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백예린

이재희 2023. 5.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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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 백예린이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때. 지금 예린의 세계는 자신을 향해 빠르게 흐르는 중이다.

Q : 새해에 선보인 싱글 앨범 〈New Year〉의 ‘Fuckin′ new year’ 뮤직비디오에서 해변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자유에 대한 갈망처럼 보였어요. 완전히 자유롭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A : 직업적으로는 프리랜서에 가깝기 때문에 항상 자유로운 편이에요. 지난해부터 갑자기 바빠지면서 다시 한 번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을 만나 맥주 마시면서 영화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만큼 바빠요.

입체적인 실루엣의 드레스는 Alexander McQueen. 장미꽃 모양의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앨범 작업하느라 바쁜가요

A : 지난해 12월 24일 미국 투어를 마친 뒤 7~8곡을 작업했어요. 거의 한 달 동안요. 친구들이 제발 쉬라고 했지만, 저는 쉬는 걸 잘 못하고 자신을 밀어붙이는 걸 좋아하는 데다 그 곡들을 얼른 완성해 세상에 선보이고 싶어요. 훅 털어버리고 빨리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싶거든요. 백예린 개인 활동과 밴드 ‘더 발룬티어스’를 병행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요. 가끔 ‘나를 너무 많이 소모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어요. 특히 지난해에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2022년 부산 록 페스티벌에서 하루는 더 발룬티어스 무대에 서고, 다른 하루는 백예린 무대에 섰으니까요. 너무 바쁘지만 쓰고 싶은 가사와 멜로디가 여전히 많고, 밴드에 임하는 와중에 솔로 앨범도 욕심이 나요. 체력을 잘 비축해야 할 것 같아요. 지치기는 싫거든요.

Q : 그래도 무대에 서면 자유를 느끼겠죠

A : 그렇죠. 더 자유로워지려면 공연 선곡을 마음대로 구성해 보고 싶어요. 하지만 관객들이 제 공연에서 기대하는 게 있으니 그러긴 어렵죠. 러닝타임은 제한적이니까요.

네트 드레스는 Self-Portrait. 헤어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2022년 싱글 앨범 〈물고기〉의 수록곡 ‘막내’는 누구나 막내로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어릴 적 막내 백예린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A : 어릴 때부터 소심했고, 부끄러움도 심했어요. 울보라서 그야말로 막내다운 막내였죠. 엄마는 제가 이대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적응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문화센터에서 발레와 노래 등 이것저것 등록했어요. 그렇게 가수 백예린이 됐고요.

Q : ‘막내’를 만든 계기는

A : 어느 날 대화 중에 아버지가 “너는 우리 집 별이지”라고 하시더군요. 참 감동적이었어요. 누구나 한때 막내였고, 언제든 막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응석 부려도 사랑받는 막내. 언젠가 친구들이 사회에서 위로받기 어렵다고 말한 적 있어요. 어린 나이도 아니고, 사회적 위치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요. 당신도 막내처럼 응석 부려도 되고, 위로와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해 주고 싶어 ‘막내’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가사 첫 줄을 ‘사랑받고 컸어요’라고 썼죠.

비즈 장식의 톱과 스커트, 브라톱과 브리프, 오픈 토 부츠는 모두 Miu Miu.

Q : 스스로 어른스럽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 갑자기 공연이 취소되거나 운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을 때, 더 발룬티어스 멤버들을 챙기고 제 자신을 다독일 때 감정이 동요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감성적인 ‘F’ 성향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땐 이성적인 ‘T’ 성향이 나와요. 냉정을 되찾고 ‘다음 거 하자’고 말해요.

Q : 2020년 선보인 정규 2집 앨범 〈Tellusaboutyourself〉에서 기존의 백예린이 갖고 있던 색과 다른 장르를 선보였어요. 이 앨범이 새로운 터닝 포인트일까요

A : 맞아요. 이 앨범 수록 곡들은 스무 살 초반에 쓴 노래예요. 항상 많은 사람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정규 1집 때 ‘Square’가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2집 구성할 때 고민이 컸어요. 시도하고 싶었던 멜로디와 구성을 담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곡과는 달랐거든요. 멜로디와 가사뿐 아니라 전체적인 편곡까지 담당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정규 2집은 제게 도전이자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에요.

피부 톤에 맞춘 ‘레이어스’ 톱과 스커트는 Valentino. 포인티드 토 슈즈는 Valentino Garavani.

Q : 스스로 가장 확신을 가진 곡은

A : ‘Hate you’예요. 진짜 경험담을 이야기한 곡이거든요. 모든 수록곡에 당시 겪은 일을 담았지만, ‘Hate you’에 가장 솔직한 제 모습이 담겼습니다.

Q : 지난겨울에 미국 투어를 하며 보냈죠. 투어에서 벌어진 인상적 순간이 있다면

A : 시카고 공연 중 제일 앞줄에 앉은 팬이 갑자기 과호흡으로 쓰러졌어요. 마음이 쓰여서 도저히 공연할 수가 없었어요. 잠깐 공연을 멈추고 직접 응급처치를 도왔는데 다행히 팬 분은 괜찮았고, 공연 끝나고 당시 경호원이 “응급처치법이 훌륭했고, 너는 정말 잘될 거야. 다음에 또 봐”라고 했어요. 그 말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어요.

