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연, 그 자신과의 열렬한 연애담
Q : 정규 1집의 대담한 ‘TOMBOY’, 미니 5집의 도발적인 ‘Nxde’로 흥행 연타를 쳤죠. 커리어 하이를 이어나가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A : 더 열심히 써야겠다!(웃음) 저희도 어느덧 데뷔 5주년을 맞이했잖아요.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쭉 제가 타이틀곡을 써왔기 때문에 이젠 정말 아이디어가 없는 거예요. 마감 한 달 전까지도 타이틀곡을 못 쓰다가 ‘퀸카’가 떠올라서 와, 진짜 너무 다행이었어요.
Q : 이번에 선보이는 ‘퀸카(Queencard)’는 우리를 어떻게 놀라게 할지 궁금하네요. 너드인 소연이 퀸카로 거듭난다는 스토리던데, 이 스토리텔링은 어디서 시작된 건가요?
A : 타이틀곡 ‘퀸카’에서는 자아도취, 커플링곡 ‘알러지’에서는 자기혐오를 동전의 양면처럼 그려요. ‘알러지’의 자기혐오는 정말 내가 못나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사람이죠. 인스타그램을 보면 정말 다들 행복하잖아요?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성형수술을 하게 되고, 자아도취에 빠져 ‘퀸카’에서 재미있게 놀았는데, 사실은 성형을 하기 전의 꿈이었던 거죠. 내가 내 모습으로 그렇게 놀 수 있다는 걸 알고 성형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이야기입니다.
Q : 자존감이라는 콘셉트는 어디서 출발했나요?
A : 일단 저희 팀이 대체로 자신감이 넘쳐요.(웃음) 멤버들을 보면서 ‘이야, 진짜 자신감 있다’고 생각할 때가 되게 많죠. 사실 이번 콘셉트의 모티브가 된 친구는 우기예요. 우기에겐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있는데, 그게 우기를 되게 예뻐 보이게 해요. 거기서 첫 번째로 영감을 얻었죠. 그리고 제가 다루고 싶었던 건 요즘 20대예요. ‘이렇게 걸 그룹이 많은 시장에서 우리가 차별화된 게 뭘까? 바로 20대 중후반이라는 거야!’라는 데 생각이 미쳤죠.(웃음) 20대 중후반의 마음은 10대, 20대 초반의 마음과는 다르거든요. 자기 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고, 부모의 동의 없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고민도 생기죠. ‘알러지’도 일상적인 그 나이대의 고민이에요. 인스타그램 세상 속에서는 다들 예쁘고, 행복하고, 샤넬 백을 메고 다니는데 나는 가진 게 없죠. 사실 그게 평범한 것인데도요. 20대의 사춘기랄까요.
Q : 퀸카’는 “거울과 사랑에 빠졌다”, ‘알러지’는 “나는 거울이 싫다”라는 한 줄의 로그라인이 있더군요.
A : 거울이라는 단어는 과거 제 인터뷰에서 따왔어요. 〈프로듀스 101〉 방송에서 제가 “거울을 보기만 해도 너무 화가 나요”라고 했거든요. 당시엔 거울을, 나 자신을 미워했죠.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해야 했으니까요. 다른 친구들은 카메라 앞에서 표정도 잘 짓고, 살도 잘 빼고, 스스로 예쁘게 꾸밀 줄 아는데 ‘나는 왜 이것도 못하지?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면서’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혐오가 밀려왔죠. 그런데 지금의 제가 그때의 저를 보면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아요.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이 너무 좋고 어떤 대단한 누구와도 저를 바꾸고 싶지 않거든요. 외모 외에 저만의 특별한 장점을 강화하니까 자기혐오가 없어지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됐어요.
Q : 프로듀서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대한 성취감도 한몫했겠죠?
A : 그럼요. 작곡을 한 건 제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저한테도 능력이 있었던 거예요. 그때는 몰랐던!(웃음) 물론 그때도 작곡은 했지만 발매해본 적은 없으니 검증되지 않은 능력이었던 거죠.
Q : 전소연이라 좋은 것, 뭐가 있어요?
