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진화하는 전통…역동적인 선의 움직임이 만드는 ‘일무’

박정선 2023. 5. 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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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은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전통의 중요성을 유지하면서 현 시대에 맞게 새롭게 창작했다.

이로써 '일무'는 전통에서 현대로, 그리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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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7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서 첫 해외 공연

시대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은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변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전통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는 이 지점을 제대로 관통한 작품으로 꼽힌다.


ⓒ세종문화회관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 ‘종묘제례악’에서 출발한다. 조선시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거행되는 제례의식에서 사용되는 제례무를 일컫는 말이다. 전통의 중요성을 유지하면서 현 시대에 맞게 새롭게 창작했다. 지난해 5월 초연 당시 한국무용으론 이례적으로 75%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서울시극단은 첫 공연을 앞둔 25일 오후 프레스콜을 통해 전막을 시연했다. 무대에 오른 55명의 무용수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의 선(線)으로서 존재하고, 이들이 모여 열(列)을 이룬다. 더해 여러 개의 열을 이룬 무용수들은 펄럭이는 소맷자락의 움직임부터 손과 발 그리고 시선의 각도, 조금 과장하면 머리카락 한 올의 흔들림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칼군무’로 하나의 면(面)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열로 시작한 무용수들이 넓게 펼쳐진 무대 위에서 모이고 흩어지며 만드는 대열 속에선 전통과 변화가 공존한다. 특히 올해 공연은 지난 초연에 비해서도 더욱 현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서 연출진은 과감한 삭제와 첨가를 단행했다. 우선 극의 구성부터 3막에서 4만으로 크게 바뀌었고, 2막은 ‘춘앵무’만 남기고 ‘가인전목단’은 과감히 삭제했다.


ⓒ세종문화회관

또 4막 ‘신일무’로 가는 과정에 새로운 3막 ‘죽무’를 추가했다. ‘죽무’는 큰 장대를 들고 추는 남성들의 춤이다.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이 춤을 삽입함으로써 뒤이은 ‘신일무’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기존보다 더 강렬한 힘을 내뿜을 수 있었다. 이로써 ‘일무’는 전통에서 현대로, 그리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의상에도 변화를 줬다. 1막의 ‘일무연구’ 의상 중 ‘전폐희문지무’의 진한 남색 의상을 흰색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한 해를 무탈하게 살게 해준 조상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계속 잘 보살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일무’의 메시지를 표현하는데 더 적합해 보인다. ‘정대업지무’의 암적생 의상도 쨍한 주황색으로 변화를 주면서 간결한 느낌을 살렸다.


ⓒ세종문화회관

무용수들의 전달하는 메시지가 관객에 잘 닿는 데에는 음악과 조명의 역할도 크다. 음악과 무대 연출은 비움의 미학이 돋보인다. 음악의 경우 이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잘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다. 막이 진행될수록 음악은 전통에서 현대로 시간을 관통한다. 조명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춤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선으로 공간성을 표현하고, ‘춘앵무’의 화문석을 공중에 띄우면서 선이 면이 되는 연출을 선보였다. 음악과 무대의 미니멀한 연출은 55명 무용수들이 내뿜는 질서와 화합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일무’는 오는 7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첫 해외 공연을 앞두고 있다. 링컨센터가 주최하는 여름 축제 ‘서머 포 더 시티’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예술 특집 페스티벌 ‘코리안 아츠 위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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