Q :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를 넘긴 전설의 ‘Square’ 무대 영상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날씨가 다가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을까요

A : 최근에 하나 더 추가됐어요. 미국 투어 때 작은 클럽에서 공연을 했어요. 한쪽에 바가 있고, 관객들은 손에 술잔을 들고 있었죠. 제가 발라드를 부르는데 관객들이 신나게 춤을 췄어요. 긍정적인 문화 충격을 받았죠. 저도 덩달아 신나서 방방 뛰는 직캠 영상도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한답니다.

네트 드레스는 Self-Portrait. 부츠는 Miu Miu. 튜브 톱과 브리프, 헤어피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곧 있을 단독 콘서트 〈Square〉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호기롭게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있는지

A : 무대에서 처음 보여드리는 곡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오프닝을 웅장하게 준비했거든요. 여러 곡이 연달아 이어질 거예요. 연주 중간에 출입이 어렵기 때문에 오프닝 무대를 놓치면 많이 아쉬울 거라는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웃음).

Q : 무대 스타일링을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나만의 방식이 있나요

A : ‘더 발룬티어스’ 무대에 설 땐 더욱 과감하게 스타일링해요. 눈에 파란색도 발라보고, 조명받았을 때 메이크업 룩이 잘 보이도록 진하게 메이크업하죠. 개인 공연을 할 땐 많이 덜어내고요. 사실 디테일하게 스타일링하지 않아요(웃음). ‘에이브릴 라빈’ 초창기 모습이나 옛날 패션쇼를 참고해요. 그 외 대부분은 어쩌다 발견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요.

Q : 요즘 ‘더 발룬티어스’ 멤버들의 화두는

A : 우리 밴드의 새로운 앨범이죠. 저는 1년에 앨범 한 개는 선보이려 해요. 합주하러 모이면 여러 곡을 만들어 쌓아놔요. 그중 제일 좋은 곡을 앨범에 싣죠. 지금도 많이 쌓아놨어요. 여름에는 곡이 세상에 나오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여름이 제일 잘 어울릴 테니까요. 록 페스티벌 하면 더 발룬티어스를 떠올리길 바라요.

드레스와 펌프스 힐은 모두 Prada.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최근 새롭게 발견한 아티스트는

A : 기존 곡을 다른 비트로 다시 작업하는 아티스트를 찾았어요. ‘라지 무플렛(Ladji Mouflet)’의 ‘Beggin’인데 멋져요. 그리고 ‘제시 레예스(Jessie Reyez)’의 ‘Still C. U.’ 요즘 이 노래밖에 안 불러요. 노래 반주만 들으면 제가 해왔던 음악과 비슷한데, 이 아티스트의 무대 영상을 보면 다름을 느껴요. 최근 제게 큰 영감을 준 아티스트예요.

Q : 가장 열망하는 것은

A : 음악이 제일 큰 열망이죠. 내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주변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이뤄지는 것. 내 음악이 다른 동료들과 연주자들에게 영감이 되어 모두 행복할 수 있길 바라요. 그럼 저도 행복할 테니까요. 말하다 보니 결국 제 열망은 행복이네요?

Q : 가장 행복할 때는

A : 직접 만든 노래를 직원들이나 프로듀서에게 들려줄 때 제일 행복해요. 언제 행복하냐는 질문을 스스로도 자주 생각해 보거든요. 확실히 곡에 대해 설명할 때인 것 같아요.

튜브톱과 팬츠, 힐은 모두 Diesel.

Q : 백예린의 세계는 어떤 곳일까요

A : 많은 분이 몽글몽글 구름이 가득한 곳일 것 같다고 말해요. 제 생각엔 백예린의 세계는 옷방이에요. 저는 하루 수십 번씩 좋고 싫은 게 바뀌거든요. 취향 변덕도 심하고, 새로운 것에 빠르게 영향을 받고 정착해요. 그래서 계속 옷을 갈아입는 것 같아요. 미니멀한 삶을 살고 싶어요(웃음).

Q : 지금은 맥시멀 라이프를 살고 있나요

A : 그렇죠. 못 입거나 안 입는 옷이 많아졌어요. 돌아보니 다 낭비더라고요. 감정도 넘쳐나서 비워낼 필요가 있죠. 복잡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Q : 백예린은 어떤 사람인가요

A : 스물일곱 살 백예린과 가수 백예린은 달라요. 가수 백예린은 95% 사랑해요. 자신감이 넘치거든요. 음악을 위해 노력해 온 시간이 자신감의 근거라서 노래 부를 때 스스로 사랑을 느껴요. 반면 스물일곱 살 그냥 백예린은 50%만 사랑받는 것 같아요. 실제의 저는 확신도 없고 자신감이 넘치지도 않거든요. 가끔 스스로 한없이 의심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지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의심하는 만큼 더 노력하니까 의심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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