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교통사고인데 "전신이 다 아프다"…'꾀병'이 아닌 이유 [건강한 가족]
교통사고 후유증 예방법
※ 교통사고 환자의 생활 관리
- 허리 구부정하게 하는 좌식 생활 피하기
- TV 시청할 땐 소파에 기대앉거나, 누워서 보기
- 체력과 통증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평지 걷기
- 걸을 땐 약간 숨찬 중강도로, 주 2시간 이상
가벼운 접촉 사고에도 근골격계는 놀라기 쉽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목·허리가 평소보다 많이 과신전·과굴곡되면서 척추 주변 구조물인 근육·인대·신경이 미세하게 다친다. 눈에 보이는 별다른 외상이 없고 통증이 불명확해 인지하기 어렵다.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유명철 교수는 “미세손상 초기엔 염증 반응과 신경 자극이 충분하지 않아 통증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제때 치료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통증이 만성화하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경미한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일 때 통증은 일반적인 양상과 차이가 있다. 환자들은 ‘사고 당시에는 몸이 괜찮은 것 같아 병원을 가지 않았는데 3~4일째부터 갑자기 통증이 나타났다’ ‘전신이 다 아프다’ ‘목·어깨·허리가 돌아가면서 아프다’고 호소한다. 유 교수는 “디스크 환자는 특정 부위를 가리키며 통증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교통사고 환자는 표현이 다양하다”며 “미세손상은 정확히 어디가 문제인지 신체 검진으로 명확히 잡아낼 수 있는 특징적인 게 없어 감별이 어렵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외상은 상처가 없고 멍이 안 들어도 급성→신경병증성→만성 통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문제다. 유 교수는 “만성 통증은 급성 통증의 단순한 시간적 연장이 아니다. 신경계통의 변화를 부르고 활동량을 감소시키며 고혈압·빈맥 같은 건강 문제의 연결고리가 된다”고 말했다.
치료 늦으면 통증 억제 잘 안 돼
급성(통각 수용성) 통증은 조직이 손상됐을 때 신경이 활성화돼 뇌가 이를 인지하고 조직을 보호하는 통증 종류다. 유 교수는 “외상에 의한 손상이 초기에 치료되지 않으면 통증과 관련한 신경전달물질이 지속해서 증가한다. 통증 전달 전기신호가 확 많아지면 통증이 심해지고 지속시간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급성 통증이 이렇게 반복적으로 오래가면 신경계통 자체를 변화시킨다. 물리적 충격에 따른 조직 손상이 없는 데도 환자는 통증을 느낀다. 자극이 없음에도 여기저기 저리고 시리며 온몸이 아프다고 말한다. 유 교수는 “통증이 지속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체내 엔도르핀·도파민·세로토닌 같은 통증 억제 물질이 줄어 제역할을 못한다. 나중에는 진통제를 충분히 써도 신경세포에 제대로 결합을 못 해 통증 억제가 잘 안 된다. 통증 초기만큼 약효를 내기 힘들고, 만성 통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 통증 환자는 수면 리듬이 깨지고 우울감이 증가해 분노·좌절 같은 감정 또한 만성화되는 경우도 많다. 유 교수는 “만성 통증이 조절 안 되는 환자는 고혈압 발병률과 체내 염증 수치가 3~4배, 심장이 더 빨리 뛰는 빈맥 위험은 2배 높다는 연구들이 있다”며 “통증 초기 원인에 따른 치료를 단계적으로 해야 만성으로 가는 빈도가 줄고,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소파에 기대앉고 평지 걷기 도움
급성 통증일 땐 통증을 줄이는 약물과 함께 교통사고로 경직된 근육의 유연성을 키워주는 치료를 한다. 근육 염좌가 있으면 이를 풀어주고, 특정 자세가 흐트러졌으면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좋은 자세를 지지하는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한다.
교통사고에 따른 통증 관리를 위해서는 환자 자신도 운동과 바른 자세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유 교수는 “가장 중요한 통증 해결책은 활동량 증가”라며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감정 조절에 도움되는 호르몬도 많이 나와 기분을 좋게 한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평지 걷기로, 약간 땀이 나고 숨이 차는 정도의 강도로 주 2시간 정도 걷는 게 도움된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버스를 탈 땐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식으로 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리면 좋다.
바닥에 앉는 좌식은 근골격계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자세다. 유 교수는 “등받이 있는 의자나 푹신한 소파에 기대앉는 게 좋다. 좌식보다는 소파에 누워 TV 보는 자세가 척추에 부담을 덜 준다”고 조언했다.
한 시간마다 일어나 목·허리를 스트레칭하는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좋은 자세를 유지하려고 마음먹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본인에게 편한 자세로 돌아간다. 유 교수는 “젊은 나이에 가벼운 교통사고를 경험한 환자는 건강을 과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나쁜 자세와 생활습관이 축적되면 교통사고 외상이 없는 사람보다 퇴행성 질환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1세 맞아?"…'꼿꼿한 허리' 이길여 총장의 싸이 말춤 화제 | 중앙일보
- 데이트폭력 남성 풀어준 경찰…1시간 뒤 동거여성 살해당했다 | 중앙일보
- 옐로카드 8개에 반했다…유럽은 지금 '이강인 앓이' | 중앙일보
- 화장실 파묻힌 나무궤짝서 발견…유명 배우 시신에 브라질 발칵 | 중앙일보
- 성폭행 임신에 365㎞ 달린 10세 소녀…'낙태' 알린 미 의사 징계 | 중앙일보
- 차 경적에도 경련…'타이타닉' 셀린 디옹 앓는 희귀병 뭐길래 | 중앙일보
- "영양제 먹어요, 이 약은 빼주세요"…의사 어이 상실시킨 환자 | 중앙일보
- 10대 알바생에 "몸무게 재보자" 껴안고 귓불 깨문 50대 사장 | 중앙일보
- 아이 이 말에 충격…'마약 예방 수업'에 부모들 난리난 까닭 | 중앙일보
- 그녀에게 김연경 보인다…"남자냐" 얻어맞던 여자축구 괴물 부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