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키워드 추천 서비스’… 실검 부활? 경쟁력 강화?

김성훈 2023. 5. 2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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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다음, 거센 반발에도 서비스 추진… 속내는?


최근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려던 포털업체들이 과거 논란 끝에 폐지한 ‘실시간 검색어’(실검)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이들은 새로운 서비스가 과거 실검과 분명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론 조작 등의 부작용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해외 동영상 플랫폼과 SNS, 챗GPT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에서 고전하는 국산 포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알아두면 도움이 될 실시간 이슈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는 최근 사용자 편의와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 ‘트렌드 토픽’ 정식 출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렌드 토픽은 AI(인공지능)가 카페·블로그·뉴스 등에서 이용자들이 자주 접한 토픽을 뽑아 다른 이용자들에게도 보여주는 서비스다. 단순히 검색 노출량이 많은 키워드를 모았던 실검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유사하다.

현재 모바일 앱에서 베타테스트 중이며, 추천·구독 탭에서 스크롤을 내리면 확인할 수 있다. 예능·스포츠·생활 정보 등 가벼운 키워드와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며 민감한 정치 이슈는 제외했다. 과거 실검과 다르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최종 도입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었다”면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서비스 종료까지 포함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에서 독립한 다음은 지난 10일 ‘투데이 버블’을 공개했다. 다음 PC 버전 검색창 하단에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키워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검색 결과 화면 우측에는 작은 미리보기 이미지와 함께 인기 키워드를 나열한다.

다음도 투데이 버블이 실검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검의 경우 검색량만 이용해 순위를 매겼지만 새 서비스는 여러 출처에서 키워드를 걸러 가져오기 때문에 왜곡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과 정책적인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서비스 취지에 적합한 키워드만을 이용자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양대 포털의 이 같은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콘텐츠 추천 서비스의 영향을 받아 유권자들의 표심이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여당은 포털이 좌편향성을 띠고 있다며 야당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과거 실검은 짧은 시간 내 다수의 이용자가 동일한 키워드를 입력한 결과를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여론 조작 등의 각종 논란과 시비 끝에 다음과 네이버는 2020년 2월, 2021년 2월 각각 해당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다.

이처럼 과거의 뼈아픈 실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포털들이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놓지 않으려는 이유는 구글(유튜브)과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의 공세에 맞서려는 전략 때문이다. 실검 폐지로 네이버와 다음의 트래픽은 타격을 입었다. 최근엔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챗GPT 등 대화형 AI의 등장으로 검색 엔진의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 2월 전국 15∼5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소셜미디어·검색포털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내 정보 탐색 시 많이 사용한 플랫폼은 네이버(91.3%)·유튜브(85.2%)·카카오톡(80.6%)·구글(66.1%)·인스타그램(56.7%)·다음(36.8%)의 순이었다. 1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인스타그램은 3.3% 포인트, 유튜브는 2.4% 포인트 올랐다. 네이버는 0.1%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다음은 2.9% 포인트 떨어졌다.

검색 관련 매출도 부진하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서치플랫폼’ 매출은 851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음이 속한 카카오의 ‘포털비즈’ 매출은 8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나 감소했다.

난관에 봉착한 포털은 이용자들을 묶어두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거 실검 순위 조작 문제 등을 보완하는 전제로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이용자들이 어젠다 세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빅테크 업체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포털의 마케팅 전략에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권의 포털 압박도 문제지만, 포털업계도 과거 조작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 만큼 신뢰를 쌓기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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