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 고뇌하는 배우는 아름답다 [칸 리포트]

류지윤 2023. 5. 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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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으로 칸 다시 오고파"

배우 전여빈이 '거미집'에 합류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송강호였다. 연기적으로 부침이 생겨 고민이 생겼을 때 송강호에게 털어놓았더니 "너의 연기 또한 누군가의 그림에 꼭 맞지 않더라도, 네가 펼치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 너의 것이 맞다"라는 조언을 들었고, 그는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다잡고 임한 '거미집'의 현장에서 송강호를 비롯한 모두의 연기와 열정을 보며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전여빈은 26일(현지시간)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이 같은 일화를 들려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거미집'은 전여빈의 배우 인생에서 큰 감동과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 됐다.그리고 이제 자신이 참여한 '거미집'으로 많은 이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낼 차례다.


"칸에 오기 전에 소규모 상영을 해 한 번 관람했어요. 당시엔 처음 보는 거니까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고, 긴장하면서 봤어요. 내가 똑바로 했나 안 했나 혈안이 돼 객관적이지 못한 상태서 봤죠. 칸에 도착해 뤼미에르 극장에서 본 후 감상은 '거미집'이라는 영화 자체가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헌사란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어요. 영화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할 수 있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객석은 어떻게 영화를 바라볼 것인지 등 거미줄처럼 엮여져 있는 것 같았죠. 거미집처럼 줄을 치기 위해 영화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한 순간의 터치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헌 헌사다' 이 문장 말고 다른 말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미집'의 미도는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걸작을 만들기 위해 재촬영을 감행하려는 김기열 감독을(송강호 분) 존경하고 따르는 인물이다. '거미집'의 소동극은 사실 미도의 실행력에서 출발한 셈이나 다름 없다.


"미도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마음이 조금 복잡했어요. 이 친구가 달려나가는 마음을 알다다고 모르겠더라고요. 미도의 행동이 정말 김기열 감독을 돕는 일인가 싶기도 했꼬요. 의지는 했으나 행동이 최선의 길로 가고 있느냐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의지와 성과는 다를 수 있잖아요. 상황이 어긋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롭더라고요. 미도의 행동이 쌓여갈 때 연기적으로 제가 조금 변주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거미집'을 왜 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미도는 김기열 감독의 수정된 시나리오에서 무엇을 보고 실행력이 불같이 붙었을까. 전여빈의 해석이 궁금했다.


"미도는 정말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신성 필름을 내가 접수하겠다는 야망보다는, 순수한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있었던 것 같아요. 미도가 김 감독처럼 연출을 한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그런 재능은 없어요. 예술가를 서포트하면서 만들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죠. 거기에서 감독님의 대본을 보자마자 해야만 하는 이유를 잡은 것 같아요. 마지막 '거미집'을 보면 각 인물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부분에 반한 것 같고요. 정의 내릴 수 없는 인간의 욕망 자체가 미도 그 자체 같았어요. 저도 시나리오에서 미도가 본 게 뭘까 싶었는데, 미도의 성향이 약간 파괴적이고 충동적이잖아요. 자신을 본 게 아닐까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서 자신을 증명해 내고 싶었던 거죠."


전여빈은 25일 뤼미에르 극장에서 '거미집'을 전 세계 영화 팬들과 보면서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관객의 태도 덕분에 또 와보고 싶다란 욕심도 생겼다.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모두 박수 쳐주고 지켜보고 기다려주시더라고요. 이 축제를 온몸으로 흡수하려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남다르게 와닿았죠. 좋은 영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란 열망이 자라났어요. 사실 지금 몸이 너무 피곤하고 알레르기도 올라왔는데 기분은 좋아요. 희한한 언밸런스함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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