A : 되게 많은데요, 일단 음악 방송을 볼 때나 노래방에서 작사·작곡으로 제 이름이 보이면 되게 뿌듯하고요.(웃음) 길을 걷다 제가 만든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해요.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좋게 들어준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죠.
Q :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팁을 준다면?
A : 자신이 몰두하고 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을 하나 찾으세요. 그리고 말하세요. “저는 이걸 잘하니까 괜찮아요.”
Q : 이번 타이틀곡에 대한 멤버들의 의견은 어땠나요?
A : 이번엔 정말, 만장일치로 다 좋다고 했어요. 회사에서도 반응이 제일 좋았고요. 제 곡에 대해 이렇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은 적은 처음이에요.(웃음) 이번 노래는 편하면서 재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Nxde’와 ‘Tomboy’는 메시지가 많이 담긴 곡이었으니 이번엔 좀 가볍게 가고 싶었죠. 뮤직비디오도 코믹 드라마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면 메시지가 있는 정도로.
Q : 콘셉트 기획 단계부터 직접 시안을 만들어 PT하기로 유명하죠. 이번 앨범에서 특별히 더 관여한 부분이 있나요?
A : 이번에는 굿즈 디자인도 직접 했어요. 재미있는 걸 해볼 여지가 많은 콘셉트잖아요. 퀸카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아요? 그래서 퀸카 박스를 만들었는데요, 판매용은 아니고 팝업 스토어를 열어 팬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주려 해요.
Q : 이번 앨범으로 성취하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뭐예요?
A : 퀸카라는 말이 다시 유행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퀸카는 완전 콩글리시잖아요? 해외에선 ‘hype girl’이라고 하지만 한국엔 퀸카가 있었다고요.(웃음) 이게 한국에서 시작해 해외까지 유행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 마치 전소연이 ‘누드’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바꾸었던 것처럼 말이죠.
A : 오, 그랬죠. 맞아요.(웃음) 있고 싶습니다. 그런 좋은 영향력.
Q : 전소연에게 음악이란?
A : 음악! 저를 제일 행복하게 하면서도 제일 힘들게 하는 거죠. 정말 제 삶에는 음악밖에 없어요. 곡이 안 나올 땐 스트레스받다가, 나오면 너무 짜릿하니까요. 제 전성기와 슬럼프 모든 게 음악에 달렸어요.
Q : SNS에서 엄청나게 공유됐던 멘션 중에 그런 게 있었어요. 전소연이 새벽에 힘없이 비척비척 걸어가면 (여자)아이들 컴백이 다가온 거라고.
A : 하하하. 요즘엔 그런 시기도 따로 없어요. 맨날 작업해야 하거든요. 요즘 아이돌들은 왜 이렇게 컴백 텀이 빨라지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거기에 맞추려고 하니 활동하면서도 곡을 써야 해요. 그래서 집에도 작업실을 만들었습니다.
Q : 우기와 함께 쓴 트랙, ‘어린 어른’이라는 곡이 있던데. 25살, 어떤 나이인가요? 소연은 어른인가요?
A : 아직 나는 어린데 사람들은 내게 어른이라고 해’라고 노래하는 곡인데요, 딱 우리 또래가 할 만한 고민인 것 같아요. 저는 어른이 되면 성숙해지고 마음도 잘 다스릴 줄 알았거든요. 어릴 때는 엄마나 선생님 같은 어른들을 보면 이해심이 많고 감정 컨트롤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어른이 되니까 그 어른이 아닌 거예요. 똑같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엄마도 그때 어른이 아니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냥 엄마도 내 또래의, 한 명의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결론은 어른이란 건 없다. 나이가 들 뿐.
Q : (여자)아이들은 어떤 팀인가요? 자랑 좀 해본다면?
