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0일' 라이더 "배달료 6천원? 절반만 받아...배민이 2천원 가져가"

김성욱 입력 2023. 5.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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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창의 노조위원장 "자정에 산동네 '아아' 배달할 때 보람" 연휴 파업 동참 호소

[김성욱 기자]

 홍창의(47)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의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10일째 되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 김성욱
 
"소비자들이 배달료 6000원을 내면, 실제 배달의민족 라이더에게 돌아오는 건 3000원 밖에 안돼요. 우리도 인간다운 삶 좀 살자는 겁니다. 우리가 배달기계가 아니잖아요."

단식 10일째인 홍창의(47)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25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는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의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16일부터 곡기를 끊고 농성 중이다.

국내 배달노동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급증한 상태다. 지난해 발표된 국토교통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배달노동자는 총 23만명으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11만명)보다 2배 늘었다. 배달노동자들은 한달에 평균 25.3일을 일해 286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월 평균 381만원을 배달료로 받고, 월 평균 95만원을 보험료나 오토바이 유지비 등으로 지출했다.

홍 위원장은 "배달의민족은 배달앱 업계 1위로 작년에 무려 420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라며 "반면 라이더들에게 주는 기본배달료는 9년째 3000원으로 동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최근 물가가 크게 올라 기본배달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라이더들의 생계가 어려운 상태"라며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료를 올리자는 게 아니라, 배민이 중간에 배달료를 떼가지 말고 라이더들에게 그대로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석가탄신일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27일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 5일 어린이날 파업에 이어 두번째다. 홍 위원장의 단식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회사 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 위원장은 "라이더들이 없다면 배달의민족의 막대한 이익도 없을 텐데, 배민은 라이더들을 구성원이 아닌 시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소비자들께서도 석가탄신일에 배달의민족을 불매하는 '주문파업'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라이더, '배달기계'는 아니지 않나... 인간다운 삶 살자는 것"
  
 홍창의(47)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
ⓒ 김성욱
 
- 지난 16일부터 김정훈(42) 배민 분과장과 함께 단식에 돌입했다. 이유는.

"9년째 건당 3000원에 머무르는 기본배달료를 올려달라는 것이다. 배민1(단건 배달 서비스)을 기준으로 보면, 배민은 식당 등 업소로부터 건당 6000원을 배달비로 받는 구조다. 업소는 이 6000원을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부담시킬지 알아서 정한다. 업소 3000원, 소비자 3000원씩 나눌 수도 있고, 장사가 아주 잘 되는 업소라면 소비자에게 6000원을 모두 내도록 배달료를 책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6000원 중 실제 라이더에게 돌아오는 돈은 3000원뿐이다. 거리나 기상 조건에 따라 할증이 붙긴 하지만. 우리는 할증을 줄이고 기본배달료 3000원을 40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라이더들도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 라이더들의 기본배달료 인상 요구에 대해,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내는 배달료를 올려달라는 것 아니냐고 반응한다.

"오해다. 우리는 현재 소비자나 업소가 내는 배달요금을 인상하자고 말하고 있는 게 전혀 아니다. 소비자들이 내고 있는 배달료가 온전히 라이더들에게 전해지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배민은 건당 배달료로 받은 6000원 중 서버비·운영비 등을 제하고 난 금액을 라이더들에게 주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요즘 같은 비수기에 거리 할증까지 계산해도 라이더들의 건당 배달료는 평균 4000원 정도다. 중간에 2000원이나 사라지는 것이다. 말이 되나. 배달은 우리가 했는데 배민은 앉아서 2000원을 가져가는 것이."

"소비자가 내는 배달료, 배달한 이들에게 가도록 해달라"
  
 홍창의(47)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
ⓒ 김성욱
 
- 라이더들의 평균 월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작년 국토부 실태조사가 어느 정도 현실에 부합한다고 본다. 월소득 286만원. 한달에 381만원 수익을 올리지만, 95만원이 비용으로 나간다. 기본적으로 오토바이 비용 500만원, 보험료 300만원만 해도 800만원이다. 보통 하루에 한번은 주유를 하게 되는데 그게 매일 1만원 정도 나가고, 엔진오일도 1000km에 한 번씩은 갈아야 한다. 한달로 치면 유지비만 100만원 가까이 드는 것이다.

근데 그 실태조사에서 더 주목해야 할 건, 그만큼 벌려면 한달 평균 25.3일을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는 날은 손에 꼽는다. 전업 라이더의 경우 하루 10시간은 일 하고, 그것도 주로 밤에 일이 많다. 잠자고, 쉬는 시간 빼고는 다 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달하는 기계도 아니고. 그래서 기본배달료 인상 요구는 단순히 임금 인상 차원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이다.

얼마 전 유럽에서 직접고용되기 시작한 라이더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봤다(관련 기사 : 라이더법 1년, 스페인 라이더들 삶 이렇게 바꿨다 https://omn.kr/21ftx). 정말 인상적이었던 게, 직고용 되고서 가장 달라진 게 뭐냐는 물음에 한 라이더가 '여자 친구 생겼다'고 답하더라. 나에게는 그 말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로 읽혔다."

- 국내 라이더들도 직접고용돼야 한다고 보나.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상태에서 월급제로 가자고 하면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게 사실이다. 전업 라이더들은 대부분 생계가 안 좋고 당장 돈이 필요한 신용불량자도 많은데, 하루에 14~15시간 일하면서 조금이라도 일당을 빨리 당겨 받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배민 같은 플랫폼업체들이 지금의 할증 체계를 계속 유지할까? 아니다. 지금은 요기요, 쿠팡 등과 경쟁 구도이기 때문에 할증 프로모션 체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이 끝나면 당연히 인건비부터 줄이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일단 기본배달료를 인상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밤 12시 산꼭대기에 '아아' 배달할 때의 보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홍창의(47) 위원장과 김정훈(42) 배민분과장이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의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10일째 되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 김성욱
 
- 어린이날에 이어 석가탄신일인 27일 파업을 예고했다.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배달이라는 직업이 아직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딸배'(배달을 거꾸로 읽어 이들을 비하하는 표현)라는 비하도 받고... 2019년에 노조 시작했을 때도 조합원들이 얼굴을 드러내길 꺼려해 인터뷰 하나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배달 일을 한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은 거다. 라이더라고 하면 보통 낮게 보니까.

물론 제가 봐도 좀 시끄럽고, 신호 위반, 인도 주행처럼 보기 안 좋은 모습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는 배달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 제가 집이 서울 미아동이라 정릉 쪽 배달을 많이 한다. 산꼭대기 동네에서 밤 12시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이 들어온다. 생각해보세요. 제가 없으면 그 분이 어떻게 그 시간에 '아아'를 드시겠어요(웃음).

코로나 비대면 시절엔 또 어땠나. 저희가 식사를 배달하지 않았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 의미도 있고 직접적인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께서 이런 좋은 부분들도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다. 라이더들이 왜 지금 배민을 상대로 단식까지 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저희 조합원 1600명과 비조합원 1400명 등 3000명은 석가탄신일에 배민 배달을 거부하기로 했다. 소비자들께서도 27일 하루만큼은 배민이 아닌 다른 배달앱을 사용해주시면 좋겠다. 배민도 뭔가 좀 느낄 수 있도록."
 
 지난해 5월 2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민주노총 배달플랫폼지부 배달노동자 300 여명이 '배달료 거리 깎기 중단' 촉구 집회 및 오토바이 행진을 하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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