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표지석"…전광훈 교회 전도사 초유의 '곡괭이 테러'

김민욱 입력 2023. 5. 28. 07:01 수정 2023. 5.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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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 표석이 곡괭이에 맞아 훼손돼 있다. 사진 A씨 페이스북 캡처

지난 13일 유튜버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복단 결사대 활동지 및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 표석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표석은 곡괭이에 찍혀 훼손된 상태였다. A씨는 ‘사탄의 표지석’이란 설명을 달았다. A씨 유튜브 채널엔 그가 표석을 향해 곡괭이질을 여러 차례 하는 영상이 있다. 그는 자신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전도사로 소개했다.


지난해 7월 노동당이 설치 신청


이 표석은 서울시 역사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3월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설치됐다. 1925년 4월 17일 조선공산당 창당 당시 주요 인사가 모였던 중국음식점 ‘아서원’이 있던 곳이다. 원외정당인 노동당이 지난해 6월 서울 중구청에 설치 신청했다.

하지만 설치 한 달도 채 안 돼 갑자기 표석이 사라졌고, 이후 A씨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것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표석을 그대로 둘 수 없어 발로 차 뽑았다”고 말했다. A씨는 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앞서 노동당은 성명을 내고 “‘실체적 역사를 지우는 몰역사적 행위’로 판단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간단치 않았던 표석 설치 심의


표석을 바라보는 양측 의견이 엇갈리듯 표석 설치 심의도 간단치 않았다. 7명 위원 사이에서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찬성 쪽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에게 서훈이 추서되는 만큼 굳이 설치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고, 반면 반대쪽은 “아직 공산당 자체에 노이로제(신경증)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맞섰다. 결국 표석명에 ‘광복단 결사대 활동지’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초유의 표석 탈취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표석을 다시 옛 아서원 터에 세울지 말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A씨가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 표석에 곡괭이질을 하고 있다. 사진 A씨 유튜브 화면 캡처


심의과정서 시민 의견 30일간 듣는다


이에 서울시는 이참에 표석 설치 기준을 변경하기로 했다. 우선 표석 설치에 대한 전결 권한을 국장급(문화본부장)으로 높였다. 지금까지 위원회 심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 과장이 추가 논의 없이 최종 결재해왔는데 앞으로는 위원회 심의 결과를 존중하되 문화본부장이 다양한 요소를 종합 고려해 판단한다.

이러한 서울시 움직임은 도난 사건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제도 개선 지시를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과장급 전결이라 오 시장에게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와중에 도난 사건 이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항의가 빗발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진 표석 설치에 따른 이해 관계자들, 예를 들어 신청인이나 자치구, 땅 소유주 등 정도만 의견을 구해왔다”며 “표석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론 심의 과정서 30일간 폭넓은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말 기준 시에는 표지석 339개가 설치돼 있다. 서울 시내 행정동은 426개로 한 동당 0.8개가 있는 셈이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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