A : 독보적이죠. 남들보다 대단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어떤 팀과도 다르다는 거예요. 저희는 솔직해요. 일상을 살고, 그 일상으로 곡을 쓰죠. 또래 여자들 같고, 아티스트 같고, 또한 직장인 같은 그런 그룹입니다. 활동을 시작할 때쯤부터 “다음엔 뭐 하지” 토론하는데, 이렇게 쫓기듯이 활동하는 걸 그룹이 또 있을까요?(웃음) 그리고 또 하나. 이제 저희는 “이런 건 아이돌이 안 하지 않을까요?”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아요. 이상한 거, 말도 안 되는 것도 다 찾아봐서 일단 다 해봐요. ‘Uh-Oh’ 때부터 회사에서 “이런 거 해도 돼?”라는 피드백이 있었고 진짜 많이 싸웠는데요, 결국 ‘Tomboy’도 “‘Fucking’ 해도 돼?”라면서도 결국 다 했어요.(웃음)
Q : 바야흐로 걸 그룹 전성시대인데, 신경 쓰이는 팀도 있어요?
A : 너무 좋은 시대죠. 다양한 음악, 다양한 콘셉트, 다양한 색깔의 걸 그룹 모두를 존경해요. 그리고 그들의 프로듀서도 존경하죠. 뉴진스의 민희진 프로듀서님, 아이브의 서현주 프로듀서님, 르세라핌의 김성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님. 저는 이 프로듀서님들이 더 무서워요. 이분들이 다음에 또 어떤 생각을 할까.(웃음)
Q : 팀원들은 당신을 어떤 리더라고 해요?
A : 든든한 리더. 흔들리는 모습을 안 보이려고 해요. “흠, 이게 괜찮나”라든가 “이게 별로면 어떡하지”라고 하는 법이 거의 없죠.
Q : 승부사 전소연이 절대로 지지 않고 싶은 게 있다면 뭔가요?
A : 내 이름 걸고 하는 것. 이를테면 예능 〈소년판타지-방과후 설렘 시즌2〉(이하 〈소년판타지〉)에서 4명의 프로듀서가 한 팀씩 맡아 프로듀싱을 해요. 여기서 제 팀은 지면 안 돼요. 제가 연예인으로서 다른 사람보다 인기가 없어도 괜찮아요. 그런데 내가 만들어낸 무언가는 질 수 없어요.
Q : 그럼 져도 되는 것은?
A : 그걸 뺀 나머지는 다 양보할 수 있어요. 져도 상관없죠.
Q : 전소연만의 프로페셔널리즘은 어디서 드러나나요?
A : 저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기로 유명해요. 30분에 픽업이면 28분에는 나와 있죠. 매니저 오빠들이 피곤해해요. “이제 슬슬 나오면 돼” 하려고 했는데 제가 “왜 늦으셨어요?”라고 하니까.(웃음) 저는 그냥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게 불편해요.
Q : 〈원피스〉를 보고 해적왕이 되고 싶어 하고, 〈카레이도 스타〉를 보고 서커스단원이 되고 싶어 하던 소녀는 지금 무엇이 되고 싶나요?
A : 하하. 좀 더 크고 나서는 구체적인 꿈을 꿨어요. 리더이자 작곡을 하되 팀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걸 이제 이뤘죠! 지금의 꿈은 (여자)아이들 외에 다른 팀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제작자가 되고 싶네요.
Q : 10년 뒤, 20년 뒤에도 전소연을 쭉 인터뷰하고 싶네요.
A : 너무 좋은데요? 우리 꼭 그렇게 해요.
Q : 꿈을 꾸는 소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 후회 없이 하세요. 원하는 꿈을 이룰 때까지.
Q : 힘들고 지치고 잘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제가 이번에 〈소년판타지〉 하면서 정말 어려웠던 게 그거였어요. “왜 그렇게 힘들어해? 해야지 어떡해. 망할 거 아니잖아. 네가 여기서 지쳐 느리게 가면 앞으로 더 힘들어. 빨리 가!” 이런 말밖에 저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다 힘들고 지쳐요. 하지만 빨리 일어나야죠. 그게 제일 덜 힘들어요.
Q : 전소연은 무엇을 믿나요?
A : 저는 운을 믿어요. ‘될놈될’, ‘안될안’이라고 하잖아요. 내가 안 될 거는 어차피 안 될 거였다고, 될 거는 어떻게 하든 될 거였다고 생각해요. 될 놈은 된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자. 그래서 무엇이든 후회가 없습니다.
Q : 운은 당신 편인가요?
A :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주변이 전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난 뭐라도 되겠지. 내 삶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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