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 위구르족 대학원생 홍콩서 실종…中 압송됐나

공항서 “중국 경찰에게 심문” 문자 마지막
국제기구 “불법 송환이나 감금 우려된다”

한국 대학으로 유학을 온 중국 신장 위구르 출신 학생이 홍콩에서 실종됐다. 중국 당국에 체포된 뒤 압송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를 인용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한 신장 위구르 출신 A(38)씨의 소식이 지난 10일부터 끊겼다”고 보도했다.

A씨가 친구에게 전송한 마지막 문자는 “홍콩 공항에 도착해서 중국 경찰에게 심문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앰네스티는 “A씨가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해외 위구르족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중국으로 불법으로 송환됐거나, 임의로 감금되고 고문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A씨 실종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신장 위구르 출신인 A씨는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2009년 한국에 와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2019년 11월부터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인문·사회과학 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프로축구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가하거나, K리그 관계자·축구 팬들과 만나는 등 생활체육과 관련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이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위구르족은 8세기 중반부터 약 100년간 몽골 지역에서 유목 국가를 형성했다. 그러나 840년 키르기스족의 공격을 받아 사방으로 분산했다. 현재는 중국 서북부의 신장 자치구에 대부분이 분포하고 있다.

위구르족은 유목과 농경 문화를 결합한 복합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으며, 이를 오랜 기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1930년대부터 중국에서 독립하여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을 건설하려는 민족운동을 전개하면서 중국 정부와 지속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서방 국가들과 유엔은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재교육 수용소’ 등을 통한 광범위한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이래 중국 정부는 최소 80만 명에서 최대 200만 명의 위구르족, 카자크족, 우즈베크족 등 신장의 이슬람 소수민족을 강제로 구금했다.

이에 유엔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중국 당국의 행위를 ‘인권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했다. 자치구에서 소수민족을 활용한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고문과 낙태, 심지어는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주장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것이며, 반중국 세력이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반박, 서방과 계속 갈등을 빚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