븐>까지 네 편 연속으로 출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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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이 전편인 <도쿄 드리프트>와 가장 달라진 점은 빈 디젤과 폴 워커의 복귀였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복귀함에 따라 두 사람의 애인이었던 레티 오티즈 역의 미셸 로드리게스와 미아 토레토 역의 조다나 브루스터도 함께 시리즈에 컴백했다. 특히 레티는 <분노의 질주>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중에서 가장 현란한 카 체이스와 액션연기를 선보이는 인물로 <더 오리지널>에서도 관객들에게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했다.
레티는 <더 오리지널>의 오프닝 장면에서 고난도의 스턴트 액션을 선보였지만 영화 초반 곧바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다. 실제로 도미닉이 레티 죽음의 비밀을 쫓는 것이 <더 오리지널>의 핵심 스토리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레티는 <언리미티드> 쿠키영상을 통해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더 맥시멈>에서 기억을 잃은 채로 다시 등장한다. 레티를 연기한 로드리게스는 실제로도 <레지던트 이블>과 <아바타> 등 액션 연기에 특화된 배우다.
도미닉의 연인 레티가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여성 액션을 담당한다면 조다나 브루스터가 맡은 도미닉의 여동생이자 브라이언의 연인 미아 토레토는 순정파 여주인공의 포지션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브라이언과 연락이 끊어진 후에도 그를 잊지 못하던 미아는 브라이언을 다시 만나 원망과 분노를 드러냈지만 결국 브라이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엔 교도소로 끌려가는 오빠 도미닉의 구출작전에 참여한다.
<더 오리지널>은 레티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지젤 하라보(갤 가돗 분)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반가운 일도 있었다. 마약왕 브라가(존 오티스 분)의 접선책으로 등장한 지젤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도미닉에게 반한다. 하지만 레티를 잊지 못한 도미닉은 지젤의 구애를 거절하고 지젤은 <언리미티드>부터 한(성강 분)과 연인이 된다. <분노의 질주>에서 지젤을 연기했던 갤 가돗은 7년 후 원더우먼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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