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글돈글]"은근한 럭셔리가 좋아"…Z세대가 빠진 '올드머니' 패션
경기 침체에 신흥 재벌 반감 영향
작은 브랜드 로고·하이엔드 브랜드 인기
편집자주 - 전 세계 곳곳에서 돈이 도는 모든 이야기를 재밌게 소개해드립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부터 먼 나라 유럽까지, 각 나라의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돈이 흐르고 있는지 친절한 경제 기사로 접해보세요.
지난해부터 한국에서는 Z세대(1995년~2010년 출생)를 중심으로 '와이투케이'(Y2K) 패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Y2K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한 문화 트렌드를 일컫는데요. 2000년대 하이틴 영화 주인공이 착용했을 법한 화려한 컬러와 패턴의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이 Y2K 패션의 핵심입니다.
한국에 Y2K 패션이 있다면 서구권 Z세대 사이에선 올드 머니(Old Money) 패션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올드머니는 기득권 상류 계층을 일컫는 말로, 선조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자산을 상속 받은 집단을 통칭합니다. 이들은 투자와 창업으로 벼락부자가 된 '뉴 머니(New money)'들과 달리 고상하고 귀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는 인식이 있죠.
Z세대 사이에서는 올드머니의 패션을 따라 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트렌드 덕에 경기침체로 두려움에 떨던 명품업계까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Z세대들은 대체 어떠한 이유로 올드머니 트렌드에 열광하는 걸까요.
◆신흥 재벌에 대한 반감…귀족 선망으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무력감과 신흥 재벌들에 대한 반감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Z세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청소년기부터 부의 양극화로 인한 좌절감을 맛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유년기부터 IT 기술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얻은 신흥 재벌들을 보면서 자랐죠.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IT 재벌들은 후드티와 스니커즈와 같은 스포티한 패션을 즐겨 입곤합니다. 소득 양극화에 불만을 품던 Z세대에게 신흥 재벌들의 존재는 달갑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들이 가진 부에 대한 열망은 몇세대를 걸쳐 부를 상속해 온 상류 귀족 계층에게 향했죠. 선조 대대로 막대한 부를 누려온 귀족 계층들은 골프와 폴로를 즐기고 매년 지중해 바다로 요트 여행을 떠납니다. 스니커즈 대신 랄프로렌 셔츠와 캐시미어 니트를 입고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히지 않은 재킷을 입습니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브랜드를 과시하는 걸 즐기지 않기에 올드머니 패션은 '조용한 럭셔리'로 불리기도 합니다. 과한 패턴보다는 절제된 미니멀리즘이 올드머니 패션의 포인트입니다.
Z세대들이 이들의 패션을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틱톡에는 올드머니 해시태그를 단 영상들이 총 26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영국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디팝에는 카라 셔츠와 트렌치 코트에 대한 검색 횟수가 각각 70% 증가했다고 합니다.
◆"티 나지 않는 명품"…하이엔드 브랜드 매출 급성장
올드머니 패션이 주목을 받으면서 로고가 강조되지 않고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는 특정 명품브랜드들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올드머니 패션 브랜드로는 로로피아나, 델보, 벨루티,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이 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스키장 리조트 사고로 법정에 출두할 당시 크림색 카디건과 롱 코트 등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패션을 연출해 올드머니 패션의 정수를 선보였습니다. 그가 당시 착용한 심플한 디자인의 울 코트는 미국 고급 패션 브랜드 '더 로우'의 제품으로 가격은 3900유로, 한국 돈으로 555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로로 피아나의 경우 올드머니 패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연 매출이 7억1800만유로(1조221억원)로 전년(5억1000만유로)대비 40%가 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인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2022년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29.1% 증가한 9억1970만유로를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올드머니 패션의 인기로 로고가 큼지막하게 드러나는 패션 아이템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상류층의 권력 싸움을 풍자한 미국의 드라마 '석세션'에서 그렉의 여자친구가 로건의 생일파티에 버버리 체크가 새겨진 백을 들고 등장해 비웃음을 사죠. 로건가의 사위 톰은 그렉에게 가방이 터무니없이 크다며 캠핑에도 가져갈 수 있겠다고 조롱을 합니다.
이처럼 화려하고 키치한 패턴의 Y2K 패션과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올드머니 패션, 두 가지가 모두가 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몹시 흥미로운데요.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듯이 두 패션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다음에는 어떤 트렌트가 찾아올까요.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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