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탁구 신유빈-전지희, 세계1위 중국 3-0 완파… 36년만의 女복식 결승 쾌거 [세계탁구선수권]
한국 탁구 대표팀 여자복식 전지희-신유빈이 만리장성을 완파하고 세계선수권 결승에 올랐다. 한국의 여자복식 세계선수권 결승진출은 1987년 이후 36년 만이다.
전지희-신유빈(세계랭킹 12위) 조는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복식 4강에서 세계랭킹 1위 쑨잉사-왕만유(중국) 조를 3대 0(11-7 11-9 11-6)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 오르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무려 36년 만에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1987년 양영자-현정화가 인도 뉴델리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 4강 진출로 이미 12년 만의 여자복식 메달 획득이라는 기쁨을 누린 두 선수는 36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전지희-신유빈은 세계 최강을 상대로 첫 게임을 따내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6-5 접전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비로 상대 범실을 유도했다. 수차례 상대 볼이 아웃되거나 네트에 걸리면서 격차를 벌리며 11-7로 승리했다.
2게임은 시작부터 5연속 실점을 하며 끌려갔지만 끈질긴 추격 끝에 대역전으로 마무리했다. 상대 공격 아웃과 네트 걸림, 전지희의 공격 성공 등 4연속 득점으로 추격했다. 이후 중국이 앞서가면 한국이 추격하며 7-8까지 갔고, 왕만유의 백핸드가 네트에 걸리며 마침내 8-8 동점이 됐다. 전지희와 신유빈은 경기 도중 계속 대화를 나누며 합을 맞춰갔다.
한 점씩 주고받은 9-9 상황에, 전지희가 2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전지희의 드라이브가 상대 테이블 구석으로 꽂히며 10-9로 역전했고, 긴 랠리 끝에 또 한 번 공격을 성공시키며 게임을 가져왔다. 관중석에서는 현지 한인들이 “대한민국” “3대 0”을 외치며 힘을 북돋웠다.
세 번째 게임에서도 전지희-신유빈이 3-1로 앞서가자 중국에서 타임아웃을 신청하며 흐름을 끊으려 했다. 한국은 격차를 유지하며 5-3으로 끌고 갔지만 연속 실점하며 5-6 역전을 허용했다.
이에 전지희의 공격이 상대 테이블 모서리 쪽에 꽂히면서 6-6 다시 동점이 됐고, 상대 공이 네트에 걸리면서 재역전했다. 양쪽이 좌우를 오가며 몸을 날리고 긴 랠리를 펼치다 전지희의 드라이브 공격이 연달아 성공했다. 전지희는 승리를 예감한 듯 팔을 번쩍 들어 올렸고, 신유빈도 환호했다. 기세를 탄 한국은 이때부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11-6으로 경기를 끝냈다.
전지희는 “아직도 믿을 수 없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꿈 같다”며 “결승 한번 올라가는 게 제 꿈이었는데 파트너에게 너무 고맙고 오늘 경기 봐주신 모두 도와준 분들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언니랑 준비했던 것들을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며 “좋은 결과까지 따라와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3대 0 완승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신유빈은 “일단 끝나고 나서 ‘우리 3-0이야?’라고 했다”며 “질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언니랑 좋은 내용을 만들면 결과가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솔직히 못했다. 솔직히 이길 줄도…”라고 멈칫하며 신유빈에게 “미안하다”고 웃었다. 이어 “(예전) 혼합복식에서 2-0으로 이기다가 역전당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끝까지 할 만큼 하자’ 저희가 무섭다 생각하면 지는 플레이가 언제든 나올 수 있어서 ‘일단 하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2게임에 0-5로 끌려가다 역전을 한 상황에 대해 신유빈은 “우리가 해야 할 걸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며 “서로에게 제일 좋은 상태를 만들어주기 위해 많은 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지고 있을 때 일단 내용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 즐겁게 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지희의 완벽한 공격에 신유빈은 “언니가 하는 걸 보고 ‘야~ 와~ 오~’ 했다”고 감탄했다. 전지희는 “솔직히 저도 공격 들어가는 걸 보고 당황했다”고 웃으며 “서로가 경기하며 마음을 잘 정리했다. 서로서로 말 안하더라도 마음 속에는 있으니 한 포인트 한 포인트 기회 왔을 때 잡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전날 사준 스테이크도 언급하며 폭소했다. 전지희는 “스테이크를 잘 먹어서 그런가? 스테이크 때문에 오늘 미친 것 같아요”라며 웃으며 신유빈과 손뼉을 치고 웃었다.
전지희-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처음으로 중국에 승리하는 기쁨도 누렸다. 또한 신유빈은 전날 여자단식에서 세계랭킹 1위 쑨잉사에 0대 4로 완패했던 아픔을 깨끗이 씻어냈다.
전지희-신유빈은 결승전에서 또 한 번 중국과 맞붙는다. 상대는 왕이디-첸멍 조(세계랭킹 7위)다. 중국이 강한 상대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미 세계랭킹 1위 조를 꺾은 만큼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신유빈은 “다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중국 선수들은 실력이 좋으니까 이번 경기했던 것처럼 착실하게 준비해서 좋은 내용을 만들고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살면서 이런 결승 무대는 탁구 인생에서…”라고 말끝을 흐리며 “모든 인생에 아쉬움이 없게 즐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관중석에서 열띤 응원을 펼친 한국 응원단을 향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신유빈은 “경기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흐름이 왔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것도 느꼈다”며 “그런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이번 경기를 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지희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힘도 많이 주셔서 한국에서 시합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더반=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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