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젤렌스키가 간곡히 원하는 F-16…베스트셀러 전투기 된 사연

이현우 2023. 5.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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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줄기차게 지원 요청하는 전투기
오일쇼크 속 가성비 집중해 만든 만능기
4500대 이상 판매…전세계 공통주력기

편집자주 - [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 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최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깜짝 방문하면서 국제적인 화제가 됐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의 방문을 환영하며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조종훈련을 지원하겠다 밝히면서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F-16 전투기는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수차례 지원요청을 했지만, 미국에서 확전을 우려하며 좀처럼 지원을 거부한 전투기인데요.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조종훈련 지원에 나서면서 조만간 미국과 서방의 전투기 지원도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국가들 일각에서는 여전히 지원에 신중해야한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데요.

F-16 전투기의 공중작전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가 현재 동부지역 전선을 넘어 후방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습에 대대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를지도 모를 F-16 전투기지만, 사실 1970년대 초에 개발된 노후기종인데요. 얼마나 대단한 전투기이길래 노후기종이 전황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전투기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F-16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바이든 "우크라에 F-16 조종훈련 지원"
F-16 전투기의 이륙모습. [이미지출처=미 공군 홈페이지]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죠. 지난 21일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 회담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G7 정상들의 환대를 받으며 추가적인 군사지원을 약속받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억7500만 달러(약 498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발표하고, F-16 전투기 훈련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전투기들이 러시아 영토로 진격하는 데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며 "다만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러시아군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영토 방어로 한정됐지만 향후 F-16 전투기의 직접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죠.

미국 뿐만 아니라 서방 각국도 F-16 지원을 본격화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23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국방 분야 회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조종훈련 지원 의사를 밝혔는데요. 그는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그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돕겠다"면서 "그렇다고 나토와 나토 동맹국이 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악수하고 있다. 히로시마=EPA·연합뉴스

그는 전투 조종 훈련에 대해 "어느 시점에서는 실제 전투기를 제공할 수 있게 할 중요한 단계"라며 "우리가 장기적으로 계속 있을 것이며, 러시아로 하여금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퇴장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분명한 신호"라고 강조했죠.

해당 회의에 함께 참석한 카샤 올롱그렌 네덜란드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종 훈련에 벨기에, 덴마크, 영국 등이 참여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나토의 전투기 지원에 따른 확전 우려도 함께 나오면서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전투기 조종 훈련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면서도 "자체적으로 F-16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종 훈련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죠.

◆역사(History)1 : 1차 오일쇼크 여파 속에 나온 가성비 최고 전투기
F-16 전투기의 제조 모습.[이미지출처= 록히드 마틴사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이 F-16 전투기는 최신예 전투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이미 운용된지 40년을 넘은 노후기종입니다. 록히드 마틴사에서 1970년대 초부터 개발에 들어가 1978년에 도입된 전투기인데요. 전세계에 무려 4600대 이상 판매돼 현재 현역인 전투기 중 가장 많이 팔린 전투기로 유명하죠.

원래 이 전투기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발생 이후 전투기 유지비를 줄여야하는 입장에서 개발됐습니다. 당시 미 공군에서 주력기로 개발한 것은 F-15 전투기였지만, 성능은 우수한데 비해 너무 유지비가 비싸다는 단점으로 많이 보급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다량 보유가 가능하면서 일정 이상 성능을 낼 수 있는 보급형 전투기가 필요했고 이러한 수요에 따라 태어난 전투기가 F-16이었습니다.

이후 미군은 최신예 주력 전투기와 보급형 전투기를 나눠서 개발, 배치하는 전략을 취하게 되는데요. 이것을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 전략이라고 부르게 됐죠. 고성능(high) 전투기와 보급형(low) 전투기 모두 수요가 있는만큼 무조건 고성능 전투기만 개발해 배치하는 것이 오히려 가성비가 나쁘다는 인식이 커지게 된 결과였습니다.

실제 F-16의 연간 유지비용은 다른 주력 전투기에 비해 저렴한 편으로 인식되는데요. 우리 돈으로 연간 유지비는 약 10억원 정도로 F-15의 3분의 1 수준이고,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기종의 10분의 1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역사(History)2 : 튀르키예-그리스 F-16 비행단끼리 도그파이팅
2020년 8월 튀르키예(터키) 공군 F-16 전투기가 그리스군 F-16 전투기를 조준하며 대치했다고 공개한 사진.[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렇게 유지비가 저렴한 F-16은 성능도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개발사인 록히드 마틴사에 따르면 F-16의 최고 속력은 마하 2.02, 전투행동반경은 550km에 이르고 항속거리도 4220km에 달합니다. 속도나 작전반경, 비행거리 모두 4세대 전투기로서 우수한 편에 들죠. 공중전, 지상폭격, 대함폭격 등 거의 모든 공중작전에 투입 가능한 다목적성도 아주 큰 장점입니다.

이로인해 1978년 미국에서 첫 도입 이후 전세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현재 미군에서 보유중인 대수만 2500대 이상이고 전세계로는 2100여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죠. 중국이나 러시아, 구소련 국가들 일부를 제외하고 공군력을 갖춘 국가들 대부분이 F-16을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이 배치됐습니다.

그렇다보니 간혹 같은 국적이 다른 F-16 전투기들끼리 충돌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지난 2020년 8월 키프로스 섬 상공에서 그리스 공군 F-16 비행단과 튀르키예의 F-16 비행단이 서로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대치하다가 서로 상대편 전투기의 후미를 잡아 공격하는 이른바 '도그파이팅(Dogfighting)'을 벌인 것입니다. 양군은 서로 미사일 발사 직전까지 갔지만, 다행히 실제 폭격이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죠.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많이 배치돼있다보니 노후기종임에도 교체가 어려워지면서 아예 미국에서도 기존 기체에 전자전 장비를 탑재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리모델링이 된 것인데요.

지난 2012년 록히드 마틴에서 전자전장비를 탑재한 업그레이드 버전인 F-16V를 발표했고, 현재 전세계 각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번 업그레이드로 F-16은 앞으로 최소 2070년대까지 현역으로 남게될 전망인데요. 총기도 아닌 전투기임에도 무려 100년 가까이 운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노후장비임에도 매우 뛰어난 가성비와 어떤 작전에도 쉽게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앞으로도 수십년간 전투기 업계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낼 것으로 보입니다.

◆시사점(Implication) : 종전이냐 확전이냐 갈림길이 될 F-16 지원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우수한 가성비를 갖춘 F-16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면 당장 공군력 부족을 호소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F-16은 전투기로나 폭격기 모두 우수한 사양을 갖춘만큼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용이든 공격용이든 F-16을 다방면에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F-16 지원 이후인데요. 아무리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약속했다고해도 전투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F-16 전투기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100% 막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러시아 본토와 매우 가까운 돈바스 북부 지역의 경우에는 언제든 F-16 전투기의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에 떨어질 확률도 높은데요.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이를 확전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아직까지 자국 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 한정짓고 다른 주변국 침략까지 시행하고 있진 않지만, 나토와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에는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군사력, 경제력이 매우 미약한 우크라이나의 이웃나라 몰도바의 경우 손쉽게 무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F-16 전투기를 활용한 작전이 러시아 점령지 탈환에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반론들도 있습니다. 미국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을 비롯한 주요 점령지에 S-300 미사일 방어체계를 설치했고, 이 방어체계는 F-16 전투기로도 폭격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있죠. 오히려 F-16 전투기가 격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전투기 지원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야 할 항공유, 정비 부품, 탑재 미사일과 포탄 등의 부담도 엄청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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