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도, 비방도 없다…'클린 서포팅' 펼치는 김포FC '골든크루'

김명석 2023. 5. 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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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FC 서포터스 골든크루. 사진=김포FC 골든크루
김포FC 서포터스 골든크루. 사진=김포FC 골든크루

“아무리 팬일지라도 무분별한 욕설과 선 넘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포FC 서포터스 골든크루의 ‘클린 서포팅’이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경기 중 상대팀이나 심판 등을 향해 욕설이나 비방 등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응원하는 김포 선수들의 부진에도 박수를 대신 보내는 방식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K리그 서포터스와는 분명히 다른 방향성이다.

하기웅 회장은 “골든크루를 만들고 나아가면서, 이거 하나만큼은 지키자고 했던 게 있다. 바로 ‘절대 선수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상대팀 선수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팬이 없으면 스포츠도 존재하지 않는 게 맞지만, 팬이라도 무분별한 욕설이나 선 넘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선수 역시 하나의 인격체이자 사람이다. ‘다들 누군가의 아들인데, 부모님이 보시면 얼마나 속상하시겠나’라는 공감대가 서포터스 내에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다른 K리그 서포터스가 경기 중 상대팀이나 심판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응원하는 팀의 부진 등에 단체행동까지 불사해 왔다는 점을 돌아보면 눈에 띄는 행보다. K리그에 아이를 데고 오는 가족팬 유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서포터스 문화가 꾸준히 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 회장은 “경기에 흥분해서 욕을 하는 건 자기감정을 배설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즐기는 문화였으면 좋겠다. 흔히 축구는 전쟁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전쟁은 아닌데 왜 ‘과몰입’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유럽 응원 문화가 폭력적이라고 언제까지 우리도 폭력적이어야 하나. 왜 외국에서 안 좋은 것만 들여오나.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한테도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뛰고 그라운드에 지쳐 쓰러져서 드러눕는 선수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최선을 다하는 것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승패를 떠나 그런 걸 교육시키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런 자리에서 일부 팬들이 욕설을 하면 좋은 교육의 장이 결국 욕설의 장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런 걸 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포FC 서포터스 골든크루. 사진=김포FC 골든크루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상대팀이나 심판뿐만 아니라 김포 선수단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경기에 졌다거나, 혹은 실수 등 부진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있더라도 비판보다는 박수로서 응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팀의 연패에 걸개를 거꾸로 건다거나 감독을 향한 단체 안티콜, 패배 후 버스막이 등을 두고 “우리는 저러지 말자”고 사전 교감이 이뤄졌다는 게 골든크루의 설명이다.

골든크루 회장은 “작년에 경남FC 원정에서 1-6으로 대패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골키퍼가 6골을 실점했으니 풀이 적어서 고개를 숙이고 너무 미안해하더라. 그때 우리는 박수를 쳐주면서 ‘괜찮다, 고개 숙이지 마라. 그게 더 나쁜 거다’라고 외쳐줬던 기억이 난다”며 “선수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크게 응원하고, 미친 듯이 외치고 박수를 치면 된다. 선수들이 팬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더 이를 악물고 뛰게 만들면 된다. 그래야 팬을 위한 스포츠, 스포츠를 위한 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욕설·비방이 없는 골든크루의 분위기는 자연스레 여러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포터스석에서 ‘클린 서포팅’이 이뤄지다 보니 일반 관중석에서도 그 분위기가 퍼져가는 것이다. 간혹 심판 판정 등에 대해 욕설을 하는 일반 팬들을 향해서는 “아이들이 듣고 있다,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경기장 분위기를 정화하고 있다. 서포터스석뿐만 아니라 다른 관중석에도 영향력이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선수단과의 관계 역시 좋을 수밖에 없다. 서포터스에서 먼저 클린 서포팅을 하니 선수들 역시도 팬들에게 더 쉽게 다가오는 것이다. 하 회장은 “고정운 감독님도 우리 응원 방식에 많이 격려해 주신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늘 고맙다고 해주시고, 선수들도 팬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서포터들도 더 클린 하게 응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선순환’이다.

충남아산전을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김포FC 선수들과 서포터스. 사진=김포FC 골든크루
김포FC 서포터스 골든크루. 사진=김포FC 골든크루

골든크루의 ‘클린 서포팅’은 또 상대팀 서포터스에게도 향한다.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리는 홈경기에서는 원정 서포터스를 손님으로 대우하고, 경기장에서도 서포터스 간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경기 중에는 치열한 응원전을 펼치지만, 결국은 상대 서포터스도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대전하나시티즌 원정에서 겪은 우연한 경험이 다른 팀 서포터스에도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 하 회장은 “응원을 정말 열심히 한 뒤, 경기 후 양 팀 서포터스 모두 자리를 정리하던 때였다. 재미 삼아 반대편 대전 서포터스석을 향해 ‘안녕, 다음에 또 보자’라고 외쳤는데, 대전 서포터스에서도 ‘너희도 고생했다, 재밌었다’라고 화답을 해왔다. 이게 되게 재미있고 보람 있고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후에는 계속 김포 원정길에 오르는 상대 팀들을 상대로 경기가 끝난 뒤 ‘안녕, 잘 가’라는 메시지를 목소리로 전한다. 가끔은 이 외침을 조롱으로 여기는지 욕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웃음). 그럴 땐 대응하기보다는 ‘우리가 이겨서 그런가 보다’하고 자제한다.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모든 팀에 그렇게 하는 건데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FC서울과의 FA컵을 앞두고 서울 원정 팬들에게 생수 등을 제공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포FC

더 나아가 골든크루는 김포 원정길에 오르는 상대 팬들을 위해 선물도 마련한다. 지난달 FC서울과의 FA컵 홈경기에서는 600여 원정 팬들을 위해 생수 등을 제공해 다른 팬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경기장 인근에 편의점 등 매점이 없다 보니 더욱 원정 팬들을 신경 쓴다는 게 서포터스 측 설명이다. 최근 강원 원정 팬들에게도 생수를 선물했고, 그런 강원 팬들은 이튿날 골든크루 SNS에 고마움의 뜻을 전하며 훈훈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기웅 회장은 “이런 식으로 계속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서포터스는 결국 멀고 먼 원정까지 따라다니면서 축구에 대한 사랑을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모임이다. 경기 중에는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경기 전·후로는 서로를 위해 수고했다며 서로 박수치는 문화가 앞으로 서포터스가 가야 할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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