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건 폐지" '놀면 뭐하니' 이경규 직언에 깜짝

김상화 2023. 5. 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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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놀면 뭐하니?> 눈길 모은 웃음 가득 조언

[김상화 기자]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MBC <놀면 뭐하니?>가 가정의 달을 맞아 "예능 선생님"과의 만남을 가졌다. 지난 27일 방영된 <놀면 뭐하니?>에는 '예능 대부' 이경규, 이윤석을 초대해 최근 방송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웃음 넘치는 배움의 시간을 마련했다.  

프로그램 개편, 일부 멤버 하차설 등이 쏟아지는 등 프로그램의 부진, 흔들리는 정체성 등으로 고민에 빠진 <놀면 뭐하니?>로선 가장 적합한, 그리고 꼭 만나봐야 할 인물을 초대한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과거 <놀러와> <무한도전> 등에서 언급했던 이경규의 예능 진단은 훗날 현실이 되었다. 

데뷔 43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다양한 인기 프로그램의 핵심 출연자로서 관록에 기인한 통찰력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무한도전> '예능 총회'편 이후 모처럼 유재석, 정준하 등과 만난 이경규는 이번에도 특유의 입담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화제의 시상식 수상 소감 이유 + 예능인의 필수 덕목은 ?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이경규와의 만남에서 제일 먼저 언급된 내용은 지난해 연말 연예대상에서 말한 그의 수상 소감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건 정신 나간 놈이다. 박수 칠 때 왜 떠나냐. 한 사람이라도 안 칠 때까지 활동하도록 하겠다"라는 웃음 반, 의미 반이 담긴 이야기는 후배 예능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당시 영상을 쑥스러워서 보지 않았다는 그는 이날 방송에서 "공로상 받으면 대부분 떠나더라. 나 안 떠난다. 공로상 100개를 줘봐라 내가 떠나나 안 떠나나"라고 지적했다. "이걸 받으면 떠나라는 얘긴데, 내가 떠날 수 있겠냐. 앞으로는 누구든 공로상 받으면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이 상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은 것이다"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소신으로 후배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평소 사생활 관련 잡음 없이 장기간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예능인의 필수 덕목 4가지도 함께 언급했다. 이경규는 이를 두고 "심성, 인성, 품성, DNA를 갖춰라"라고 웃음과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오래 활동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 품성이 좋으신 분들이다. 데뷔하고 10년이 지나면 본인의 재능은 다 끝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한 그는 "40대와 50대에 낙마하는 것들이 있다"면서 특유의 동작으로 술, 도박 등을 사례로 손꼽았다 "품성이 좋으면 이런 것들을 안 하게 된다"라는 말로 지적했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페지를 해야..."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진은 예능 대부에게 가장 궁금했던 사항 두 가지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이야기에 이경규는 상당히 의외의, 그리고 폭소를 자아내는 답변을 내놓았다.

"가장 좋은 건 이제 폐지를 해야겠죠."

순간 그의 말을 받아 적으려고 준비하던 제작진들 사이에선 웅성거림과 더불어 빵터지는 웃음이 동시에 쏟아졌다. 지금 당장 현실에서 어려움에 봉착한 <놀면 뭐하니?>로선 다소 허탈할 수 있는 대답이었지만 충분히 이유있는 지적이기도 했다. 이에 이경규는 "(시청률이 떨어진다 싶으면) 잘 하는 패널을 초대하거나 계속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해봐야 한다. 나라든지..."의 말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바라본 예능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이에 "시청층을 20-49로 조사하면 안 된다. 돈은 50~70대가 가지고 있다"면서 TV 시청자들의 노령화를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유튜브 때문에 앞날은 잘 모르겠다"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아 또 한번 웃음을 유발시켰다. 

<놀면 뭐하니?> 고민 담긴 예능 멘토와의 만남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예능 대부' 이경규가 몇몇 프로그램의 초대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예능 치트키 활용"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는 그만큼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는 점과 더불어 해당 예능 제작진의 고민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선택이다. 스스로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인생의 선배, 멘토를 찾아가 조언을 들어 본다. 이경규의 섭외 역시 마찬가지 의미를 담은 것이다.  

물론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이경규는 명확한 미래 진단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농담인 듯 내뱉은 말에는 '언중유골'이라는 옛말처럼 곱씹어볼 사항이 많이 담겨 있었다. "항해하는 배처럼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와 같이 과감한 움직임을 주문하는가 하면 예능인의 자기 관리 중요성도 함께 지적했다.   

몇 해 전 모친상을 당했지만 장례식 직후 곧바로 촬영현장에 복귀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경규는 자리 오래 비우면 다른 사람이 채울 수 있다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해지만 그를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본 이윤석은 "제작진 스케줄이 있는데 나 때문에 미루게 할 수 없다고..."라고 언급해 놀라움울 자아냈다. 

이날 '프로그램 폐지'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할 만큼 이경규의 표현은 거침이 없었다. 비록 제작진이 원하던 해법을 내놓진 않았지만 그가 내뱉은 말 속에는 문제를 풀기 위한 열쇠, 일종의 힌트는 어느 정도 담겨 있지 않았을까? 이경규가 자주 강조해온 도전과 변화 등의 단어는 지금 <놀면 뭐하니?>에게 꼭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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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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