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에서 딴 돈 세다가 추락할라 [정현권의 감성골프]

2023. 5. 26. 22: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를 마친 친구가 전화로 그 날 카트 사고를 전했다. 정상적으로 캐디와 일행이 카트에 올라타고 출발했는데 옆에 탄 동반자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는 것이다. 타박상에다 눈썹 부위가 찢어져 병원에 가서 몇 바늘 꿰맸다고 한다. 바로 퇴원했는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 경기도 여주의 골프장에서 동반자를 태우고 주차장을 빠져나올 무렵이었다. 옆에 주차해 있던 한 여성 골퍼가 먼저 차를 빼려고 우회전 하다가 앞 열에 주차된 차를 쿵 하고 들이받았다. 천천히 움직이다 일어난 사고라고 크게 파손되지는 않았지만 도색이 많이 벗겨져 수리가 필요해 보였다.

둘다 지난주 필자가 듣거나 직접 목격한 골프장 내 카트와 주차장 사고다. 카트 사고는 골프장에서 가장 흔하고 주차장 사고도 생각보다 많다.

국회에 제출된 ‘전국 골프장 내 유형별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발생한 카트 사고는 1751건에 달했다. 충돌사고가 13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사고 369건, 전복사고 69건 순이었다. 이들 사고로 1560명이 다쳤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위의 사례처럼 카트에서 낙상하는 사고가 빈번하다. 고도로 몰입 상태에서 클럽을 휘두른 다음 긴장이 풀려 카트 손잡이를 잡지 않고 중심을 잃기 때문이다.

카트 이동 중에 발을 옆으로 뺀다든지 급커브나 급경사에서 손잡이를 놓고 가다가 낙상하는 사고도 빈번하다. 카트 이동 중에 내기 게임 뽑기를 하다가 커브길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필자의 한 동반자는 이동 중 떨어진 뽑기 막대를 주우려다 발이 카트와 길바닥에 끼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요즘 노캐디제를 운영하는 골프장이 많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운전에 능숙한 사람이 카트를 몰아야 한다.

얼마전 충청도 한 골프장에서는 카트 전복으로 뒷좌석에 탄 여성이 가슴 부위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부부 동반으로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골프장에서도 급커브에서 계곡으로 떨어진 골퍼가 숨졌다. 서울 인근 골프장에서는 이동하던 카트에서 딴 돈을 세던 사람이 커브길을 돌 때 추락해 뇌진탕으로 사망했다.

2021년 초 포항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이동 중인 전동카트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오르막 코스 코너를 돌다 언덕 아래로 그대로 추락해 카트가 뒤집히면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트 이동로가 매우 가팔라 운전자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노캐디제 골프장에서는 카트 음주운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도중에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반자 중에 반드시 제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평소 운전을 잘 못하던 사람도 골프장 카트를 가볍게 보고 캐디가 자리를 비우거나 노캐디제 골프장에서 운전대를 잡는 호기를 부린다. 사실 굉장히 위험하다.

전문 교육을 받은 캐디는 카트 뒷좌석이나 뒤편에서 클럽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카트를 움직인다. 이런 매뉴얼을 모르고 그냥 자동차 운전하듯이 이동하면 사고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골프장 주차장 사고도 의외로 많다. 지난달 군산의 한 골프장 주차장에서 승용차가 갑작스레 화단을 들이박고 전소되는 사고로 운전석에 있던 70대 남성 운전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해 현장에 도착한 당시 차량은 이미 전소된 상태였고 운전자는 심정지 상태였다. 골프장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전날 밤 9시쯤 골프장 주차장에 진입한 차량이 돌연 화단 경계석을 들이받는 모습이 확인됐다.

골프장들에 따르면 주차장에서는 차를 뺄 때 의외로 옆 차나 앞 열에 주차된 차와 접촉사고를 많이 낸다. 이 때 골프장에 신고해 주인과 접촉하거나 메모를 남기고 가는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골프장에는 외제차가 많아 경우에 따라선 복잡한 상황에 처하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어 가능하면 차를 빼기 쉽게 후진 주차를 하는 편이다.

골프장 측이 백을 용이하게 실으려고 전진 주차를 유도하지만 운전이 미숙하거나 자신 없으면 후진 주차로 사고를 내지 않는 게 현명하다.

골프장 사고는 매우 다양해 법원 판결도 사례별로 다르다. 골프장과 캐디, 골퍼, 동반자 각각의 안전수칙과 주의 의무 준수 여부 정도에 따라 배상책임이 달라진다.

사고가 발생하면 재판부가 현장을 찾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배상책임을 정한다. 보통 골프장 측은 사고를 대비해 미리 보험에 가입한다.

경미한 사고는 골프장에서 보험으로 처리하지만 대형사고는 법정으로 간다. 골프장 측은 골퍼 책임을 최대한 찾으려 할 것이고 골퍼는 골프장과 캐디의 잘못을 따져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강동근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골프장에선 본인, 동반자, 캐디, 다른 홀 골퍼, 골프장 등이 서로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복잡한 상황이 얽힌 큰 사고는 현장을 보전해 전문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