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타그램]너무 인간적인 가상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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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구체적 개인들의 얼굴과 다를 바 없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들을 쉽게 만들고 보여준다.
그 얼굴들은 우리가 익히 바라보고 추측하던 개인들의 얼굴보다 일면 더 개별적이고 인간적이다.
이전의 인공적인 얼굴(그래픽이라 불렀다)이라 하면, 완벽하고 아름답고 회화적인 것들이어서 거부감도 느낌도 구체적이지 않았고 우리와는 멀찌감치 있는 존재들이었다.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사람의 얼굴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 인간의 가짜 얼굴과 신체를 이용한 업태 확장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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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구체적 개인들의 얼굴과 다를 바 없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들을 쉽게 만들고 보여준다. 그 얼굴들은 우리가 익히 바라보고 추측하던 개인들의 얼굴보다 일면 더 개별적이고 인간적이다. 다시 말해 더 진짜 같다. 어디든 분명히 있을 것 같고 분명한 생명의 증거 자체로서의 얼굴이다. 너무도 진짜 같아서 진짜와 섞어 놓으면 오히려 진짜를 가짜라고 할 만큼 완벽한 개인의 얼굴이다.
‘딥 러닝’ 기술은 사람이 직접 지시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이미지를 찾아내서 끊임없이 ‘학습’한다. 그 사소한 재료인 이목구비의 주인조차도 가상 인물 사진의 이목구비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수많은 실제 인물들의 이미지들을 기계적으로 입력하는 작업을 '학습(learning)'이라고 부른다. 휴식 시간도 식사 시간도 필요 없는 기계가 잘하는 것이 그런 학습을 쉬지 않고 '깊게(deep)' 하는 것이다. 핵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아니 디테일이 핵심이다. 사실성의 핵심에는 진짜 같은 어색함도 포함된다. 웃음도 조금은 어색하고 어쩐지 수줍은 표정, 약간은 흐트러진 이목구비의 균형, 사실적으로 핍진한 주름살이나 수염 자국 같은 것들이 보는 사람에게 그것을 진짜로 보이게 만든다. 사실을 흉내 내는 극사실성이다. 이전의 인공적인 얼굴(그래픽이라 불렀다)이라 하면, 완벽하고 아름답고 회화적인 것들이어서 거부감도 느낌도 구체적이지 않았고 우리와는 멀찌감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보기에 참 아름답고 편했다. 그런데 지금의 인공적인 얼굴의 인상은 가까운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법한 얼굴이다. 인간적이고 친숙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사람의 얼굴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 인간의 가짜 얼굴과 신체를 이용한 업태 확장에 열심이다. 3~4년 전 이 기술을 발표한 아르헨티나 디자인업체 '아이콘스 8'은 당시 성별과 연령, 인종, 문과 머리 색깔, 헤어스타일, 표정 등 조건을 입력하면 바로 가공된 인물의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이런 사진은 몇 달러만 내면 구입할 수 있고 어떤 용도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도 심심찮게 '가상 모델을 구입하세요'라는 광고가 떴다. 인간 모델이 맡기에는 부끄러운 상황이나 형사 소송에 연루될 수 있는 자료나 광고물 등에 이런 인물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버의 필립 왕이라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만든 ‘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This Person Does Not Exist)’라는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실제 사람을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사실적이다. 햇빛 아래서 코와 볼 아래 짙은 그림자가 져 있다거나 어중간한 미소와 표정을 담는다는 면에서도 진짜처럼 보인다. 활짝 아름답게 웃고 있지도 않고 정갈한 피부 톤으로 모델 같은 이목구비를 지니지도 않았고, 비대칭과 어정쩡한 수줍음까지 실제 그대로라 생각할 만하다. 가상을 사실처럼 포장하는 기술의 구체성은 어긋나고 어색한 것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더 어렵다.
사람의 얼굴을 두고 존엄한 유전자와 개별적 인상에 놀라워하는 일은 우습게 됐다. '인간적'이라든가 '친숙한' 같은 단어 사용은 망설여지게 됐다. 사진 속 개인을 믿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것이 사진뿐이겠는가.
편집자주 - 즉각적(insta~)이지 않은(un~) 사진(gram)적 이야기, 사진의 앞뒤와 세상의 관계들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씁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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